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단위' 홈플러스 리츠 등 상장 채비 눈길정부도 '활성화' 박차… "고수익률에 국민 관심 증가 기대"
  • ▲ 서울시내 한 부동산중개업소. ⓒ연합뉴스
    ▲ 서울시내 한 부동산중개업소. ⓒ연합뉴스

    국내 부동산시장이 침체 기조를 보이면서 리츠(REITs, Real Estate Investment Trusts) 투자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의 지속적인 부동산시장 압박과 대출규제로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만큼 다수의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신탁펀드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개인투자자들의 참여가 늘어나면서 올해 예상수익률이 국채 수익률보다 최대 6%p 높을 것으로 전망됐다. 여기에 시가총액 2조2000억원 규모의 홈플러스 리츠가 투자자 공모에 나서면서 올해 부동산시장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지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리츠는 다수의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집해 부동산에 투자하는 부동산투자신탁이다. 투자한 부동산을 임대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고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는 구조다. '부동산펀드'와 비교했을 때 실질적으로 큰 차이는 없지만, 공모 리츠의 경우 증시에 상장돼 거래되는 만큼 유동성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국내 리츠 규모는 이미 40조원대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국토교통부 집계 결과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리츠 수는 219개, 리츠 자산 규모는 41조원 수준이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 주요국과 비교할 때 아직도 규모면에서 뒤지지만, 역설적으로 여전히 성장할 여지가 많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해석되고 있다.

    국내 상업용 부동산시장 규모는 500조원가량으로, 리츠 시장은 이 중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반면 미국 리츠 시장은 1800조원 이상으로 평가되며 3000조원에 달하는 미국 상업용 부동산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부동산시장 침체도 국내 상장리츠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요인이다. 정부 정책으로 인해 부동산시장 대출이 어려워진 만큼 리츠를 통해 간접적으로 부동산투자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부동산은 다른 투자자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건당 투자 규모가 크기 때문에 대출을 통한 레버리지 활용이 불가피하다"며 "상대적으로 투자 부담이 작아도 부동산투자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리츠 투자가 부각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리츠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분야는 상장리츠 시장이다. 상장돼 거래되는 만큼 일반 리츠에 비해 투자 집행과 회수, 즉 환금성 면에서 유리하다.

    더구나 국내 경제 규모에 비해 상장리츠 시장이 왜소한 만큼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총 6개 리츠가 상장했는데, NC백화점·복합상가 자산에 투자하고 있는 이리츠코크렙과 판교 알파돔시티 4~6블록 오피스빌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신한알파리츠가 대표적이다. 이들의 시총 규모는 국내 증시 전체 시총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반면 미국시장에서 상장리츠는 증시 전체 시총의 4%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 역시 2%가량으로, 한국 상장리츠보다 규모면에서 앞서 있는 상황이다.

  • ▲ 판교 알파돔시티 전경. ⓒ한국토지주택공사
    ▲ 판교 알파돔시티 전경. ⓒ한국토지주택공사

    리츠의 가장 큰 매력은 배당수익률이 높을 뿐만 아니라 예측가능성도 높다는 점이다. 리츠는 결산 시마다 주주들에게 배당가능이익의 상당 부분(통상 90% 이상)을 의무적으로 배당해야 하기 때문에 주주들에게는 가장 높은 수준의 배당금을 지급하는 투자기구로 꼽힌다.

    배당재원은 리츠 자산을 구성하는 부동산의 임차인이 지불하는 임대료에서 발생하는데, 비용구조가 단순하다보니 손익이 극단적으로 악화되기 어려워 예측가능성이 높다.

    실제 국토부는 KB증권, 한화투자증권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올해 리츠 수익률은 국내 국채 수익률 1.7~1.8%보다 2.8%p에서 최대 5.6%p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리츠코크렙은 지난해 7월부터 6개월간 성과를 바탕으로 이달 연 7% 배당을 공시했다. 신한알파리츠도 주당 공모가 5000원을 기준으로 지난해 12월 연 5.5% 수익을 배당했다.

    이리츠코크렙의 개인투자자 비율도 상장 당시 761명에서 2217명으로 191% 증가했다. 신한알파리츠의 개인투자자도 4749명에서 5384명(이상 2018년 12월 기준)으로 13.4% 늘었다.

