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免, 지난해 T1 면세 사업 철수로 시장점유율 39.8%로 하락지난달부터 외국인 대상 현금 지원 마케팅신라·신세계免 동참, 중소·중견 업체 부담 목소리도
  • ▲ 지난달 25일 호주 브리즈번 공항에서 열린 롯데면세점 그랜드 오픈 행사에서 이갑(왼쪽에서 세번째)롯데면세점 대표이사가 관계자들과 함께 롯데면세점 브리즈번 공항점을 둘러보고 있다./ⓒ롯데면세점
    ▲ 지난달 25일 호주 브리즈번 공항에서 열린 롯데면세점 그랜드 오픈 행사에서 이갑(왼쪽에서 세번째)롯데면세점 대표이사가 관계자들과 함께 롯데면세점 브리즈번 공항점을 둘러보고 있다./ⓒ롯데면세점
    롯데면세점이 외국인 면세점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구매 금액의 10% 가량 현금 지원에 나섰다. 경쟁사 역시 이같은 마케팅에 동참하면서 면세시장의 '다이공(보따리상) 모시기'는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업계에선 다이공만 배불리는 제살 깍아먹기 마케팅이라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5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2018년 롯데면세점의 시장점유율은 39.8%까지 떨어졌다. 2017년 41.9%과 비교하면 점유율이 30%대로 주저앉았다. 이는 지난 1980년 롯데면세점 창사 이래 가장 낮은 시장 점유율이다. 업계는 8000억원의 매출을 책임져온 인천국제공항 T1 면세 사업3곳을 철수한 것이 점유율 하락의 큰 원인으로 분석했다.

    면세점 한 관계자는 “지난해 롯데면세점이 인천공항 내 면세점 사업을 철수하면서 점유율이 6% 가량 떨어진 반면, 신세계 면세점이 들어오면서 신세계 점유율은 늘어났다”고 전했다.
  • ▲ 지난달 24부터 롯데면세점 소공점에서는 중국인 등 외국인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현금 지원 마케팅을 시작했다. 구매금액의 10%를 선불카드로 증정하기 시작한 것ⓒ뉴데일리
    ▲ 지난달 24부터 롯데면세점 소공점에서는 중국인 등 외국인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현금 지원 마케팅을 시작했다. 구매금액의 10%를 선불카드로 증정하기 시작한 것ⓒ뉴데일리
    롯데면세점 소공점은 지난달 24일부터 중국인 등 외국인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현금 지원 마케팅을 시작했다. 구매금액의 10%를 선불카드로 증정하기 시작한 것. 1000불(한화 약 114만원) 이상 구매시 10만원을 지원하고, 1500불(한화 약 171만원) 이상 구매시 15만원의 현금을 지급한다.

    강남에 위치한 롯데면세점 롯데월드타워점의 경우 1000불 이상 구매시 10%의 현금카드 외에도 추가로 5만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사 역시 현금 지원 마케팅을 시작했다. 신라면세점 서울점의 경우 지난 4일부터 화장품·패션용품을 구매시 1000불이상 구매시 10만원을 지원하고, 500불(한화 약 171만원) 이상 구매시 15만원의 현금을 지급한다. 여기에 3500불(한화 약 398만원)이상 구매시 45만원의 현금을 추가로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 면세점 역시 5일부터 현금 증정 이벤트에 동참했다. 700불(한화 약 80만원) 이상 구매시 3만원을, 1000불 이상 구매시 8만원을, 1500불 이상 17만원을 증정했다. 구매 금액이 높을수록 높은 현금카드를 지급했다. 2000불(한화 약 228만원)이상 구매시 22만원, 3000불(약 341만원) 이상 구매시 40만원 상당의 현금카드를 지원했다.

    여기에 신세계면세점도 강남점에서 1000불 이상 구매시 10% 상당의 현금카드 외에 5만원에 추가 현금카드를 증정하고 있다. 

    A 면세점 측은 “선불카드 이벤트는 종종 있었지만, 스팟성으로 진행됐었다"며 "(롯데면세점이) 10일이 넘도록 대대적인 마케팅을 벌이는 것은 결정권자인 윗선의 승인이 없이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규모 마케팅비용이 투입되는 만큼 경영자의 지원이 있어야 가능하지 않냐는 설명이다. 이어 "1위 롯데면세점이 장기전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업계가 (현금 마케팅을) 따라 갈 수 밖에 없는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B 면세점 관계자는 “면세 시장이 치열해지다 보니 마케팅 쪽으로는 관망하고 있다. 송객수수료를 제한하는 것을 법제화해서 시장이 빨리 안정화 되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는 시내면세점의 과도한 마케팅에 우려섞인 목소리를 전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따리상에 기본적으로 송객수수료가 20% 지급되고 있다. 여기에 구매금액의 10%가 추가적으로 지원된다면, 총 30%대의 지원금이 다이공에게 나가는 셈"이라며 "강남에 면세점이 신규 오픈했을 때를 제외하고, 이러한 경쟁 과열은 흔한 일이 아니다"고 전했다.

    반면 롯데면세점 측은 이러한 현금 지원 마케팅이 이미 수년 전부터 계속됐던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3년 전부터 신세계부터 시작해 롯데, 신라가 현금 마케팅을 잇따라 시작했다. 실제로 금액이 커지면 신라 면세점이 증정하는 금액이 더 크다. 일시적으로 진행하는 행사 때문에 경쟁사의 매출이 빠졌다는 것은 근거 없는 말”이라고 말했다.
  • ▲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일정 금액 이상 구매시 현금 카드를 지원하는 이벤트를 지난 4일부터 시작했다.ⓒ뉴데일리
    ▲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일정 금액 이상 구매시 현금 카드를 지원하는 이벤트를 지난 4일부터 시작했다.ⓒ뉴데일리
    일각에서는 대기업 면세점들의 과도한 마케팅으로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달리는 중소·중견 업체들의 부담이 커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대기업·중소 면세점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심화하고 있다. 특히 롯데 명동점, 호텔신라 장충동점, 신세계 명동점 단 3개 점포의 매출은 9조729억원으로 전체의 절반에 달한다. 롯데 명동점 매출은 4조2023억원으로 단일 점포로는 세계 최고다. 반면 SM면세점 등 10여개 중소 면세점의 시장점유율은 일제히 하락했다. 시티·삼익 면세점은 아예 문을 닫았다. 

    대기업·중소 간 수수료 격차도 컸다. 빅3 등 대기업은 지난해 1조2767억원을 송객수수료로 지불한 데 반해 중소 면세점은 414억원에 그쳤다.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총알이 30배 차이가 나는 셈이다. 유커가 현저히 줄어들고, 사실상 면세점업이 다이공 모시기에 접어든 시점에서 자금력이 달리는 중소 면세점의 입지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밑지고 팔더라도 시장점유율을 높이겠다는 것”이라며 “다이공 덕에 매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지만, 다이공에 들어가는 송객수수료 등 비용을 감안하면 남는 게 많지 않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과도한 마케팅에 의지하게 되고 결국 시장 자체가 기형적으로 변하게 된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