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2년 6개월 만에 2%대로 하락했지만 정부의 대출 규제로 인해 주택 구매자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전문가들은 신혼부부나 실수요자 등 특정계층을 대상으로 한 대출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지난 4월 신규취급액 기준 주담대 금리는 2.98%로 0.06%포인트(p) 하락했다. 주담대 금리가 2%대로 떨어진 것은 2016년 10월(2.89%) 이후 2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주담대 금리 하락은 가계대출 금리의 주요 지표가 되는 1년과 5년 만기 은행채 금리가 하락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경기둔화 우려에 더해 기준금리 인하 기대까지 겹친 탓이다.
금리가 낮아지면 대개 대출이 늘어나야 하지만 지난달 주담대 증가세는 둔화됐다. 오히려 신용대출이 증가하면서 가계대출이 전반적으로 늘었다.
5대 시중은행(신한·국민·우리·하나·농협은행)의 5월 가계대출 잔액은 583조4788억원으로 전달보다 3조9252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월별 증가세로는 올들어 최고다.
가계대출의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은 2조6592억원 늘어나는 데 그쳐 전달 3조131억원에 비해 증가폭이 축소됐다. 신규 아파트 입주가 늘면서 개인집단대출은 전달보다 1조3200억원 증가했다.
반면 신용대출이 큰폭으로 증가해 전체 가계대출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5월 신용대출은 전달보다 1조1385억원 증가해 전달 4248억원보다 증가폭이 크게 늘었다.
이는 정부가 지난해 '9·13부동산대책'을 통해 LTV(담보인정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 한도를 지역별로 축소해 주담대를 원천적으로 막아놨기 때문이다.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는 무주택자라도 LTV와 DTI가 40%에 불과했다.
정부는 이제 상호금융·보험·여전사·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대출을 옥죄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정부는 DSR 관리지표를 이달 17일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DSR은 모든 가계대출 원리금 상환액을 따지는 강도높은 규제다. 주담대는 물론 신용대출, 카드론, 할부금, 마이너스통장까지 모든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누는 방식으로 계산한다. 기존 LTV과 DTI보다 상환능력을 훨씬 더 꼼꼼하게 따지는 탓에 대출 문턱을 높이는 효과를 불러온다.
금융당국은 2021년 말까지 평균 DSR이 상호금융 160%, 저축은행 90%, 캐피탈사 90%, 보험 70%, 카드사 60% 이내가 되도록 관리할 것을 각 업계에 요구했다. 앞으로 주택을 구매하기 위해 돈 빌리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결국 대출 규제와 가격 피로감에 실수요자들이 서울에 내 집 마련을 포기하고 다주택자들도 양도세 부담에 집을 팔지 않으면서 자연스레 서울 부동산 시장도 침체기가 지속되고 있다.
실제 부동산 관련 심리지수도 연일 하락세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서울 부동산 시장 소비심리지수는 지난해 8월 127.5를 기록한 뒤 지난달 기준 92.1까지 떨어졌다.
대출 규제가 지속되는 한 부동산 시장이 침체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더욱이 앞으로 서울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예정된 입주물량이 많아 공급과잉에 따른 미분양 문제도 우려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 지금과 같은 정부의 시장 옥죄기 정책이 훗날 더 큰 부담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앞으로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점차 줄어들기 때문에 규제로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려고 하면 할수록 언젠가는 가격이 더 크게 오른다"며 "거래를 활성화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계 한 전문가는 "문재인 정부는 집값이 크게 떨어져도 대출 규제를 완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청년층이나 신혼부부 등 생애최초 주택구입자나 대출 없이는 집을 구매하지 못하는 실수요자들만이라도 대출을 완화하는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