    국토부 부동산산업과 관계자는 "이리츠코크렙과 신한알파리츠의 성장은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지속적인 자산 편입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글로벌 리츠의 영업모델이 우리나라 시장에서도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국토부에서도 근로소득자, 개인사업자 등 일반 국민들이 리츠에 쉽게 투자할 수 있도록 상장리츠 활성화를 지속 추진할 계획이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공모·상장리츠 활성화' 방안에 따라 △리츠 상장 규제 개선 △특정금전신탁·펀드의 리츠 투자 규제 완화 △모(母)-자(子) 리츠 활성화 등 공모·상장 활성화 방안 등을 추진 중이다.

    이어 연내 공모·상장리츠의 지원과 사모리츠의 규제 완화 등을 내용으로 하는 '부동산투자회사법' 개정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주택기금 여유자금 관련 지침 개정 및 위원회 심의 등을 통해 차질 없이 추진할 예정이다.

    이 관계자는 "상장리츠의 안정적 성장으로 국민소득이 증가하고 투자부동산시장의 확대와 투명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 자료사진. 홈플러스 스페셜. 뉴데일리DB
    ▲ 자료사진. 홈플러스 스페셜. 뉴데일리DB

    증권가에서도 올해 국내 증시에서 주목할 만한 투자 대상으로 상장리츠를 꼽는다. 리츠 사상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홈플러스 리츠(한국리테일홈플러스제일호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리츠는 1월23일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상장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는 13일까지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한 뒤 18일부터 사흘간 공모청약을 진행한다. 이번 상장은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노무라금융투자, 다이와증권캐피탈마켓코리아 등이 공동 주관사를 맡았다.

    이 리츠는 홈플러스가 전국에 보유하고 있는 51개 매장을 기초 자산으로 홈플러스로부터 임대수익을 받는 구조다. 홈플러스라는 확정 고객이 확보된 만큼 안정적인 배당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또 일부 매장 폐점시 부동산을 매각해 현금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전장치도 마련된 셈이다.

    다만 공모 규모가 워낙 크다보니 투자자들의 관심 역시 어지간한 수준으로는 흥행이 힘들다는 점이 부담이다.

    홈플러스 리츠는 아직 공모가가 확정하지 않았지만, 희망 공모가액 상단을 기준으로 최대 1조7000억원가량을 조달해야 한다. 리츠뿐만 아니라 전체 상장사를 놓고 봐도 최근 1년간 가장 큰 규모다. 국내 상장 시장에서 공모 규모가 조 단위를 넘었던 사례는 2017년 7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마지막이었다.

    개인투자자들 입장에서도 상장리츠가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시장이라는 점에서 부담으로 작용한다. 실제 홈플러스 리츠보다 먼저 상장한 리츠들의 성적은 개인투자자들만 놓고 보면 우수하다고 보기 어렵다.

    지난해 6월 상장한 이리츠코크렙은 기관수요예측에서는 경쟁률 6.29대 1로 흥행에 성공했으나, 일반투자자를 포함한 공모청약에서는 0.45대 1에 불과했다.

    당장은 투자자들을 유인할 수 있는 세 혜택이 부족하다. 리츠의 가장 큰 매력은 높은 배당수익률인데, 아이러니하게 고액투자자 입장에서는 배당에 대한 세금뿐만 아니라 종합소득세에 대한 부담이 존재한다. 리츠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꺼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밖에 아직은 국내 리츠의 투자 대상이 단조롭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일본 상장리츠의 기초자산은 오피스뿐만 아니라 상업시설, 주택, 물류창고 등으로 다양한다. 반면 한국의 경우 대부분 상장리츠의 기초자산이 상업시설과 오피스에 집중돼 있다.

    A금융투자 관계자는 "최근 국내 상장시장에서 조 단위 상장을 찾아보기 어려워진 가운데 홈플러스 리츠가 주목을 받는 것만으로도 리츠 시장은 물론, 시장 전반에도 긍정적"이라며 "여기에 HDC그룹, NH농협금융그룹, 롯데그룹 등 다수의 건설사, 금융회사, 유통회사 등이 리츠 상장을 추진하고 있어 상장리츠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