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갤러리아, 1000억원 이상 적자 낸 면세점 사업 4년여만에 철수태양광 사업도 4년 가량 적자 기록했지만 뚝심으로 버텨 흑자전환 달성'선택과 집중' 일환으로 일사분란하게 그룹 내 역량이 집결되는 분위기
  • ▲ 김승연 한화 회장.ⓒ한화그룹
    ▲ 김승연 한화 회장.ⓒ한화그룹

    한화그룹이 롯데카드 포기에 이어 면세점 철수까지 결정하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승부사 기질이 강한 김승연 회장이 삼성과의 방산 및 화학 부문 빅딜에 이어 또 한번 파란을 일으킬지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갤러리아는 지난 29일 이사회 의결을 통해 갤러리아면세점 63의 영업을 9월에 종료한다고 밝혔다.

    2015년 12월 면세 사업에 진출한지 4년여만이다. 그동안 1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봤다는 것이 면세점 철수의 이유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단순히 실적 부진만으로 김승연 회장이 어렵게 얻은 기회를 차버리지 않았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김 회장의 성향으로 봤을 때 몇년 적자를 기록했다고 사업을 포기했을거면 태양광은 이미 진작에 접었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업 초기 4년 가량 적자를 봤지만, 2015년 한화큐셀이 흑자전환했던 사례가 있다. 뚝심 있는 김 회장이 그같은 결정을 한 것은 다른 속내가 있을 것이란 얘기다.

    앞서 한화그룹은 롯데카드 인수전에서 예비입찰에 참여하며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다가 막판에 본입찰에 불참했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제대로 붙어보지도 않고 링에 오르기를 포기한 것 역시 김 회장의 기질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한화그룹은 M&A를 통해 성장한 대기업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아시아나항공이라는 매물이 시장에 공식적으로 나오면서 김 회장 눈에는 롯데카드와 면세점이 성에 차지 않았을 것이란 게 재계의 관측이다. 아시아나 인수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재도약할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항공사업은 전통적으로 일반적인 제조업과 달리 럭셔리하고 품격 있는 사업으로 여겨진다. 김승연 회장을 비롯해 한화그룹의 격을 높여주고, 전 세계를 누비며 탑승객들에게 홍보할 수 있는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하는 것이 항공기이다.

    특히, 김 회장의 둘째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와 독일에서 외식사업을 시작한 셋째 김동선 전 팀장의 일탈행위는 아픈 기억이다. 이런 이미지를 쇄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일부 있다.

    결국 재계는 한화그룹이 진행 중이던 M&A를 포기하고, 부진했던 사업을 정리하면서 실탄을 확보하는 등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한화그룹은 여전히 손사래를 치고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해 전혀 검토한 바 없다”며 “외부에서 그렇게 보고 있지만, 내부 분위기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과의 빅딜로 인수했던 4사를 비롯해 그룹 전반적인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또 하나의 강력한 인수 후보로 꼽히는 SK그룹은 대규모 투자로 정부에 눈도장을 확실히 찍고 있다.

    삼성전자의 133조원 투자에 이어 SK하이닉스의 120조원 투자는 문재인 대통령을 흡족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9일 청와대에서 수석 보좌관 회의를 하면서 “삼성 133조와 SK 120조 투자계획은 경제에 반가운 소식이다”라고 치켜세웠다. 이외에도 최태원 회장은 사회적가치 창출에 힘을 쏟으면서 문 정부의 철학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정부와의 적극적인 소통 및 구애로 총애를 받고 있는 SK그룹과 모든 역량을 하나로 집중하면서 포커페이스를 펼치고 있는 한화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 정면 대결을 펼칠지 벌써부터 초미의 관심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