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까프 화승 지난달 회생절차 신청웨이브아이앤씨도 회생절차 진행 중패션 대기업 '선택과 집중' 전략
-
불황과 글로벌 SPA(패스트패션) 브랜드의 공세 속에 패션업계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다.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아웃도어는 물론 최근 성장세가 뚜렷한 스포츠, 액세서리 등 브랜드까지 과감히 접고 있다. 여기에 자금난을 견디지 못한 중소 패션업체가 매물로 나오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현상은 단기간 해소되기 어려워 패션업계의 잔혹사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
◇ 무너진 패션, 줄줄이 법정행·매각설까지
15일 업계에 따르면 화승은 지난달 31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2015년 사모펀드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았지만 업황 부진이 이어지면서 만기 도래한 30억원의 어음을 상환하지 못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채권단에 따르면 화승의 부채는 총 2300억원이다. 한달 이내에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화승은 1953년 설립된 국내 신발 1호 업체인 부산동양고무가 모태다. 르까프와 해외브랜드 케이스위스·머렐 등 3개 업체의 스포츠·아웃도어 제품을 유통하며 급성장했다. 2014년 화승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635억원, 155억원이었다. 하지만 업황이 어려워지면서 2016~2017년 영업적자만 각각 192억원, 256억원을 기록했다.
화승 뿐만 아니다. 시시각각 변화되는 업계 트렌드에 따라가지 못하고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다. 캐주얼 브랜드 스위브를 제작한 웨이브아이앤씨는 지난달 기업회생을 신청, 조만간 인가여부를 결정 짓는다.
2014년 론칭된 스위브는 공격적인 사업 확장과 마케팅을 통한 자금 부담이 가중된 데다 최근 소송에 휘말리면서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진 탓으로 분석된다.
매물로도 등장했다. PAT·엘르 골프 등을 보유한 독립문는 지난해 말 새 주인을 찾기에 나선 바 있다. 국내 최장수 의류기업인 만큼 패션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하지만 매각이 결렬되면서 이와 별개로 휘경동 본사 토지와 건물은 600억원에 팔았다. 회사는 확보한 자금으로 새로운 도약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독립문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매각 이슈가 있었지만 결렬됐다"면서 "올해 19년 창립 72주년을 맞아 진행하고 있는 브랜드 사업을 꾸준히 전개해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난해 말 삼성물산 패션부문을 맡아왔던 이서현 전 사장이 사임하면서 패션 사업 매각설이 정점을 찍기도 했다. -
◇성장 멈춘 패션업계 '몸집 줄이기'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2017년 국내 패션시장 규모는 42조4300억원으로 전년(42조4704억원)보다 감소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성장이 이어졌다.
이에 패션업계는 이익이 나지 않는 브랜드를 접거나 아예 철수하는 등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주력 사업 패션에서 벗어나 화장품, 식품 등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어 변신을 꾀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최근 패션사업부는 YG엔터테인먼트와 함께 론칭한 '노나곤' 브랜드를 운영 5년 만에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네추럴나인은 조만간 청산인 선임을 통해 청산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노나곤은 K패션과 K팝의 만남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실적은 부진했던 것이 철수 이유로 꼽힌다.
현대백화점그룹의 한섬은 핸드백 브랜드 '덱케(DECKE)' 백화점 매장을 철수하기로 하고 각 백화점에 영업 중단을 통보한 상태다. 다만 구체적인 일정에 대해서는 조율 중이다. 현재 매장에서 대규모 세일을 진행하며 재고 소진 중이다.
LF는 본업인 패션보다 부업에 주력하고 있다. 본업인 패션 사업의 의존도를 낮추고 식품과 주거 사업을 키워 생활문화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이다. 그 일환으로 LF는 지난해 11월 국내 3위 부동산 신탁회사 코람코자산신탁 인수하기도 했다. 아울러 식품, 화장품, 가구 등 비패션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지난 2007년 이후 실시한 인수·합병(M&A)만 30여건에 달한다.
코오롱FnC는 2개(C본부·CM사업부)로 나눠져 있던 남성복 사업부를 'M본부'로 통합 운영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여성복, 스포츠 등은 두고 코오롱 FnC의 강점인 스포츠 사업 부문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저가 SPA 브랜드와 고가 명품으로 양극화되면서 올해 시장도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라며 "수익성이 낮은 사업은 과감히 철수하고 고객들의 이목을 끄는 신규 사업에 적극 나서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