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출신의 박근희 부회장이 CJ그룹에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다. CJ(주)와 CJ대한통운 대표이사에 오르며 이재현 회장의 '특명' 수행을 시작하는 것.
이재현 회장은 2020년까지 매출 10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그레이트 CJ'와 2030년까지 3개 사업에서 세계 1등이 되는 '월드베스트 CJ'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중장기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박근희 부회장을 영입, 이제 그 사전 작업이 마무리된 것이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CJ그룹의 박근희 부회장은 지난 25일 CJ대한통운 대표이사에 선임됐으며, 오는 27일에는 CJ(주) 대표이사에 선임돼 실질적인 2인자로서 자리매김하게 된다.
박근희 부회장은 삼성그룹 공채출신으로 삼성생명 대표이사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해 8월 CJ대한통운 부회장으로 전격 영입됐다. 이 과정에서 이재현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간의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이재현 회장이 박 부회장 영입에 공을 들였다는 얘기다.
◇ CJ대한통운서 총괄 역할, M&A 등 사업 성과에 주력
올해 들어서 그 행보가 더욱 바빠지고 있다. CJ대한통운 정기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됐고, 이사회를 통해 대표이사가 됐다. 이에 따라 CJ대한통운은 박근희 부회장, 박근태 사장, 김춘학 부사장 등 3명의 공동 대표이사 체제를 갖췄다.
박근희 부회장은 전체를 총괄하게 된다. 박근태 사장은 중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에 중점을 두고, 김춘학 부사장은 건설 부문을 맡게 된다.
그는 지주사와 CJ대한통운 사무실을 번갈아 가며 출근하고, 오전과 오후로 나누는 등 탄력적으로 시간을 할애하게 된다.
무엇보다 이 회장의 기대가 큰 만큼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것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빠른 대안으로는 대규모 M&A가 꼽힌다. 계속해서 몸집을 키우고 있는 CJ그룹 입장에서도 CJ대한통운의 M&A에 힘을 실어줄 수 밖에 없고, 그 선봉에 박 부회장의 역량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굵직한 M&A는 이재현 회장의 판단과 결단이 있어야 하지만, 적어도 CJ대한통운 M&A에는 박 부회장이 적잖이 관여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 지주사 CJ(주)서 그룹 대표로서 대외활동 주력
또 박 부회장은 오는 27일 열리는 CJ(주) 정기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될 예정이다. CJ대한통운과 마찬가지로 지주사 대표이사에 내정된 상태다.
즉, CJ(주)는 박 부회장을 비롯해 기존 손경식 회장, 김홍기 총괄부사장과 함께 3명의 공동 대표이사 진용을 갖추게 된다.
박 부회장은 지주사에서는 사업 및 경영보다는 대외활동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관이나 홍보 등 대외적으로 회사를 대표하는 역할을 맡는 셈이다. 손경식 회장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채욱 부회장도 건강 악화로 세상을 떠나면서 더욱 역할이 커졌다. 대내적인 경영활동은 김홍기 총괄부사장이 상당 부분 챙길 것으로 보인다.
박 부회장은 재계에서 전략가이자 중국통으로 통한다. 2005년 당시에는 중국삼성 대표를 맡아 삼성의 중국시장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CJ푸드빌이 중국에서 외식사업 철수설이 나오는 등 CJ그룹이 중국에서 고전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박근희 부회장은 지주사에서는 그룹의 대외적인 활동에 주력하고, CJ대한통운에서는 실질적인 총괄로서 성과 위주의 적극적인 사업 확장을 진두지휘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