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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XSW 2019] 시골 음악축제는 어떻게 연 43만명이 찾는 글로벌 행사가 됐을까

SXSW, 지역 음악 축제서 북미 최대의 IT·엔터테인먼트 축제로 성장다양성, 오픈 이노베이션, 풍부한 인프라, 네트워킹이 최대 강점

입력 2019-03-21 11:11 | 수정 2019-03-21 14:05

▲ SXSW Trade Show 2018. ⓒMerrick Ales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이하 SXSW)는 지난 1987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작은 지역 음악 축제로 시작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인천 펜타포트 음악축제,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과 같은 취지의 음악 축제였다.

30여년이 지난 2018년, SXSW는 102개국 43만2500여명의 참가자를 유치한 세계적인 규모의 축제로 발전했다. 그 사이 음악뿐만 아니라 필름, 코미디, 인터랙티브(Interactive)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북미 최대의 IT·엔터테인먼트 페스티벌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텍사스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시작된 음악 축제는 어떻게 매년 세계인들이 찾는 글로벌 행사로 발전할 수 있었을까. 

기자는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 SXSW에 참여해 행사를 취재했다.

오스틴으로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한국에서 꼬박 14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미국 달라스(Dallas) 공항에 도착한 뒤 오스틴으로 가는 비행기로 환승해야 한다. 비행기로 1시간 거리지만 기자가 도착한 날은 기상 악화로 비행기가 결항 돼 하루를 달라스에 묶여 있어야 했다. 차량을 이용하면 4시간을 이동해야 하고 갑자기 차편을 알아보는 것도 여의치 않아 하는 수 없이 다음날 오전 비행기를 탔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오스틴은 미국 하면 떠오르는 도시인 뉴욕이나 LA와는 완전히 다른 시골마을 같은 분위기였다.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숙소로 가는 동안 거리에는 SXSW 배지를 목에 단 수천명의 사람들이 보였다. 사실 배지를 걸지 않은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려웠다. 도시 전체가 거대한 SXSW 행사장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오스틴 시내 거리와 골목에서는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하루 종일 거리 공연을 펼치고 있었고 행사장을 찾은 참가자들은 입구에서 긴 줄을 기다리고 있었다.

글로벌 연사들의 세미나와 기업들의 트레이드쇼(Trade Show)가 진행되는 '오스틴 컨벤션 센터' 근처에는 수백여개의 호텔과 식당들이 밀집돼 있다. 목이 좋은 호텔은 SXSW가 열리기 몇 달 전에 예약을 해야만 겨우 방을 잡을 수 있고 호텔 가격은 평소에 비해 3~4배 이상 뛴다.

SXSW에 도착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SXSW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는 것이다. 이 앱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인스타그램과 같은 세계적인 SNS 못지 않은 편의성을 갖췄다.

모든 행사 스케줄을 확인할 수 있고 자신이 찜한 스케줄을 아이폰과 연동시키면 달력에 자동으로 입력된다. SXSW에 참가한 연사와 기업, 참석자 정보를 검색할 수 있고 이들과 다이렉트 메시지와 이메일을 주고 받을 수 있다. SXSW만을 위한 SNS 역할을 하는 셈이다. 

▲ SXSW 애플리케이션 화면. ⓒ김수경 기자

SXSW 행사 기간 동안 수천개가 넘는 행사와 이벤트가 열리고 수백명의 연사들이 세미나를 진행한다. 너무 많은 이벤트가 동시 다발적으로 열리기 때문에 나만의 스케줄을 꼼꼼하게 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기자는 산업을 다루는 '인터랙티브' 분야를 중점적으로 취재한 만큼 페이스북과 델, 액센츄어 인터랙티브, 코카콜라, 링크드인, 넷플릭스, 벤츠, 소니, 우버, 스텔라 아르투아, 맥킨지앤드컴퍼니 등 다양한 글로벌 기업 정보를 검색했다.

이와 함께 국내 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 SM엔터테인먼트, 카카오, CJ ENM, 현대카드, 현대자동차, 이노션, 한화생명, SK가스, SK디스커버리, 파라다이스시티 등의 기업 관계자들을 검색해 정보를 얻었다. 

