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요구는 1년 단위 MOU도 무시하는 꼼수 전략금융당국 "30년도 모자라 3년 더 달라는건 무리" 냉랭
  • ▲ 산업은행을 포함한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내놓은 자구안에 대해 '미흡' 판정을 내렸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뉴데일리
    ▲ 산업은행을 포함한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내놓은 자구안에 대해 '미흡' 판정을 내렸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뉴데일리
    산업은행을 포함한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내놓은 자구안에 대해 '미흡' 판정을 내렸다.

    금호 측의 자구안에는 사재출연 또는 유상증자 등 실질적인 방안이 빠져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11일 산업은행에 따르면 제 1금융권 9개 은행으로 구성된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은 회의를 열고 금호그룹이 제시한 자구안에 대해 논의, 이같이 결론을 내렸다. 


    ◇ 금호 "금호고속 지분 4.8%에 5000억 지원 달라" 

    금호 측은 대주주 일가의 주식을 담보로 채권단에 5천억원의 추가 지원 자금을 요청했다. 또 1년 단위의 재무구조개선 약정(MOU)기간을 3년으로 늘려달라고 했다. 

    이에 채권단은 "사재 출연 또는 유상증자 등 실질적 방안이 없다"면서 "금호가 제시한 자구안에 따라 금호 측이 요청한 5천억원을 채권단이 지원하더라도 시장 조달의 불확실성으로 채권단의 추가 자금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산은은 이같은 채권단 회의 결과를 금호 측에 전달했다. 

    채권단의 '미흡' 판정은 사실상 예정된 수순이라는 평가가 많다. 

    금호그룹이 채권단에 신규자금을 요청하면서 새롭게 내놓기로 한 담보는 박삼구 전 회장의 부인과 딸이 보유하고 있는 금호고속 지분 4.8%가 유일하다. 

    금호고속은 비상장회사라 정확한 가치를 따지기 어렵지만 시장의 평가액은 200억원 규모에 불과하다. 금호그룹은 200억원의 담보를 제공하고 5000억원의 신규 자금 지원을 요청한 셈이다. 

    박 전 회장이 본인과 아들인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이 보유한 금호고속 주식 42.7% 역시 추가로 담보로 내놓겠다고 했으나 이 주식은 금호타이어 대출을 위해 이미 산업은행에 담보로 제공된 상태다. 

    금융권에서 산업은행이 금호고속 4.8% 지분을 담보로 5000억원을 신규지원할 경우 특혜논란이 불거질 수 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 최종구 금융위원장 "30년 줬는데 3년 더 줘야 하느냐"

    금호 측은 3년 내 경영정상화를 이루지 못할 경우,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즉, 3년 내 경영정상화를 반드시 이루겠다는 의미인데 여기에는 정치적인 고려가 깔려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과 1년 단위로 MOU를 체결해왔는데 3년으로 기간을 늘릴 경우, 내년 총선이나 향후 대선 과정에서 호남 기업임을 앞세워 또 다른 해법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호아시아나를 지켜보는 금융당국의 입장 역시 강경하다. 

    같은날 오전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금호의 자구안에 대해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퇴진하겠다고 하면서 또 3년의 기회를 달라는 게 어떤 의미인지 잘 봐야한다"고 비판했다. 

    최 위원장은 "박 전 회장이 물러나면 아들이 경영하는데 뭐가 달라진다고 하는지 이런 것까지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동안 아시아나 경영진에게 시간이 없지 않았다"면서 "30년을 줬는데 3년을 더 달라는 의미에 대해서는 채권단이 판단할 것"이라 했다. 

    박 전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나 아들인 박세창 사장이 경영권을 유지할 경우 달라질 게 없다는 입장이다.  채권단이 자구안을 거부함에 따라 다시 공은 금호 측으로 넘어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