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도입 논의 '제자리 걸음'… 딜라이브 인수 손발 묶여황창규 회장 "우리나라만 있는 제도"… 인수 추진 가능성 언급"시장 자율적, 기업 경쟁력 촉진 방향 최우선 고려해야" 주장도
  •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가 국회 파행에 따라 잠정 중단되면서 KT의 인수합병(M&A) 행보에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사와 케이블TV 간 합종연횡 움직임이 급물살을 탄 가운데, 합산규제 재도입 결정이 잇따라 미뤄지면서 KT의 딜라이브 등 인수합병 계획은 미궁에 빠진 모습이다.

    다만 황창규 KT 회장이 합산규제 재도입에 대한 비판적 견해와 함께 인수합병 추진 가능성을 언급함에 따라 향후 유료방송시장의 또 다른 구조 변화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5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및 정보방송통신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가 미뤄지면서 당초 예정됐던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 일정도 무기한 연기됐다.

    합산규제는 유료방송업계(IPTV·위성방송·케이블TV)의 합산 점유율이 33.33%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을 둔 법안으로, 지난해 6월 일몰됐지만 연장 및 재도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국회 과방위는 이날 관련 내용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었다.

    현재 유료방송시장 1위 사업자인 KT(30.86%)의 경우 경쟁사인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이 잇따라 케이블TV 인수를 확정한 것과 달리, 합산규제 재도입 가능성으로 인해 인수합병 추진에 손발이 묶인 상태다.

    앞서 LG유플러스는 케이블TV 1위인 CJ헬로(13.02%)를, SK텔레콤은 2위 사업자인 티브로드(9.86%)의 인수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심사를 거쳐 인수가 확정될 경우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의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은 각각 24.43%, 23.83%로 KT와의 격차는 한 자릿수대로 좁혀진다.

    더욱이 양사의 경우 합산규제 재도입과 관계없이 추가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어 CMB(4.85%), 현대HCN(4.16%) 등과 인수합병 가능성도 거론되는 상황이다.

    합산규제 재도입 여부를 기다리던 KT는 관련 논의 일정이 미뤄지면서 딜라이브 인수 추진에 또다시 난항을 겪게 됐다. 그간 KT는 자회사인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해 케이블TV 점유율 3위인 딜라이브(6.45%) 인수를 적극 검토·추진해왔다.

    다만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가 진행되면서 국회에 전달한 'KT스카이라이프 공공성 회복방안'을 통해 스카이라이프의 케이블TV 우회 인수 중단을 선언한 상태다.

    합산규제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해 온 딜라이브 역시 오는 7월 1조4000억원에 달하는 대출만기가 돌아오는 만큼 매각 추진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재도입 결정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인수자 찾기에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딜라이브 측은 지난 8일 입장문을 통해 "만약 합산규제 도입으로 M&A 논의가 지연될 경우, 7월 말 도래하는 차입금 상환 문제가 3년 전과 달리 더 큰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며 "시장의 자율적 재편과 기업의 경쟁력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됐으면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관련업계에선 합산규제가 KT를 겨냥하고 있는 만큼 KT의 유료방송시장 내 경쟁력 약화를 야기하는 차별적 규제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편 황창규 KT 회장은 현재 진행 중인 'MWC 2019' 행사에서 합산규제 재도입에 대한 비판적 견해와 함께 인수합병 추진 가능성을 언급했다.

    황 회장은 25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헤스페리아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다른 나라에는 없는 규제"라며 "유선에서 무선, 무선에서 미디어로 이미 상당히 넘어왔고 5G와 미디어는 완전히 붙어 있는 상황"이라며 지적했다.

    특히 케이블TV 인수합병과 관련해선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니다"며 인수 추진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방위의 합산규제 재도입 결정이 미뤄지는 상황에서 KT뿐만 아니라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도 추가 인수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실제 재도입이 이뤄질 경우 KT에 대한 역차별 논란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