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양대 고로사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원료가격 급등에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끊임없는 광산 투자로 여러 공급처를 확보한 포스코는 비교적 느긋한 반면, 브라질산 비중이 높은 현대제철은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철강사들이 최근 급등한 원료가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광산 투자가 전무한 현대제철은 상반기 실적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지난 11일 기준 중국에 통관된 호주산 철광석은 톤당 90달러로 전주대비 톤당 4달러 올랐다. 이에 따라 호주산 철광석은 최근 3주간 톤당 15달러의 상승폭을 보이게 됐다. 동기간 브라질산도 톤당 4달러 오른 톤당 89.5달러를 기록했다.
세계 최대 철광석 생산업체인 브라질 발레(Vale)의 철광석 댐 붕괴사고 여파가 때 아닌 가격 급등을 불러왔다는 분석이다.
이재광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현재 예상되는 철광석 공급차질 물량은 연간 최대 7000만톤 수준"이라며 "이번 사고가 대참사인 점을 감안, 브라질 정부의 규제 강화로 철광석 가격은 당분간 강세가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톤당 100달러 이상 가격이 지속될 경우 중국 광산업체들의 생산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에, 톤당 80~90달러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포스코는 여러 공급처를 확보하고 있어, 가격 급등에도 크게 염려하지 않는 분위기다.
실제 포스코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총 32건의 원료개발 투자를 진행했으며, 이 중 철광석 관련 사업은 6건에 달한다. 원료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한 결과 철광석 자급율은 59%까지 끌어올렸다.
부실투자로 구설수에 올랐던 호주 로이힐 광산으로부터도 1500만톤의 안정적인 물량을 공급받고 있다. 포스코가 이번 가격 급등에 크게 우려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면 광산 투자가 전무한 현대제철은 당장 수익성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특히 브라질산 철광석 수입 비중이 23%에 달해, 원가상승이 불가피하단 전망에 힘이 실린다.
이같은 상황에도 현대제철은 현대·기아차에 공급하는 자동차강판 가격을 인상하기 어려워, 현대중공업 등 조선사와의 후판가격 협상에만 매달려야 하는 처지가 됐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의 원료사업 투자가 잘못된게 아니었단 사실이 또 한번 입증됐다"며 "여러 공급처를 두고 있는 만큼 다른 철강사들에 비해 받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장 가격에만 의존해야 하는 현대제철은 당장 2분기 실적부터 걱정해야 할 처지"라며 "현대·기아차에 자동차강판 가격인상을 요구하기도 어려운 입장이라, 조선사와의 후판가격 협상에 더 적극적으로 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달 25일 브라질에서 발레가 운영하는 페이자오 광산의 광미댐(tailing dam) 중 하나인 1번 댐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브라질 정부는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했고, 이번 사고가 처음이 아니라는 이유로 발레의 가동중단을 명령했다.
결국 발레가 10개의 광미댐 해체를 발표하며, 업계에서는 철광석 공급 차질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