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 경험 없는 한앤컴퍼니 선택고용보장보다 경영권 보장 더 솔깃레버리지비율 5.9배, 성장 한계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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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롯데카드

    롯데카드 주인이 바뀌었다. 롯데그룹은 우선협상대상자로 한앤컴퍼니를 선택했다.

    비은행 강화를 외쳤던 하나금융, 우리금융 모두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됐다.

    당초 업계에선 시너지 측면에선 하나금융을, 고용보장 측면에선 MBK파트너스와 우리금융이 유력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확인해 보니 롯데가 원했던 결과가 나왔다. 고용보장은 물론 경영권까지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대안이 나왔던 것이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선 여러 의혹이 새어 나오고 있다. 롯데그룹이 애당초 롯데카드를 팔 생각이 있었냐는 것이다.

    ◆금융업 처음 한앤컴퍼니, 왜 선택했나

    이야기에 앞서 한앤컴퍼니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한앤컴퍼니는 2010년 설립된 국내 토종 사모펀드다. 지금까지 쌍용양회, 대한시멘트, 한온시스템, SK해운 등 건설, 해운 산업을 집중 투자해 실적을 거뒀다.

    한앤컴퍼니 한상원 사장이 모건스탠리 재직 시절 중국에서 관련 산업을 인수·합병한 경험이 투자에도 반영된 결과다.

    다수의 M&A 성공 사례가 있지만 어떻게 보면 금융권 진출은 처음이란 얘기다.

    이 때문에 롯데카드 인수 경쟁에서 한앤컴퍼니를 견제하는 이는 없었다. 하지만 직원들의 고용보장과 5년 이상 현 체제 유지 등 롯데그룹이 거부할 수 없는 카드를 제시하자 마다할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롯데그룹은 카드 지분 20%를 남기고 매각을 추진했다. 롯데백화점 등 유통업과 시너지를 위해 지분을 남기는 것이라 표명했지만 롯데카드를 모두 내어주긴 아깝다란 뜻이기도 하다.

    사실 따지고 보면 롯데그룹은 카드사의 경영상 위기로 매각하는 게 아닌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금융계열사를 소유할 수 없기 때문에 반강제적으로 팔아야 하는 처지였기 때문이다.

    카드업계에 대한 정부의 규제는 강화됐지만, 롯데카드는 지난해 100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번 알짜회사다.

    이런 회사를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에 넘겨 남 좋을 일 시킬 이유가 없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롯데그룹이 카드사를 매각한다고 했을 때 의구심이 많아 인수에 주저한 금융지주회사가 많았다. 하지만 롯데의 적극적인 구애로 마지막까지 입찰 경쟁이 이뤄졌는데 결과가 이렇게 되자 진성 매각을 의심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홀로 남게 된 롯데카드, 생존 위협은 여전

    이처럼 롯데카드의 주인은 바뀌었지만 달라지는 건 없다. 오히려 자본확충에 대한 지원은 끊어지고 신규 사업 추진도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카드업계는 레버리지비율 6% 규제를 받고 있다. 카드업계의 외형확대 경쟁을 차단하기 위한 규제다.

    하지만 롯데카드는 레버리지비율이 5.9배에 달한다. 6% 규제에 막혀 새로운 사업을 벌이기 힘든 상황에 닥쳤다.

    여기에 가맹점 수수료 인하 여파로 수익성까지 떨어질 위기에 놓였다.

    금융지주로 편입되면 증자를 통해 자본확충을 시도할 여유가 있었지만, 사모펀드가 추가로 돈을 투입할 여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결국, 롯데카드는 비용 절감을 진행해야 할 판이다.

    비용 절감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직원들과 약속했던 고용보장도 지켜질지 관심거리다.

    카드사 관계자는 “롯데그룹은 일단 20%의 지분으로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을지 몰라도 앞으로 카드사 자체적으로 비용 절감에 나서야 한다”라며 “이 과정에서 인력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소비자 혜택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롯데카드는 이미 연초부터 롯데닷컴 롯데가 운영하는 자사쇼핑몰을 제외하고 대부분 인터넷쇼핑몰에서 신용카드 무이자할부 혜택을 없앴다.

    아울러 롯데카드는 6월 4일부터 현금서비스, 리볼빙, 카드론 등에 대한 수수료율 변경에도 나선다.

    고객등급별 수수료율 변경이라 공지했지만, 저신용자에 대한 수수료율 상향 조정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등을 주로 이용하는 고객 혜택은 남겨두고 다른 가맹점 제휴 혜택은 줄여나갈 것”이라며 “모든 고객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전략을 사용하기엔 롯데카드 입장에선 녹록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