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전날 공정위 차기 총수 변경 신청서 제출 하지 못해남매간 갈등보다는 KCGI와 다툼 앞두고 지분정리 가능성 제기경영권 분쟁과 함께 정부 신뢰 회복 문제도 시급
  •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한진그룹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한진그룹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취임 첫 해부터 해결해야 할 복잡한 현안이 수두룩해 힘든 신고식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내부적으로는 총수 지정을 비롯한 결속력 강화, 외부적으로는 KCGI로부터 경영권 방어이며, 문재인 정부와의 관계 회복도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지난 8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차기 동일인 변경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한진그룹은 공정위에 차기 동일인을 누구로 할지에 대한 내부적 의사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동일인 변경 신청을 못하고 있다는 소명서를 보냈다.

    한진그룹이 내부적으로 의사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3남매간 의견대립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은 조원태 회장이 2.34%로 조현아(2.31%), 조현민(2.30%)씨와 큰 차이가 없다.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지분 17.84%를 상속받으면 3남매중 누구든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는 상황이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미제출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된 바 없다”고 말했다.

    ◇ KCGI와 경영권 분쟁 앞두고 남매간 지분 정리 가능성 제기

    일각에서는 남매간 경영권다툼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故 조양호 회장 별세 당시 3남매는 미국으로 넘어가 부친의 마지막을 함께 했다. 조원태 회장은 고인의 유언에 대해 “가족들과 잘 협력해서 사이좋게 이끌어 나가라고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한진그룹은 조 전 회장 장례 8일만에 조원태 회장을 신임회장으로 선임하며 경영권 승계가 순조롭게 이뤄졌다.

    이에 차기 총수 변경 신청서 미제출 이유가 KCGI와의 경영권 분쟁을 앞두고 남매간 지분 정리가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이다. KCGI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고 조양호 회장 지분 뿐 아니라 남매 지분도 합쳐야 하기 때문이다. 지분을 합치는 과정에서 의견대립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KCGI는 한진칼 지분 2.18%를 추가 매입하며 지분율이 14.98%로 올랐다. 고 조양호 회장을 제외하면 사실상 최대주주다.

    조원태 회장이 조 전 회장 지분을 상속받는다 하더라도 20.18%에 불과하다. KCGI가 최근 지분을 적극 매입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조현아와 조현민의 지분도 절실하다. 조 전 회장 지분을 상속받고 조현아와 조현민의 지분을 넘겨 받을 경우 조원태 회장 지분은 24.79%까지 오르게 된다. 

    조 회장이 안정적인 그룹 경영활동을 위해서는 조현아와 조현민의 지분을 확보해 영향력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 정부한테 찍힌 대한항공, 빨리 관계 회복해야 

    경영권 분쟁 뿐 아니라 조원태 회장은 정부와의 관계 회복도 해결해야 한다.

    조 전 회장의 경우 끊임없는 갑질 논란으로 수사기관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검경은 물론 세관과 국세청까지 조사에 나서며 전방위 압박을 펼친 바 있다. 

    항공업계 특성상 신규 항공기 도입 및 신규 노선 운항 등 사업을 확장하는 데 있어 정부 결정이 중요하기 때문에 정부와의 관계개선이 시급하다.

    올해 진행된 몽골 및 중국 운수권 배분에 있어서도 대한항공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 몽골 운수권 배분 당시 아시아나항공이 취득하면서 대한항공을 견제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당시 대한항공은 입장문을 통해 “인천~울란바토르 노선 운수권 배분 결과는 국토부가 대한항공에 부여한 ‘좌석수 제한 없는 주 6회 운항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며 이례적으로 국토부 결과에 반박하기도 했다.

    최근 중국 운수권 배분에 있어서도 대한항공은 4개 노선·주 14회 운수권 확보에 그쳤다. 회사 규모를 감안하면 초라한 결과다. 제주항공·티웨이항공 등은 각각 9개 노선·주 35회 운수권을 배분 받았으며 이스타항공은 6개 노선·주 27회 운수권을 취득했다.

    또한 지난 3월 열린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은 고 조양호 전 회장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한 바 있다. 그 결과 고 조양호 회장은 대한항공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