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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를 만들기 위해 10년 넘게 연구했지만 사업화를 하지 못했습니다. 2000년대 이후 유가가 급락하면서 화학제품의 원가경쟁력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원가경쟁력 확보가 안 되면 기술이 있어도 상품화 못 합니다. '친환경 트렌드' 분명히 계속 갑니다. CJ제일제당은 원가경쟁력을 가지고 갈 수 있는 결과를 내야하고, 바로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글로벌 바이오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CJ제일제당의 다음 과제는 '친환경 플라스틱'이다. CJ제일제당이 통합연구소 'CJ 블로썸파크'를 중심으로 바이오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한다. 투자 금액을 높이는 한편, 향후 타겟으로는 항생제를 대체할 '항질병 영역'과 '친환경 플라스틱'을 실현할 수 있는 '생분해 소재'를 내세웠다. 한국에서 시작된 바이오 기술 개발은 전세계로 퍼져 글로벌 바이오 시장의 척도를 바꾸고 있다. 이와 관련 CJ제일제당 바이오 사업을 이끄는 김소영 바이오기술연구소장(부사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 부사장은 27일 오전 "CJ제일제당은 글로벌 상위권을 달리는 바이오 기업이지만 아직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5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CJ제일제당의 바이오 사업은 1964년 MSG사업을 처음으로, 현재는 글로벌 1위 품목을 5개나 보유하고 있는 유일한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바이오 사업 분야는 크게 레드, 화이트, 그린 바이오의 세 분야로 구분된다. 레드 바이오(Red Biotech)는 바이오 제약사업(의약기술)을, 화이트 바이오(White Biotech)는 바이오 에너지와 바이오 공정, 환경친화적인 소재를 말한다. CJ제일제당이 주력하고 있는 그린 바이오(Green Biotech)는 생물체의 기능과 정보를 활용해 각종 유용한 물질을 대량 생산하는 산업으로, 바이오식품, 생물농업 등 미생물 및 식물을 기반으로 새로운 기능성 소재와 식물종자, 첨가물 등을 만들어내는 분야다. CJ제일제당 외에 에보닉(독일), 아지노모토(일본) 등의 글로벌 기업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시장이기도 하다.
김 부사장은 "CJ제일제당은 국내 독보적 1위 식품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린 바이오, 특히 사료용 아미노산 분야에서 이미 세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보유한 기업"이라며 "그린 바이오는 오래되고 전통적인, 식품과 농업 분야에 관여하는 사업 분야로 곡물을 원료로 해 미생물을 만들고 식품분야나 농업분야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전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그린 바이오 사업으로만 2조7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달성했다. 이는 국내 중대형 식품기업이나 제약기업들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특히 매출의 95%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어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도 성장세를 유지하며 연간 매출 3조원을 돌파할 것이 확실시된다.
김 부사장은 "매출 중 사료용 아미노산이 약 60%, 식품용 맛 소재 아미노산, 즉 핵산이 20%를 차지하고 있다"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료용 아미노산은 영양 균형을 맞춰주어 단백질 과잉 공급을 억제, 배출되는 암모니아를 저감해 환경보호에 도움을 주고, 가축 성장을 촉진에 농가 경제 증진에도 도움을 준다"고 강조했다.
CJ제일제당은 1991년 CJ그룹의 첫번째 해외 생산기지인 인도네시아 파수루안(Pasuruan) 공장에서 라이신 생산을 시작하며 사료용 아미노산 사업에 뛰어 들었다. 이후 2000년 쓰레오닌, 2010년 트립토판, 2013년 알지닌과 2014년 발린에 이어 2015년에는 세계 최초로 L-메치오닌을 생산하는 등 30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글로벌 최고 수준의 포트폴리오를 갖추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린 바이오의 가장 대표적인 제품 중 하나인 ‘라이신(Lysine)’은 동물 사료에 첨가되는 필수 아미노산이다. 라이신은 필수 아미노산의 일종으로, 가축의 경우 사료에 포함된 콩, 옥수수 등을 통해 섭취가 가능하나 일반적으로 곡물만을 통해 성장에 필요한 라이신을 충분히 공급받기 어렵다. 따라서 제품화된 라이신 첨가를 통해 동물이 섭취하는 사료의 영양 균형을 조절하고 체내 단백질 합성을 도와 생육을 촉진할 수 있다.
