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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지난해 상승폭보다 높게 책정하면서 주택 '거래절벽' 현상이 심화될 전망이다. 특히 '주택시장 안정화'라는 이유로 규제 정책을 펴고 있는 정부 기조가 바뀔 가능성이 낮은 가운데 공급과잉까지 더해져 주택경기 침체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세금이 부과되기전 이를 피하기 위한 다주택자의 급매물이 나올 가능성도 있어 거래량이 다소 늘어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9일 '2019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확정해 발표했다. 전국 아파트 평균 공시가격 상승률은 5.24%로, 지난해(5.02%)보다 0.22%포인트(p) 올랐다.
하지만 서울은 14.02% 올라 전국 평균보다 3배 가까이 올랐으며 지난해(10.19%)보다 상승폭이 3.83%p 커졌다. 2007년 이후 12년만에 최대 상승률이다.
이번 공시가격은 올해 보유세, 건강보험료 등 세금부과 기준으로 활용되다보니 전문가들은 주택 거래절벽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서울을 중심으로 공시가격이 크게 올라 보유세 부담이 늘어나게 됐다"며 "하지만 공시가격은 이미 시장에 선반영돼 있어 당장 집값 하락보다 거래둔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주택경기는 연일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매매가격은 전월대비 0.10%, 서울은 0.08%, 수도권은 0.07% 하락했다.
주택 거래량도 지난해에 비해 반토막이 났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3월 기준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은 5만1357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4.7% 감소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6년 이후 최저치다.
업계에서는 이런 상황에 공시가격 인상까지 겹쳐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 2012년처럼 주택거래시장이 장기 침체로 접어드는 전조가 시작됐다는 보고서도 나온 상황이다.
KB경영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거래 침체로 본 주택시장 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 매매 거래량 변화는 주택경기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데 최근의 분위기는 2012년 전후 주택거래시장 위축이 장기화하는 모습과 유사하다"고 진단했다.
2012년 당시 주택 거래량이 빠르게 감소하기 시작해 15개월 가량 감소세가 지속돼 주택가격 하락이 본격화됐다. 이후 수도권은 거래량 감소와 준공후 미분양이 증가했고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됐다. 지금은 2012년보다 주택 거래량이 적은 상황이다.
KB경영연구소는 보고서에서 "거래시장 침체가 지속될 경우 매매가격이 추가로 하락하고 미분양이 증가하는 등 주택시장 내 부정적 파급효과 우려된다”며 "지방의 경우 향후 대규모 입주물량이 공급될 예정이어서 미분양 증가, 주택시장 침체 장기화로 이어질 가능성 높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 역시 주택시장 침체가 더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거래절벽에다 신규 분양시장의 미분양 현상까지 심화돼 건설사들이 공급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내놓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시가격 인상은 재산세, 의료보험을 비롯한 전반적인 비용부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 수록 국민들의 조세부담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초기에는 영향이 없더라도 향후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더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6월 이전에 다주택자와 갭투자자의 매도물량이 늘어날 수 있어 시장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다만 거래절벽 현상이 장기화돼 매물이 소화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