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달만에 '역성장' 전망 변화… 삼성·SK 등 업계 혼란IHS마킷, 글로벌 시장 규모 '4820억弗→4462억弗' 7.4% 급감 전망D램 20%-낸드 40% 성장 예상치 무색… 반도체업계 대책 마련 시급
  • 올해 글로벌 반도체시장이 지난 2009년 이후 10년 만에 최악의 불황기를 맞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국내 반도체업계에도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지난해 초만 해도 D램은 연간 20%, 낸드플래시는 40% 이상의 성장이 예고됐었지만, 불과 몇 달 만에 7% 넘게 역성장할 것이라는 새 전망이 나오면서 시장은 혼돈에 빠졌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지난 7일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 매출이 전년 대비 7.4%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지난해 4820억 달러 규모였던 반도체 시장은 올해 4462억 달러 규모로 줄어들어 지난 2009년 이후 10년 만에 최악의 불황기를 맞을 것으로 봤다.

    이같은 상황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업체들을 통해서도 감지가 가능했다. 지난해 급성장한 반도체 호황의 끝자락에 업황이 급속도로 악화됐고, 올 1분기에는 반도체 사업의 이례적인 부진으로 증권가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치를 여러 차례 하향 조정하며 충격에 대비했다. 실제로 지난 1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최대 3분의 1 토막 수준까지 무너졌다.

    문제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올해 반도체 시장이 역성장할 정도 수준으로 악화될지를 예상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12월에만 해도 올해 반도체 시장이 2.9%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은 바 있다. 올 1분기가 지난 시점에서 내놓은 7.4% 역성장 수치와는 무려 10%포인트 넘게 차이를 나타낸 셈이다.

    무엇보다 지난해 수준의 호황은 아니지만 성장세를 이어갈 것란 업계의 전망이 불과 1분기만에 '역성장'으로 바뀌었다는 점에서 실제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반도체 관련 업체들의 혼란이 뒤따랐을 것이란 분석이다.

    IHS마킷의 반도체 밸류체인 리서치 팀장인 마이슨 로블즈 브루스(Myson Robles Bruce)도 "2018년 반도체 산업이 15% 급성장한 뒤 2019년 초 반도체 업체들이 올해도 어느 정도 서장을 거둘 것이라 낙관했다"고 지적하며 예상 밖의 불황 속에 혼란이 불가피할 것임을 예상했다.

    국내의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난해까지만 해도 올해 D램이 20%, 낸드플래시는 40% 이상 수요가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바탕으로 사업계획을 꾸렸다. 올해 뿐만 아니라 내년에도 이 같은 성장 추세를 이을 것으로 봤다. 다만 글로벌 경기 악화로 IDC업체들의 클라우드 서버 투자가 지연되거나 IT기기 시장의 성장이 둔화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예상보다 빠르게 악화되는 업황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보다 기민하게 시장 상황을 고민할 수 밖에 없어지며 국내 반도체 산업의 불확실성도 그만큼 커졌다. 이미 과거 대비 업황 분석 주기를 앞당겨 보고 있는데 더해 추가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올 2분기까지 반도체 시장의 침체가 이어지고 3분기부터는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하반기 회복 속도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지켜봐야할 것"이라며 "업황 변동성이 커진만큼 당분간 가격과 수요 변화를 살피는데 주의를 기울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