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잡으려다 건설부동산 숨통 막혔다오락가락 대책… '건설업 침체-부동산 위축' 등 혼란'서울-지방' 양극화 등 역효과… "실물경제 회복 대책 마련해야"
  • ▲ 서울시내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은 아파트 매매 정보. ⓒ연합뉴스
    ▲ 서울시내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은 아파트 매매 정보. ⓒ연합뉴스

    출범 2주년을 맞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주거안정을 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해 강도 높은 수요 억제책인 9.13대책 발표로 서울 집값 상승세는 꺾였지만,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다. 오히려 거래 급감과 그에 따른 부동산시장, 건설 산업 침체 우려 등 실물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문 정부는 9년 전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교훈 삼아 정권 출범 초부터 부동산시장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지난해 9.13대책까지 총 8차례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미숙한 대책으로 오히려 집값이 더 뛰자 대책을 뒤집는 등 오락가락하면서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게 주택임대등록사업자 양성 계획이었다. 다주택자가 임대등록을 할 경우 양도소득세 중과와 종합부동산세를 면제해주겠다고 장려했다가 '갭투자'에 악용되고 있다며 8개월여 만에 이를 번복, 시장 혼란을 가중시켰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의 엇박자도 시장을 크게 흔들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문 정부 출범 4개월 후인 2017년 9월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의 '50층 재건축'을 허용하면서 정부의 8.2대책으로 겨우 오름세를 막아놨던 서울 아파트값 추이를 반전시켰다.

    지난해 7월에는 박 시장이 "여의도를 통으로 재개발하고 서울역과 용산역 철로를 지하로 내린 뒤 대규모 MICE(회의·관광·전시·이벤트 시설) 단지와 쇼핑센터를 만들겠다"고 발언해 여의도와 용산 주변 부동산 가격 상승에 불을 붙였다.

    결국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여의도·용산 개발은 중앙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추진해야 한다"면서 제동을 걸었지만, 여의도와 용산의 부동산 가격은 정점을 찍었다.

    뒤늦은 공급대책은 오히려 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 정부는 수요억제책으로 일관하다가 지난해 9월에서야 '수도권 30만가구 공급' 계획을 발표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무덤덤했다. 오히려 9.13대책으로 거래가 끊겼고, 2003년 시작한 2기 신도시조차 분양물량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3기 신도시 계획은 미분양 증가를 불러왔다.

    국토부 집계 결과 3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2월 5만9614가구에 비해 4.24% 늘어난 총 6만2147가구다. 특히 서울은 한 달 새 미분양 가구 수가 50가구에서 15배 이상 뛴 770가구로 늘었다.

    미분양 증가는 실물경제 순환의 부정적 원인으로 꼽힌다. 건설사 대부분이 금융자금을 빌려 아파트를 짓는 한국의 상황에서 미분양에 따른 자금경색의 후유증이 크기 때문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주택산업의 취업유발계수는 14.5로, 10억원을 투자하면 14.5명의 일자리가 생긴다"며 "전체 산업 평균 계수 12.5를 웃도는 수준이지만, 지난해 주택 투자는 91조원으로 전년대비 2조원 줄었고 이로 인해 약 2만9000개의 일자리 감소가 발생한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더 큰 문제는 꽁꽁 얼어붙은 매매 거래시장이다. 단적으로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3월 1813건까지 쪼그라들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시행하기 직전 달로 거래량이 폭증했던 지난해 3월을 예외로 두더라도 2017년 3월 6802건, 2016년 3월 7231건에 견줘 3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는 "실물경제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부동산시장이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관망세로 돌아선 거래 절벽과 마주하며 경기 침체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집값이 안정되면서도 거래가 크게 줄어들지 않게끔 관망하는 실수요자가 거래에 나설 수 있도록 하고, 대출 규제 역시 일괄적으로 적용하기보다 계층별로 좀 더 차등 적용할 수 있는 보완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판단했다.

    양극화하는 시장에도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가 서울, 특히 강남 집값 잡기에 골몰한 사이 지방 시장의 침체가 더욱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 자료를 보면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권 아파트값 등락률은 지난해 9월 이후 20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울산을 비롯한 주택경기가 악화한 지역을 대상으로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해 활성화해주는 대책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곽경섭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주택도시금융연구원장은 "일부 시장이 침체된 지역에 맞춤형 대책을 내놓는 동시에 지방 중소 건설업체에 대한 대책도 함께 필요해 보인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