주식·부동산 시장 불안에 안정적 상품 선호↑작년 예금 증가 규모 72조…8년 만에 최대 폭6개월 이상~1년 이상~2년 미만 기간 증가세
  • #안정적인 저금을 선호하는 직장인 김 모 씨(33살)는 연초 들어 만기 도래한 정기예금 2개를 기쁜 마음으로 다시 재예치했다. 1~2년 전만 해도 연 1%대 이율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가입했지만, 현재는 기본 연 2.5% 이상을 받을 수 있고 우대금리를 충족하면 많게는 연 3% 이상을 챙길 수 있어서다. 

  • 2019년 기해년(己亥年) 새해 들어 재테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유독 안정적인 투자에 여유자금이 쏠리는 모양새다.

    주식과 부동산 시장이 주춤한 상태에서 은행권의 건전성 규제 강화와 함께 기준금리 인상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668조4000억원으로 1년 사이 72조2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예년보다 훨씬 웃도는 규모로 지난 2010년(95조7000억원) 이후 8년 만에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

    과거에는 저금리 장기화로 정기예금에 대한 매력이 뚝 떨어지면서 2015년엔 오히려 8조2000만원이 줄었고 2016년 19조4000억원, 2017년 28조8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하지만 미국의 연쇄적인 정책금리 인상에 발맞춰 지난 2017년 11월 한국은행이 6년 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이후 1년 만에 또 올리면서 예금금리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더불어 금융당국의 건전성 규제 강화에 대비하기 위한 은행들의 적극적인 예금 유치도 영향을 미쳤다. 은행들은 저마다 연 2% 후반대 특판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내년부터 강화되는 예대율(원화예수금 대비 원화대출금의 비율) 규제도 한몫한다. 은행이 급격하게 가계대출을 줄이거나 중소기업대출을 늘리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예대율을 100% 이하로 맞추려면 예금을 더 확보해 예수금을 늘려야 한다. 

    정기예금 가입 기간별로 보면 6개월 이상~1년 미만 기간 잔액은 2013년 69조원에서 2017년 139조원으로 대폭 늘었다. 금리가 바닥을 치면서 여윳돈을 장기간 묶어둘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 정기예금 가입 기간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1년 이상~2년 미만 기간은 5년간 300조원대에 머물렀다. 2년 이상~3년 미만과 3년 이상도 10조원 중후반대 규모를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1년 이상~2년 미만 규모가 점점 증가하더니 400조원(11월 기준)을 넘어섰다. 2년 이상~3년 미만도 25조원까지 늘었다.

    6개월 이상~1년 미만 기간도 꾸준히 증가 추세다. 금리 상승기에 목돈을 짧게 굴려 더 매력적인 금리를 선택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 상황이 이렇기에 안정적인 저축을 원하는 금융소비자 입장에는 올해가 유독 반가울 수밖에 없다. 오랜 저금리 환경에 따른 쥐꼬리 이자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다.

    특히 주식과 부동산 시장 모두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웬만한 투자상품보다 안정적인 저축 상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해 초만해도 1%대에 불과했던 예금금리가 두번에 걸친 한은의 금리 인상으로 연 3%대까지 올랐다"며 "우대금리를 잘 살펴보면 높은 수익을 꾀할 수 있어 목돈 운용 전략을 잘 세워야할 시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