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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노동조합이 또다시 파업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군산공장 폐쇄 이후 한국시장 철수설 등에 시달리며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미래 성장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는 신설법인인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GMTCK)’ 조합원 2066명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노조 관계자는 “찬반투표를 통해 쟁의권을 확보하게 되면 사측과 집중 교섭을 진행하고, 진전된 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 파업권을 행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교섭안 핵심은 기존 단협내용 승계 여부다.
신설법인 노조는 회사가 기존 단협내용을 변경하려는 것에 반발하고 있다. 특히 차등 성과급 도입, 징계 범위 확대, 정리해고 일방 통보 가능성을 문제 삼고 있다.
회사 측은 신설법인은 연구·개발이라는 업무 특성을 고려해 단협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설 법인이 글로벌 GM과 협업해 R&D 역량을 키우는 데 목적이 있어 일부 단협을 변경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GMTCK가 사측과 합의에 실패해 파업에 나설 경우 한국지엠이 담당한 글로벌 신차개발에 차질이 생기게 된다. 신설법인은 한국지엠에 생산배정이 확정된 차세대 준중형 SUV와 CUV 모델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올 하반기부터는 준중형 SUV 개발·생산을 위한 설비 정비를 끝내고 시험차량 생산을 시작한다.
이외에도 GMTCK는 다른 지역에서 개발하고 있는 글로벌 신차 개발과 관련해 협업 중이다.
신설법인이 파업할 경우 당장 생산 차질 문제보다는 신차개발 일정이 늦어지면서 GM본사에서 압박이 가해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군산공장 폐쇄 이후 연이은 실적악화로 인해 적자폭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계속되는 한국시장 철수설과 노사의 불협화음으로 판매 회복도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다.지난 1분기 한국지엠 판매량은 1만6650대로 르노삼성과 고작 13대 차이로 4위를 기록한 바 있다. 군산공장 폐쇄 소식으로 힘들었던 작년 1분기와 비교해서도 16.4% 감소한 수치다.
여기에 파업마저 겹친다면 한국지엠은 내수 실적 악화와 더불어 신차개발까지 늦어지는 이중고를 겪게 된다. 이는 간신히 회복하고 있는 고객 신뢰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이번 쟁의행위 찬반투표는 파업권을 획득하기 위한 절차 중 하나일 뿐이지 곧바로 파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단협과 관련해서는 노조와 원만한 합의를 이뤄내기 위해 계속해서 대화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15일 중앙노동위원회는 노사 간 견해차가 커 조정이 어렵다며 조정중지 결정을 내렸다. 이번 찬반투표에서 조합원 과반수가 찬성하면 한국지엠은 합법적인 파업권을 얻게 된다.
노사는 GMTCK의 단체협약 개정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최근까지 9차례 협상 테이블을 마주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