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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업계에 '인보사 사태'로 인한 불똥이 튀고 있다. 업계의 숙원 법안인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하 첨단바이오법)'에 시민단체가 발목을 건 것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이하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해당 기자회견에서 무상의료운동본부는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 사태와 관련해 코오롱생명과학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를 강도 높게 질타했다.
더 나아가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식약처에 첨단바이오법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첨단바이오법이 규제 완화가 '제2의 인보사 사태'를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인보사는 '제2의 황우석 사태'라 할 수 있으며 사기 기업인 코오롱생명과학과 이를 방조한 식약처를 방치한다면 이러한 사태가 계속 발생할 것"이라며 "지금 국회에서 논의되는 첨단재생바이오법이야말로 제2의 인보사 사태를 양산할 법안으로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첨단바이오법은 ▲희귀질환 바이오의약품 우선 심사 ▲개발사 맞춤형 단계별 사전 심사 ▲유효성이 충분히 입증된 경우 조건부 허가 등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다. 바이오 업계에서는 이 법이 제정되면 바이오의약품 개발 기간이 4~5년 단축되고, 희귀·난치질환자의 치료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3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첨단바이오법을 의결했으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4일 해당 법을 법안심사 제2소위원회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 첨단바이오법이 계류된 상황에서 시민단체까지 반대에 나서자, 바이오 업계에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개별 기업의 문제로 인해 바이오 업계가 전체적으로 연대 책임을 지는 양상으로 번지는 것에 대해 억울해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개별 기업의 사안을 갖고 업계 전체를 불확실성으로 몰아넣고 의심하거나 규제를 강화하는 건 정책적으로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바이오 업계는 인보사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바이오의약품을 제대로 규제할 수 있는 첨단바이오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주장해 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산업에 대해 잘 모르고 하는 얘기"라며 "첨단바이오법이 통과돼야 바이오의약품을 보다 철저하게 규제하고 관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서는 식약처도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앞서 식약처는 15일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인보사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첨단바이오법 제정 추진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이달 내에 첨단바이오법 제정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회가 지난 8일 '4월 국회'에 돌입했기 때문에 제2소위에서 해당 법이 통과되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첨단바이오법의 제2소위 회부를 결정했던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도 법사위 간사로서 힘을 보탤 것으로 전망된다. 오 의원은 "4월 국회가 열리면 조속한 시일 내에 다시 심의가 이뤄져 (첨단바이오법이) 처리되도록 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4월 임시국회가 파행으로 치달으면서 이달 내 제정 여부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제2소위 날짜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점도 불안 요소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인보사 논란으로 첨단바이오법 제정이 늦춰져선 안될 것"이라며 "미국, 유럽, 일본에서 적용 중인 세포·유전자치료제 관련 법률과 같이 우리도 바이오의약품 안전과 유효성을 세심하게 관리할 수 있는 법안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한편, 인보사는 지난달 31일 허가 당시 기재된 세포와 다른 세포가 발견돼 유통·판매가 중지됐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의 국내 허가신청 당시 주성분인 형질전환세포(TC)가 'TGF-β1 유전자 도입 동종 유래 연골세포'라고 표기했으나, 최근 검사 결과에서는 'TGF-β1이 삽입된 신장 유래세포(GP2-293·이하 293세포)'인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