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 3가지에 대한 의견 수렴국민은 폐지 선호하지만, 전기료 인상 부담에 채택 가능성 낮아'여름 한시 완화' 1안 지지 의견도 다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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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한국전력이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 3가지에 대한 국민 의견을 수렴한 결과 '폐지'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여론은 누진제를 폐지해 전기요금 걱정이 없도록 해달라는 의견이 우세하지만 폐지할 경우 1400만여 가구의 전기요금이 오를 수 있어 채택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9일 한국전력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 4일 마련된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관련 의견수렴 게시판에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기준 총 476건의 의견이 올라오며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게시판에는 누진제를 폐지하는 3안을 지지하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누진제를 폐지해 '폭탄 요금', '복불복 요금' 등의 논란을 없앨 수 있다는 것이다. 누진제를 적용하지 않는 산업용이나 일반용 전기요금과의 차별 문제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3안 지지자들은 주택용에만 누진제를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으며 다른 용도의 전기요금과 마찬가지로 누진제를 폐기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3안을 적용할 경우 kWh당 전기요금을 1구간과 3구간 사이인 125.5원으로 책정하기 때문에 사용량이 가장 적은 1구간(kWh당 93.3원) 사용자의 전기요금이 오를 수 있다.3안 지지자들은 '1구간 사용자는 곧 저소득층'이라는 인식도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저소득층도 겨울철 온열기기 등 전기 사용이 적지 않은 만큼 누진제 폐지로 입는 피해보다는 혜택이 클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게시판을 통해 "주택의 누진제 폐지하라, 냉난방도 복지다. 상업용, 산업용에도 누진제 실시하라", "불합리한 누진제 좀 없애주세요"는 의견을 개진했다.
한전 측은 3안을 적용할 경우 전기요금이 내려가는 가구(887만가구)보다 올라가는 가구(1416만가구)가 두 배 가까이 많을 것으로 추산했다.
전기요금이 올라가는 가구의 대다수는 저소비 구간에 속해 있어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3안의 실현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
3안 다음으로는 지난해와 같은 여름철 전기요금 구간 완화를 상시화하는 1안을 지지하는 의견이 많았다.
1안을 적용할 경우 할인 혜택을 받는 가구 수는 1629만 가구(2018년 사용량 기준)로 3가지 안 중 가장 많다. 할인액은 월 1만142원으로 다른 안의 중간 수준이며 요금이 오르는 가구는 없다.
다만 여름철을 제외하면 현행 제도와 같기 때문에 겨울철 전력사용이 많거나 하면 똑같은 논란이 재연될 수 있다.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과 여름철 할인 적용 기간을 7∼8월에서 7∼9월로 늘려야 한다는 제안도 있었다.
반면 환경단체는 전기요금을 올리고 소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정부의 3가지 안을 모두 비판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에너지 다소비 국가이자 이산화탄소 배출 7위 국가인 한국에서 전기요금을 용도별로 나눠놓고 또 다시 그 안에서 구간을 정해 요금을 깎아주겠다는 식의 정책 신호를 내놓는 것은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전환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에너지전환포럼은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은 전기소비를 늘리는 정책이자 원자력과 석탄화력발전소를 더 많이 가동하라는 정책으로 에너지 전환에 역행한다"며 "전기생산으로 발생하는 사회환경비용을 전기요금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이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폭염에도 전기를 아껴 쓰라고 마냥 요구할 수는 없다"며 "이번 개편과 에너지 전환 정책을 연결짓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지난 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은 '전기요금 누진제 민관 태스크포스(TF)'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토론회를 열고 3가지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개편안은 현행 누진제 틀을 유지하되 여름철에만 누진구간을 확대하는 1안, 여름철에만 누진제 3단계를 2단계로 축소하는 2안, 아예 누진제를 폐지하는 3안으로 구분된다.
TF는 각 안의 장단점을 설명하고 지난 4일부터 국민 의견을 수렴해 오는 11일 공청회를 거쳐 한가지 안을 권고안으로 추천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