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초고가 프리미엄 선물세트도 불티나게 팔려대형마트, 3만~5만원 실속형 선물세트 인기"소비 양극화가 뚜렷하게 나타나"
-
"일 년에 한 번 부모님 댁에 내려가는 건데 기왕이면 좋은 거 드리고 싶어서요."서울 잠실 롯데백화점 지하 1층 식품코너에서 만난 직장인 김우진(32·서울) 씨의 손에는 수십 만원 짜리 한우세트가 들려 있었다. 김 씨는 “얼마 안되는 월급이지만, 좋은 선물을 고르고 싶어 백화점에 들렀다”며 “둘러봤는데 부모님이 한우를 가장 좋아 하실 것 같다”고 전했다.1일 찾은 서울 시내 인근 백화점에는 설 선물세트를 사려는 인파로 붐볐다. 연휴를 앞둔 평일인만큼 매장이 휑할 것이란 예상은 빗나갔다. 백화점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선물을 사러 온 사람들과 나이가 많은 어르신 등 고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
특히 설 선물세트 상품들은 양극화가 두드러졌다. 축산 상품군에서는 135만원 짜리 한우 1++등급 ‘L-No.9 세트’가 인기였다. 점원은 “고가 제품은 없어서 못 판다. 전화로 주문하면 몇 시간 안에 만들어서 가져온다. 기업고객이 주로 찾아서 올해는 전년보다 물량을 확대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사전예약 판매 기간 해당 제품은 총 100세트 중 17세트가 판매됐으며, 매일 20건 이상 구매 문의가 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
반면 같은 날 오후. 롯데마트 월드타워점 내 설 선물세트 매대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뜸했다. 와인·위스키를 판매하는 주류 매대부터 햄·통조림 등 가공식품까지 설 선물세트를 훑어보고 지나가는 손님들 뒤로 담당 판매원들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햄 선물세트를 담당하는 판매원은 “2만~3만원부터 5만원대 실속형 제품 구성이 잘 나왔다”고 추천했지만, 1시간가량이 지나도 물건을 사가는 손님은 손에 꼽았다. 세 살짜리 딸과 장을 보러 나온 손현지(36)씨는 “장바구니 가격이 너무 올라 설 선물로 챙기는 것은 물론 받는 것도 부담스러울 것 같다. 구경은 했지만, 막상 구매로까지 이어지진 않았다”고 전했다.
청과류는 3만~5만원대 구성이 인기였다. △안성맞춤배, 밀양얼음골사과 4만4250원 △사과, 배 혼합세트 5만9200원 등이 매대에서 인기 있는 상품이었다. 무난히 선물하기에 적합한 3~5만원대 선물세트가 각광받고 있다는 것이다.
가성비와 프리미엄.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돌아본 결과 설 선물세트에서도 이 같은 유통가의 트렌드를 여실히 들여다볼 수 있다. 마트 등을 중심으로는 5만원 이하의 실속형 선물세트가 잘 나가는 반면, 백화점은 예년보다 고가 선물세트 라인업을 강화하며 ‘프리미엄’을 강조했다.유통업계 관계자는 “한정판으로 내놓는 고가 선물세트의 경우 통상 행사 시작 후 평균 3일 내 완판이 된다. 최상위 등급의 한우나 고급 굴비 등은 물량이 모두 소진되곤 한다”며 “경기 침체로 5만원 미만의 실속형 선물이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프리미엄 선물 판매가 증가하는 등 소비의 양극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