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금상선 중국 노선 강점에도 통합 제외합병 시너지 효과 보장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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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금상선과 흥아해운이 오랜 진통 끝에 통합 작업에 첫 발을 내딛었지만, 기대와는 달리 우려의 목소리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장금상선의 동남아 컨테이너사업 부문만 통합하는 방식도 실익 없는 보여주기식이라는 지적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해운업계 4, 5위인 장금상선과 흥아해운은 지난 11일 기본합의서를 체결하고 본격적인 통합 작업에 나섰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선복량이 8만8260TEU(1TEU는 6m짜리 컨테이너 1개)로 늘어나 국내 3위, 세계 19위 수준의 선사로 올라선다. 

    이에 따라 아시아 역내 시장은 중형선사인 고려해운과 장금·흥아 통합법인과 다수의 소형선사 체제로 개편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비용 절감 뿐만 아니라 낮은 운임으로 국제 시장에서 경쟁력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통합의 실효성을 두고는 의문이 제기된다. 통합법인은 흥아해운 컨테이너 사업 부문과 장금상선 동남아 컨테이너사업 부문으로 출범한다. 급격한 통합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한다는 명목이지만, 문제는 여기에 있다.

    장금상선의 경우 중국 노선이 강점으로 전체 노선의 절반을 차지한다. 반면 동남아 노선은 오랜 공급과잉에 수요부진이 겹치면서 적자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흥아해운에 장금상선의 부실만 얹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두 회사의 합병 시너지 효과도 보장할 수 없다. 업계에서는 장금상선이 최대한 본인에게 유리한 조건을 제시했고, 흥아해운은 정부 지원으로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통합을 결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어떻게 보면 두 회사 모두 각자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절충점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지만, 해운업계 차원에서는 통합의 의미가 없어졌다는 지적이다. 두 회사가 오는 10월까지 통합법인 설립을 마무리 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장금상선과 흥아해운은 지난 2017년 한국해운연합(KSP)이 설립된 이후 컨테이너부문 통합을 위한 과정에 착수했다. 장금상선은 아시아 역내 항로에서 1위 선사로 도약하고, 흥아해운은 안정적인 영업기반을 구축한다는 목표였다. 

    그렇지만 흥아해운의 재무구조가 악화되면서 통합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흥아해운의 재무상황이 악화돼 통합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이 때문에 동남아사업 부문을 먼저 합치는 단계적인 통합절차를 대안으로 택한 것이다. 

    실제로 흥아해운은 2018년 연결 기준 매출 7539억원, 영업손실 367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매출이 8000억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4년 이후 처음이다. 매출 감소에 수익성도 악화됐다. 영업손실은 전년 대비 두배 이상 늘어났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걱정도 커지고 있다. 실적 악화에 고전하는 흥아해운과 적자 노선인 장금상선의 동남아 부문이 합쳐지면 둘다 같이 부실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장금상선도 3%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어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흥아해운은 이번달 서울 소공동 한진빌딩에서 장금상선 본사가 있는 서울 북창동 해남빌딩으로 사무실을 옮기면서 사실상 공동영업을 시작한다. 운영시스템도 장금상선 시스템을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업계 치킨게임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장금상선과 흥아해운의 통합만으로 한국 해운 경쟁력을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아시아 컨테이너선 시장은 현재 출혈경쟁이 가속화되면서 업황이 악화되고 있다.

    이 때문에 장금상선과 흥아해운 뿐만 아니라 고려해운 등 다른 중소 선사들도 통합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선사들은 각자 다른 이유를 앞세워 통합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장금상선과 흥아해운의 통합은 선복량은 커지지만, 통합 법인에 부실만 얹는 방식이라 단순히 보여주기식에 가깝다"며 "우리나라가 뒤늦게 합병을 통한 '덩치 키우기'에 나선 만큼, 정부와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지원과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