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 폭탄' 불구 관망세 여전… "급매는 안 돼""일단 피하고 보자"… '주택-토지' 등 증여로 '버티기' 돌입
  • ▲ 자료사진. 서울시내 한 부동산에 붙은 아파트 매매 정보. ⓒ연합뉴스
    ▲ 자료사진. 서울시내 한 부동산에 붙은 아파트 매매 정보. ⓒ연합뉴스

    서울 부동산에 '세 폭탄' 그림자가 드리워졌지만, 여전히 시장은 요지부동이다. 올해 공시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이를 피하려는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쏟아낼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시장에 나온 매물은 그리 많지 않다.

    반대로 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보유 주택을 증여하는 다주택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시장이 관망세를 유지하자 다주택자들도 매각 대신 '버티기'를 택한 모습이다.

    보유세는 매년 6월1일 보유 기준으로 납부자와 납부액이 결정된다. 납부 시기는 건물재산세 7월, 토지재산세 9월, 종합부동산세 12월이다.

    28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5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이날 기준 2728건으로,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면서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이를 일 평균 거래량으로 환산하면 101건으로, 지난해 일 평균 176건을 크게 하회한다.

    올 들어 일 평균 거래량은 1월 60.0건(1863건), 2월 56.2건(1574건)으로 감소세를 이어가다 3월 57.2건(1774건), 4월 80.1건(2404건), 5월 101건으로 석 달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9.13대책 이후 매수자와 매도자 간 관망세가 이어지면서 전반적으로 거래가 실종된 가운데 봄 이사철과 일부 급매물이 소진되면서 거래량이 '반짝' 늘어나고 있지만, 사실상 가뭄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예상과는 달리 다주택자들이 보유세 인상에 별다른 압박을 느끼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올해 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에 나서면서 보유세 부담이 커진 다주택자들이 6월1일 과세 기준일 이전에 매물을 던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지만, 실제로는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올해는 서울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이 17.7% 오르고,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12년 만에 최대치인 14.0% 오르는 등 '보유세 폭탄'이 예고됐다. 공시가격이 9억원을 넘는 서울 공동주택 수는 지난해 13만5010가구에서 20만3213가구로 50.5% 급증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는 "과세기준일 전으로 다주택자들 매물이 나오긴 했지만, 현장에서 들어본 그 수는 정말 극히 적은 수준"이라며 "엄청난 물량이 나와 시장에 충격을 줄 것이라 생각하는데, 실제로 다주택자들이 보유세 인상에 별다른 압박을 느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현재 거래량이 없어 시장을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수요자들은 집값이 더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다주택자들은 급매로 낮춰 팔기는 싫은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시장에는 급매물도 없고, 실제 거래로도 이어지지 않는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부동산학)는 "보유세가 당장 몇백만원 오른 사이 실제 집은 몇천만원 단위로 뛸 수 있기 때문에 다주택자들이 선뜻 매각을 택하진 않는다"고 진단했다.

  • ▲ 자료사진. 서울 강남구의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 자료사진. 서울 강남구의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다주택자들은 매각 대신 증여를 택하면서 버티기를 고수하는 분위기다.

    한국감정원 집계를 보면 지난달 서울 주택 증여건수는 2020건으로, 전달 1813건보다 11.4% 늘었다. 이 중 종부세 대상 주택이 밀집한 부촌을 중심으로 건수가 크게 늘어났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로 집을 팔기 어려워진 상태에서 공시가격까지 올라 막대한 세금을 물게 되자 집값이 비싼 지역을 중심으로 절세 목적의 '증여 러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강남구의 4월 증여 건수는 318건으로 전달 130건에 비해 2.44배 뛰었다. 용산구와 성동구는 각각 167건, 74건으로 전월보다 각각 81%, 76% 늘었다.

    특히 공시가격 상승률이 서울 1위인 용산구(17%)에서는 증여가 전체 거래(매매·증여·상속 등)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1%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처음 도입됐던 지난해 3월 23.9%보다도 더 많이 늘었다.

    강남구는 4월 전체 거래 중 증여 비중이 35.8%였고, 서초구도 36.8%였다. 다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이 커지면서 세금 회피성 사전 증여가 늘어나는 추세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해 전국에서 이뤄진 건축물 증여 건수는 전년대비 20.9% 증가한 13만524건으로,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대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4월 양도소득세 중과제 시행을 앞두고 세 혜택 막차를 타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3월 증여 건수는 연중 최대치인 1만1799건을 기록하기도 했다.

    토지시장에도 증여 바람이 불고 있다.

    4월 기준 서울 토지 증여 건수는 2859필지로, 지난해 4월 2758필지에 비해 101필지 늘어났다. 올 들어 지난 3월 공시지가 발표를 전후로 서울에서 토지 증여 건수는 2월 1602필지, 3월 2471필지 등 꾸준히 늘고 있다.

    강남4구(서초·강남·송파·강동)에서 강남구와 서초구를 중심으로 증여가 활발히 이뤄졌다. 강남구가 지난해 4월 178필지에서 올해 4월 453필지로 155%, 서포구가 201필지에서 295필지로 47% 각각 늘었다.

    강남 외 지역 중에서는 지난해 박원순 서울시장이 신도시급 개발계획을 밝히면서 집값이 들썩거렸던 용산구에서 토지 증여가 활발히 이뤄졌다. 용산구는 지난해 4월 79필지에서 올해 4월 183필지로, 132% 급증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세무사는 "공시가격 인상으로 보유세 부담이 커졌지만, 다주택자 입장에서는 양도세 부담이 훨씬 큰 탓에 은행으로 들어오는 증여 상담 건수가 확 늘었다"며 "자산가뿐만 아니라 서울 인기 지역에 집 두어채 가진 중산층까지 증여를 선택하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양도세 중과에 대한 부담이 있는데다 다주택자들은 자산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입지 좋은 서울시내 주택을 갖고 있다면 매도보다는 보유가 유리해 증여에 나설 것"이라며 "주택시장이 안정적인 조정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거래세를 조정, 숨통을 틔어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