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희, 오는 3월 주총에서 대표이사로 선임 예정…역할과 책임 커져옥경석,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 확보·계열사 시너지 확보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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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삼성맨' 출신들이 새 둥지에서 진가를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해 그룹 내 중책을 맡으면서, 외부 영입 성과를 입증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커질 전망이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주요 그룹들의 삼성 출신 인사 영입이 줄을 잇고 있다. 세계적인 경제 불황이 장기화되자 기업들이 순혈주의를 타파하고 유능한 인재들을 앞세워 위기 대응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 출신 인사 가운데서 지난해 가장 이목을 끌었던 인물은 박근희 CJ그룹 부회장이다. 삼성생명 부회장 출신인 박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지주사 공동대표에 내정됐다.
같은해 8월 CJ대한통운 부회장으로 CJ그룹에 합류한 이후 3개월 만에 지주사 공동대표까지 꿰찬 것이다. 당시 박 부회장의 영입에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직접 관여했을 정도로 그룹 차원의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부회장은 오는 3월 열리는 2019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CJ(주)는 기존 손경식, 김홍기 공동대표 체제에서 박 부회장을 포함한 3인 공동대표 체제가 된다.
박 부회장의 책임감도 무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박 부회장은 CJ그룹의 대외활동을 총괄하고 있다. 이채욱 부회장이 건강상 이유로 자리에서 물러나고 손경식 회장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역할이 커진 셈이다.
대외활동 뿐만 아니라 글로벌 사업 측면에서도 거는 기대가 크다. 박 부회장은 재계에서 전략가이자 중국통으로 통한다. 2005년 당시에는 중국삼성 대표를 맡아 삼성의 중국시장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CJ그룹의 글로벌생활문화 기업 도약에 박 부회장의 역할이 기대되는 이유다. 이재현 회장은 2020년까지 매출 10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그레이트CJ'와 2030년까지 3개 사업에서 세계 1등이 되는 '월드베스트CJ'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이 좋지만은 않다. 최근 국내 외식산업 트렌드가 변화하면서 외식서비스 계열사 CJ푸드빌이 매각설에 휩싸이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습이다. CJ그룹은 즉각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지만,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박 부회장은 지난해 말 CJ인재원에서 열린 추모포럼에 참여하는 등 그룹 내에서 점차 경영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앞서 임직원들과는 겨울철 소외이웃에 김장김치를 전달하는 '찾아가는 김장봉사' 활동을 통해 연말 봉사에도 동참했다.
박 부회장과 같은 '삼성맨' 출신인 옥경석 한화 사장에게도 많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한화그룹은 방산부문 매출을 오는 2025년까지 12조원대로 확대해 글로벌 '톱 10' 종합방산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옥 사장은 지난해 말 그룹 모태인 화약부문과 방산부문의 통합대표로 선임됐다. 지난 2017년 비(非) 한화 출신 인사로서 처음으로 화약 부문 대표를 맡은 이후 1년 만에 통합대표를 맡아 역할이 더 확대된 것이다.
옥 사장은 삼성전자 부사장 출신으로 경영관리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2016년 한화케미칼 폴리실리콘사업부 사장으로 영입된 이후 한화건설 사장을 거쳐 2017년 그룹의 모태사업인 화약부문을 이끌게 됐다.
한화그룹의 방산계열사는 현재 한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디펜스, 한화시스템 등으로 나눠져 있다. 옥 사장은 이들 방산 계열사 대표 가운데 유일하게 사장 직급을 달고 있어 어깨가 더욱 무겁다.
올해 목표는 해외 사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다. 남북관계 불확실성이 확대되는데다가 국내 시장에서 얻을 수 있는 매출 한계로 인해 더이상 내수만 바라볼 수 없기 때문이다.
㈜한화는 올해 방산사업에서 주요 추진사업인 230mm급 다련장 천무, 전술지대지 유도탄, LAH(소형무장헬기) 공대지 유도탄 사업 등을 강화해 해외 시장 개척에 적극 힘쓸 예정이다.
옥 사장은 최근 책임경영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1월 ㈜한화 주식 2040주(당시 기준 8833만원 상당)를 매입한 데 이어 지난 14일에는 ㈜한화 주식 4010주(1억2230만원)를 사들였다.
업계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은 책임 경영의 일환"이라며 "올해는 각 계열사별 시너지 제고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