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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현행 시세의 50~70% 수준인 부동산 공시가격을 시세에 맞게 현실화한다. 표면적으론 시세 변동을 반영하지 못하는 공시가격 체계를 개선해 조세형평성을 높이겠다는 의도지만 최근 집값 급등에 따른 보유세 인상을 통해 집값 안정을 꾀하겠다는 숨은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시가격 인상에 따라 졸지에 각종 세금과 건강보험료가 인상돼 1가구 1주택자 등 실수요자와 서민의 세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27일 오후 서울 양재동 한국감정원 수도권본부에서 국토연구원 주관으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수립'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공시가격은 정부가 부동산에 세금을 부과하기 위해 공개적으로 알리는 가격으로 공시가격 대비 실제 시세의 비율이 현실화율이다. 올해 기준 현실화율은 토지가 65.5%, 아파트 69.0%, 단독주택 53.6% 등이다. 시세 30억원이 넘는 고가 아파트는 현실화율이 80%에 육박한다.
이날 공청회에선 공동주택, 단독주택, 토지 등 3가지 분야로 나눠 현실화율을 80%, 90%, 100%에 도달하는 세가지 시나오리를 공개했다. 각 시나리오별 장단점도 분석했다.
'80% 현실화율'의 경우 공시가격 변동폭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시세 산정 오류가 적다. 다만 공시가격 신뢰성 회복은 여전히 미흡하고 시세와의 격차로 인해 적정가격이 반영되기 어렵다.
반면 시세를 그대로 반영한 '100% 현실화율'은 법률상 적정가격의 취지에 부합하기 때문에 공시가격 신뢰성 제고 효과가 크다. 다만 세금이 갑자기 오르는 만큼 조세저항이 크고 공시가격이 시세를 초과할 수 있는 문제점도 있다.
이를 적절히 조율한 방안이 '90% 현실화율'이다. 시세와의 격차는 존재하지만 표준 오차 범위가 10% 안에 존재하기 때문에 적정가격을 초과할 가능성이 낮다.
세가지 시나리오에 따라 목표 도달기간도 다르다. 공동주택 80% 현실화율의 도달기간은 5년, 90% 10년, 100% 15년 등이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떨어지는 단독주택은 80% 도달기간이 10년, 90% 15년, 100% 20년이다.
공청회를 통해 확정된 시나리오는 빠르면 이달말, 늦어도 11월 초엔 발표할 예정이다. 내년 발표할 공시가격 책정에 적용해야 해 시간이 많지 않아서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높아지면 집값이 오르지 않아도 재산세 및 종합부동산세 등이 늘어날 수 있다. 이 때문에 집을 사고파는 이들과 다주택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특히 9억원 이상의 고가주택과 다주택은 현실화에 따른 보유세 인상에 직접적인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의 이면엔 고가·다주택자의 세부담 강화에 기초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현실화가 적용되는 내년부터 현금부자도 고가주택을 보유하기가 부담스러운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세 부담에도 집을 팔기보다 관망하는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오히려 1가구 1주택자 등 실수요와 서민의 세 부담이 커져 조세저항이 거셀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공시가격 인상은 종부세와 건보료 인상 등으로 이어지는데 고가주택을 소유한 부유층들에게는 큰 부담이 아니지만 서민계층에서 느끼는 세부담이 훨씬 더 클 것"이라면서 "집주인이 임차인에게 세 부담을 떠넘기는 조세전가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