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 관세율 '10→25%'… '반격' 예고반도체 중심 수출부진… 韓 경제 '경고음''전기기기-철강-화학' 등 품목 악영향
  • ▲ (왼쪽부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 (왼쪽부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국내 반도체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시장이 침체되고 있는 가운데 순조롭게 타결될 것처럼 보였던 미중 무역협상이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반도체의 수출 부진도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지난 10일부터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제품 관세율을 기존 10%에서 25%로 인상했다. 미중 고위급 협상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이 재협상을 하려 한다고 비판하면서 했던 경고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중국과의 무역협상과 관련해 "중국이 합의를 깨뜨렸다"며 "그들은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상무부도 미국의 관세 인상 계획에 대해 성명을 내고 "미국 측이 이런 관세 조치를 시행한다면 중국은 부득이하게 필요한 반격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맞섰다.

    이달 중 타결될 것처럼 보였던 미중 무역분쟁의 이같은 난항은 한국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제무역연구원은 최근 미국의 관세율 상향 조치에 대한 참고자료에서 "중국에 대한 직접적 효과로 중국 중간재 수요가 줄어들어 한국의 대(對)세계 수출은 0.10% 감소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어 대중 간접효과로 중국의 성장둔화에 따라 대세계 수출이 0.04% 줄어드는 것까지 포함하면 이번 미국 조치로 인한 수출 감소분은 0.14%(8억7000만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의 중국 수출 중 가공무역 비중이 높은 반도체, 전기기기, 철강, 화학 등 품목은 이에 대한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 1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하는 등 이미 위기에 직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도체는 지난해 11월부터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대중국 수출이 급감하면서 설비투자 악화와 재고 증가 부담을 야기했다.

    반도체 중심의 수출 부진으로 인해 한국의 경제지표도 위축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19년 3월 국제수지(잠정)'를 보면 올 1분기 경상수지는 112억5000만달러 흑자를 냈다. 이는 지난 2012년 2분기 109억4000만달러 이후 27분기 만에 최소 흑자다. 상품수지도 196억1000만달러로, 지난 2014년 1분기 이후 20분기 만에 최소 흑자를 기록했다. 

    수출 부진이 상품수지 위축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셈이다. 수출은 1375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4%를 줄었다. 지난 2016년 -3.9% 이후 10분기 만에 감소세를 보인 것이다. 한은은 △세계교역량 둔화 △반도체 단가 하락 △대중국 수출 감소 지속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했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지난해 4분기 이후 국내 기업 실적이 악화했다"며 "상품수지의 경우 반도체 경기 둔화와 미중 무역분쟁, 중국 경기 둔화 등으로 축소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여기에 수요 감소세에 재고량이 급증하면서 글로벌 반도체시장이 침체하고 있는 점 또한 불안요소다. D램의 경우 평균판매가(ASP) 급락 및 수요 약세를 기록하고 있어 올해 매출 전망치가 크게 하향 조정됐다. 낸드플래시는 지속적인 과잉 공급이 심각한 가격 하락을 초래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 매출이 전년 대비 7.4%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2009년(-11%) 이후 10년 만에 최악의 불황기를 맞는 것이다.

    마이슨 로블즈 브루스 IHS마킷 반도체 벨류체인 리서치 팀장은 "지난해 반도체 산업이 15%로 급성장한 뒤 많은 반도체 업체들이 올해에도 어느 정도 성장을 거둘 것이라고 낙관했다"며 "최근 데이터는 현재 반도체 산업이 10년 만에 최악의 불황기로 접어들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