SXSW 앱은 내가 검색한 키워드에 속한 참가자들과 이벤트, 부스 등의 정보를 모두 보여준다. 시간과 장소를 미리 확인해 앱으로 스케줄을 짜 두면 모래 속에서 진주를 찾듯이 내게 유용한 콘텐츠만 모을 수 있다.

모든 행사 정보와 세미나는 영어로만 제공되기 때문에 사전에 영어공부도 충분히 해야 한다. 그러나 SXSW에서 언어의 장벽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적극적인 태도다.

SXSW는 '덕후 행사'라고도 불릴 만큼 각 분야에 지대한 관심을 가진 전문가들이 모여 오픈 이노베이션이 활발하게 이뤄진다. 트레이드쇼에 참가한 기업들은 단순 홍보 목적이 아니라 전문가들에게 직접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고 즉석에서 협업과 파트너십을 제안하고 미팅을 잡기도 한다. 이러한 기회도 적극적인 태도를 가진 사람에게만 주어진다.

참가자들의 휴게실 역할을 하는 미트 업 룸(Meet up room)과 오스틴 컨벤션 센터 인근의 식당과 카페 등은 SXSW 네트워크의 장으로 활용됐다. 기자는 미트 업 룸과 식당 등에서 독일의 대규모 종합화학 및 제약회사 바이엘(Bayer), 일본 최대 광고회사 덴츠(Dentsu), 세계적인 광고 회사 그레이(grey) 런던 관계자, 중국 정부 관계자 등을 만나 다양한 의견을 주고 받았다.

바이엘 관계자는 지난 1900년 설립된 바이엘이 오래된 역사를 가진 기업이다 보니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같은 새로운 트렌드를 적용하는 것에 관심이 많아 시장조사를 위해 SXSW를 찾았다고 말했고 중국정부 관계자는 한국의 K팝과 게임 산업에 깊은 관심을 표했다.

덴츠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일본 스타트업들과 부스를 꾸려 SXSW에 참가했으며 그레이의 카피라이터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영감을 얻기 위해 매년 SXSW를 찾고 있다고 했다.

그야말로 살아 움직이는 네트워크의 장이었다.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글로벌 관계자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아이디어를 얻는 것이 너무도 자연스러운 광경이었다. 다양한 산업 분야에 종사하는 수십만명의 관계자들이 거미줄처럼 촘촘한 네트워크를 맺고 이들이 어떤 혁신을 도모할지 상상만해도 흥미로웠다.

밤이 되면 오스틴 거리 전체가 파티장으로 변한다. 수만명의 참가자들은 거리의 클럽과 펍, 바에서 열리는 각종 파티에 참가하고 적극적인 네트워킹 시간을 갖는다. 캐주얼한 분위기에서 술을 한 잔 기울이며 글로벌 참가자들과 친근하게 교류한다. 밤새 울려 퍼지는 음악 소리는 SXSW의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매일 오전 8시부터 밤 늦게까지 다양한 행사가 이어지기 때문에 행사 기간 동안 체력 관리도 필수적이다.

수십만명의 다양한 사람들이 밤새 술을 마시고 행사를 즐기지만 거리 곳곳을 순찰하는 경찰들 덕분에 밤 늦게까지 거리를 안전하게 활보할 수 있다.

▲ 이성수 SM엔터테인먼트 이사가 북미 최대의 IT·엔터테인먼트 페스티벌 SXSW에 연사로 무대에 올라 K팝의 가치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은현주 기자

세계적인 연사들의 세미나는 SXSW 행사의 자랑거리로 꼽힌다. 인기 있는 세미나에는 아침 일찍부터 수 백여명의 긴 줄이 늘어선다.

올해 국내에서는 SM엔터테인먼트 이성수 이사가 연사로 참여해 'K팝의 진정한 가치'를 발표해 글로벌 음악·엔터테인먼트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모든 세미나 세션에는 수화 서비스가 제공된다. 컨벤션 센터 곳곳엔 장애인을 도울 수 있는 봉사자들이 상시 대기하고 있어 장애인들도 행사를 십분 즐길 수 있다.

행사장 근처에는 각종 식당과 함께 다양한 길거리 음식을 맛 볼 수 있는 푸드 트럭들이 즐비해있다. 하루 종일 수만여명의 참가자들이 길거리 음식을 즐기지만 쓰레기통은 늘 깨끗하게 비워진다.

