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선 구간 100㎞ 넘어… 양방향 운행 포기해야민자 수익 내려면 요금 올려야… 승객 피해 불 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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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전문가들은 대체로 "강릉선이 복선이었으면 탈선 사고가 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예비타당성 조사(이하 예타)가 나오지 않아 단선으로 건설한 게 사고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문제는 일단 짓고 보자는 식의 잘못된 철도 건설 관행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다. 정부가 내년 총선을 의식해 지역별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의 예타 면제를 벌이는 가운데 KTX 남부내륙철도 건설이 또다시 단선사업으로 추진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23일 경남도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KTX 남부내륙철도 건설사업이 정부의 예타 면제 사업으로 신청됐다. 이 사업은 김천~거제 191.1㎞ 구간을 고속철로 연결하는 것으로, 사업비는 5조3000억원 규모다.
이 사업은 애초 복선화를 전제로 예타를 추진했다가 사업성이 낮다는 이유로 중간에 단선 사업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단선 사업으로 변경하고도 비용대비 편익비율(B/C)이 0.72에 그쳐 지난 2017년 예타를 통과하지 못했다. B/C는 1.0이 넘어야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사업은 예타 탈락 이후 현대건설의 민자사업 제안으로 민자적격성 조사가 진행 중이다. 지난해 재정사업으로 치면 예타에 해당하는 사업타당성 조사에서 중간점검 결과 B/C가 2017년과 비슷한 0.7대로 나왔다. 경남도로선 사업 추진에 먹구름이 낀 셈이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정부가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방안'을 내놓고 국가균형발전을 내세워 예타 면제 사업을 선정하기로 하면서 기사회생했다. -
철도전문가는 "강릉선은 전체 구간의 2~3㎞만 단선 구간이지만, 남부내륙철도는 100㎞ 이상이 단선이라 문제가 심각하다"며 "복선화하지 않으면 나중에 피해는 승객이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철도전문가는 "거제 쪽 수요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이므로 아예 반대 방향 열차 운행을 배제한다면 단선이어도 강릉선과 같은 사고 위험은 없을 수 있다"며 "다만 그렇게 하려면 단선 구간이 길어 1시간에 1대꼴로만 KTX를 운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속철도는 기본적인 운행시간 간격이 30분에 1대꼴이다. 고속철도 성공사례를 보면 15~20분에 1대꼴로 열차를 운행해야 적자를 면할 수 있다. 철도전문가는 "KTX 경부선은 흑자지만, 호남선만 봐도 30분에 1대꼴로 운행하다 보니 적자"라고 설명했다.
남부내륙철도의 경우 1시간에 1대꼴로 고속철도를 운영한다면 민간사업자로선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으므로 선로사용료를 내기 위해선 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
철도 관계자는 "중간에 대피선을 만들 수도 있지만, 열차 운용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단선에서 서로 반대 방향으로 열차를 운행해야 하므로 사고 위험도 커질 수 있다. 철도전문가는 "민자사업이라 해도 전체 사업비의 20~25%를 재정으로 지원하므로 차라리 원주~강릉처럼 100% 재정사업으로 고속화 철도를 놓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경남도도 지난해 강릉선 KTX 탈선 사고를 보면서 복선화에 대해 고민하는 눈치다. 경남도 관계자는 "요즘 철도 안전을 강조하는 분위기여서 내부적으로 (복선화로의 재변경을) 염두에 두는 공기가 없지 않다"고 전했다. 다른 경남도 관계자는 "(복선화가) 확정된 건 없다. 여러 가능성 중 하나다"면서 "민간사업자와 협의할 수 있는 사안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 경우 관건은 늘어나는 사업비다. 복선화는 단선 건설보다 사업비가 30~50% 더 든다. 철도전문가는 "(철도를 기반시설로 생각하지 않는 현재의 투자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재정 당국이 예타 면제 이후 사업비가 추가로 드는 복선화 변경을 용인할지 미지수"라며 "다만 재정 지원은 더 줄이되 증액 부분은 민자로 해결하는 방법으로 타협점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