김 부사장은 "아미노산은 체내 단백질을 구성하는 20가지 생체물질로 면역강화, 피로회복 등의 생리적 기능을 수행한다"며 "당으로 발효를 통해 아미노산을 만들고 사료로 동물에게 주게 되면 다시 배출돼 식물로 돌아가는 완벽한 리사이클이 실현된다"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은 친환경 발효공법과 우수 균주 개발을 통해 사료용 아미노산중에서도 시장 규모가 가장 큰 라이신 생산규모와 시장점유율 모두 1위에 올라있으며,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과 원가 경쟁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지난 2008년경 급성장하고 있던 중국 시장에 선제적으로 진출하면서 생산과 수요의 균형이 맞기 시작했고, 경쟁사 대비 우월한 품질 경쟁력을 바탕으로 큰 폭의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현재 CJ제일제당은 중국과 동남아시아, 북미와 남미 전역에 라이신 생산기지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부사장은 "각 지역마다 공장 가지고 있는 업체는 CJ제일제당이 유일하다"며 "가장 근거리에서 고품질의 라이신을 직접 공급할 수 있어 경제적인 이점이 있다"고 전했다.
◇ 세계 최초 친환경 발효공법 'L-메치오닌'
라이신과 트립토판 등 주력 사업이 성장을 거듭하며 본 궤도에 올랐지만 CJ제일제당은 더 많은 아미노산을 발효 공법으로 만들어 내기 위한 연구개발을 늦추지 않았다. 그중 가장 의미있는 결과물이 지난 2015년 말레이시아에서 첫 생산한 ‘L-메치오닌(L-Methionine)’이다. -
글로벌 메치오닌 시장 2017년 34억달러 규모로 추정되고, 2022년에는 45억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김 부사장은 "CJ제일제당의 공법은 원료와 생산과정이 친환경적일뿐 아니라, 생산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도 모두 재활용할 수 있어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환경 친화적인 아미노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머지않은 시점에 여섯 번째 글로벌 1위 품목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CJ제일제당은 최근 아미노산 시장의 흐름이 사료용 아미노산에서 기능성 아미노산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것을 간파하고, L-메치오닌 이후로도 발효 공법을 활용한 신규 아미노산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16년에는 역시 친환경 공법으로 생산하는 기능성 아미노산 ‘시스테인(Cysteine)’을, 2017년에는 고부가가치 품목으로 주목받고 있는 ‘히스티딘(Histidine)’을 생산하기 시작했고, 지난해 말에는 근육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필수 아미노산 ‘이소류신(Isoleucine)’ 양산에 착수했다. 이들 제품 모두 친환경 발효공법이 적용된 제품이다.
글로벌 시장에 후발 주자로 뛰어들었지만 R&D 분야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 최고 수준의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며 단기간에 세계적 그린 바이오 기업 반열에 오른 CJ제일제당은 다가올 시장 변화를 선도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No.1 바이오 기업’으로 올라서겠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기준 바이오 관련 특허 2974개를 가지고 있다. 지난 2016년에는 중국의 기능성 아미노산 업체 하이더를 인수하고 미국의 바이오 기업 메타볼릭스의 지적재산권 등 자산을 사들였다.
2015년(2112개) 과 비교해 3년만에 800개가 넘는 지적재산권을 확보한 것이다. CJ제일제당은 아미노산과 식품조미소재 중심의 포트폴리오 영역을 식물 영양, 질병 대응, 친환경 신소재 등의 혁신적 신규 품목까지 확장하기 위한 연구개발을 지속해 지적재산권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고수익 사업의 성장을 통해 확보한 자원을 다시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이를 통해 확보된 기술 경쟁력으로 다시 고부가가치 사업을 성장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김 부사장은 "사료용 아미노산 등을 천연과 가깝게 만드는 바이오 공법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겠다"며 "향후 타겟은 항생제를 대체하고 프로바이오틱스 등 면역력을 높이는 항질병영역, 친환경 플라스틱 등 생분해 소재 분야 등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곡물을, 당을 원료로 해서 유용한 가치 만들고 폐기물들이 식물로 돌아가는, 환경과 친하고 인간에게 이로운 기술과 사업을 만들어가는것이 CJ제일제당이 그리는 바이오사업의 미래 모습"이라며 "친환경 트렌드는 분명히 커진다"고 확신했다.
한편 김 부사장은 친환경 플라스틱 개발 성공 과제로 원가 경쟁력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 부사장은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를 만들려고 10년 넘게 연구했지만 사업화를 하지 못했다. 2000년대 이후 유가가 급락하면서 화학제품의 원가경쟁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며 "친환경 트렌드가 이어질 것은 확실하지만 (친환경 플라스틱이 개발되더라도) 원가 경쟁력 확보가 안 되면 상품화는 못 한다. CJ제일제당은 떨어진 유가와 상관없이 원가 경쟁력을 가지고 갈 수 있는 결과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