자원봉사자들이 수시로 쓰레기통을 비우고 청소를 하기 때문에 거리 어느 곳에도 쓰레기가 거의 없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물론 길에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참가자도 본 적이 없다.

전용 셔틀 버스가 오스틴 시내를 돌며 참가자들을 실어 나르고 올해 공식 후원사로 참여한 우버가 행사 기간 동안 전동 스쿠터와 전동 자전거를 대여해줘 많은 참가자들이 이를 이용했다. 

SXSW 기간 동안 약 30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행사를 돕는다. 대신 그들은 수십만원에 달하는 SXSW 입장료를 내지 않고 무료로 행사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주머니 사정이 궁한 꿈 많은 청년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기회다. 대부분의 자원봉사자들은 오스틴 지역 주민들이며 이들은 SXSW 행사에 대한 강한 자부심과 애정을 갖고 있었다.

행사장에서 만난 한 자원봉사자는 "매년 SXSW 봉사에 참여하고 있다"며 "좋은일도 하고 공짜로 비싼 축제를 즐길 수 있어서 정말 좋다"고 말했다.

오스틴 지역 경제에도 SXSW는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SXSW로 인한 오스틴 내 경제적 효과는 약 3억5060만 달러(한화 약 385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오스틴 시의 표어는 '오스틴을 이상한 대로 두라(Keep Austin Weird)'다. 이는 SXSW의 슬로건으로도 통용된다. 여기서 말하는 이상함은 다양성을 의미한다. 트위터와 포스퀘어, 스냅챗, 핀터레스트 등의 기업들이 SXSW에서 주목받아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도 다양성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SXSW가 열리는 오스틴은 실리콘 힐(Silicon Hills)로 불리며 실리콘 밸리에 이은 미국 제 2의 스타트업 산실로 꼽힌다. 명문인 UT 오스틴을 포함해 좋은 인적 자원과 다양한 벤처캐피털, 보육업체를 보유하고 있으며 Dell을 비롯한 수많은 IT 기업 클러스터가 형성돼 있어 인프라 또한 훌륭하다.

제 2의 트위터를 꿈꾸는 전세계의 스타트업은 물론, 신사업과 네트워킹 기회를 찾는 글로벌 기업들이 매년 3월 오스틴을 찾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SXSW는 올해 행사가 끝남과 동시에 내년을 준비하고 있다. 2020년 SXSW는 3월 13~22일 열릴 예정이다. 

▲ SXSW 2020. ⓒSXSW

지난 1986년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이 미국 대통령이던 시절, 이메일은 '전자우편'으로 불렸고 주로 대학과 군대에서만 사용됐다. 당시 독일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기 전이었고 128킬로바이트 램(RAM)을 장착한 애플 맥킨토시 컴퓨터가 5500달러(2015년 달러 기준, 한화 약 621만원)에 팔리고 4000만 개의 음악 CD가 날개돋힌 듯 팔려나가던 시기였다.

같은 해 텍사스 오스틴의 '오스틴 크로니클(The Austin Chronicle)' 사무실에서는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의 미래에 대한 비밀 논의가 시작됐다. 이들은 오스틴 지역의 창의적인 음악 커뮤니티가 외부 노출에 있어 심각하게 제한 돼 있다는 데 의견을 함께 했다.

이에 이들은 바깥 세상과의 교류를 위해 오스틴에서 이벤트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이것이 바로 SXSW의 시작이었다.

1987년 3월, 처음으로 SXSW를 시작했을때 예상 방문객 수는 150명이었지만 당일 700명을 넘어섰다. 이후 SXSW는 입소문을 타고 매년 꾸준히 성장했으며 음악과 필름, 코미디, 인터랙티브로 영역을 확대하면서 글로벌 행사로 발전했다.

로랜드 스웬슨(Roland Swenson) SXSW 매니징 디렉터는 "SXSW의 핵심 가치는 창의적인 사람들이 글로벌 참가자들과 교류하며 자신의 커리어를 발전시켜 가는 것"이라며 "평생에 한 번은 꼭 경험해 봐야 할 행사"라고 밝혔다. 
김수경 기자 muse@newdaily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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