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시에 위치한 공공임대 아파트 입주민들이 거리에 나앉게 됐다. 무주택 서민을 위한다는 당초 취지와는 달리 시세가 오르자 입주민들의 자격조건을 내세워 내쫓고 있는 것이다. 공공임대 아파트가 건설사나 투기꾼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세종시 아름동 '영무예다음' 공공임대아파트는 오는 9월 5년간의 공공임대 기간을 마치고 분양 전환에 돌입한다.
이에 앞서 지난달 31일 입주민들에게 입주자격이 적격한지, 부적격한지를 개별적으로 최종통보했다. 전체 587가구(전용 84㎡) 중 절반 이상이 부적격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적격 판정을 받으면 분양전환를 하지 못한다. 입주민 입장에선 5년간 보증금과 월 임대료를 꼬박꼬박 내고 살다 갑자기 떠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이 아파트는 2012년 분양 당시 5년 임대 후 우선 분양하되 2년 6개월 후 양자 간 합의에 의해 조기분양 할 수 있음을 전제로 계약이 체결됐다. 계약된 확정 분양가는 2억6200만원.
민간 건설사 입장에선 분양 당시 주택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분양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공공임대로 입주자를 모집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파트 시행사인 영무건설이 2017년 부동산 임대관리 업체인 정기산업에 임대사업 권한을 모두 넘기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영무는 2억6000만원 대로 예상한 분양 전환 가격이 2억원 초반대로 흘러가자 사업성 등을 이유로 매각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기산업은 같은 해 12월 586가구 전부를 각각 2억5000만원에 구매한 뒤 국토교통부에 실거래 신고했다. 확정된 분양가로만 분양해도 가구당 1000만원씩 약 60억원 가까이 이익을 보는 셈이었다.
정기산업은 더 나아가 지난해부터 분양 전환을 받을 수 없는 부적격자를 색출하기 시작했다. 세대주 본인을 포함한 세대원 전원이 무주택일 경우에만 공공임대 입주자격이 주어진다는 점과 임대주택에 직접 거주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세워 이를 어길시 부적격자로 판단한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해외연수, 출산 등의 이유로 집을 비운 경우도 부적격에 해당한다.
실제 자녀 출산으로 인해 집을 수개월간 비워 전기세·관리비 등이 현저히 줄어 거주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경우도 있다. 자녀 교육을 위해 임시로 주거지를 옮긴 가구도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특히 이 아파트의 현재 시세는 3억원 초중반대에 거래되고 있다. 실제 지난해 매각도 물건은 3억3000만~3억5000만원에 실거래됐다. 즉 적격자는 2억6000만원에 분양전환받으면 약 1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는 셈이다. 부적격 판정을 받은 입주민들로선 억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입주민들은 지난달 24일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구제를 호소했다. '매매차익 노리는 정기산업 불법행위, 국토부는 관리하라' '서민정부 묵묵부답, 답답해서 속터진다' '조기 분양 진행 중에 불법 매매 웬말이냐' 등이 그들이 내세운 구호다.
입주자들의 이 같은 반발에도 정기산업은 부적격 가구를 대상으로 현재 매매를 진행하고 있다. 아직 분양 전환 논란이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시세차익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1월 한시적으로 3억4500만원에 고객님 몇 분께만 드리고자 한다"는 광고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관련 법상 민간 임대업체의 이 같은 행위를 제재할 조치는 없어 보인다. 세종시 관계자는 "오는 9월 분양 전환 시점까지 임차인 구제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정부에 제도개선 건의도 하고 있지만 해당 임대사업자가 생각을 바꾸지 않는 한 해결 방법이 뚜렷치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