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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감정원(이하 감정원)이 토지·부동산 등의 감정평가 업무에서 공식적으로 손을 뗀 지 3년이 되어 간다. 감정원은 정부 위탁사업을 통해 표준지 공시지가 조사·평가 부대업무를 수행할 뿐 감정평가행위를 하면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벌받는다. 하지만 감정원은 여전히 시장과 업계에서 뜨거운 감자다. 감정평가 영역의 언저리에서 아슬아슬 줄타기한다는 지적이 적잖다. 기관 이름에서부터 대외 행보, 공공기관 구분유형에 이르기까지 혼란스럽기만 한 감정원의 정체성에 대해 짚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편집자 註>
감정평가 업무에서 손을 뗀 한국감정원이 국제무대에서 여전히 감정평가전문기관으로서 행세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외국의 감정평가 관련 행사나 조직에 한국의 대표적인 감정평가기관으로서 참여하거나 방문하고 있어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칫 국제적인 망신살이 뻗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29일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가 감정원으로부터 받은 지난해 해외출장기록과 올해 해외출장계획에 따르면 감정원은 감정평가 관련 국제기구의 행사에 지속해서 참여해왔고, 앞으로도 참석할 계획이다.
감정원은 지난해 총 26회 해외출장을 다녀왔다. 이 중 지난해 3월에는 미국에서 열린 세계은행 주최 2018 '토지와 빈곤'(Land and Poverty) 연례회의에 참석했다. 글로벌 토지 행정 관련 콘퍼런스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이 행사에는 전 세계 정부 기관과 국제기구, 민간단체, 학계 토지 관련 담당 인사 등 1500여명이 참석했다. 감정원은 관련 세션에 참여해 한국의 공간정보를 이용한 토지특성조사 등에 대해 발표했다.
감정원은 행사 기간에 미국감정평가협회(AI) 뉴욕지사를 방문해 지사장과 이사 등 고위 관계자들과 면담을 했다. 이 자리에서 감정원은 공시지가제도 관련 업무를 소개하고, 우리나라 전세제도와 상업용 부동산 감정평가 방법을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뉴욕시의 개발권 양도(TDR) 현황과 평가방법, 국내 도입방안과 문제점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는 토지·부동산 감정평가 업무를 보지 않는 공기업이 미국의 감정평가협회를 찾아가 우리나라의 감정평가 방법을 소개하고, 현지의 부동산개발 평가방법과 이용사례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는 얘기다. 감정원은 지난 2016년 9월 시행된 '감정평가 관련 3개 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이하 감정원법)에 따라 감정평가 업무에서 철수했다. -
감정원은 지난해 7월에는 중국에서 열린 한·중 국제부동산포럼에 참석해 표준지 공시와 평가 지원체계 등과 관련해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어 10월에는 멕시코에서 열린 제29회 범태평양 감정평가회의(PPC)에 참가해 논문을 발표하고 학술교류 활동을 벌이는 등 대외 유대관계 강화에 박차를 가했다.
감정원은 올해 3월에도 세계은행이 주최한 토지와 빈곤 2019 연례회의에 참가해 발표하고, 공적개발원조(ODA) 담당관 등과 면담을 벌였다. 오는 9월에는 캐나다를 찾아 부동산 평가·과세 행정 등과 관련한 대외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 전문가는 "감정원이 법적으로 감정평가 업무에서 철수했음에도 국외에서는 여전히 감정평가기관으로 행세한다"며 "세계시장이 넓다지만, 감정평가 분야는 바닥이 좁다. 해외에서는 감정평가를 안 하는 기관이 국제기구나 행사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자칫 나쁜 평판이 돌아 국제적인 망신살이 뻗치진 않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