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저하고' 예상 빗나가… 하반기도 가격 하락 전망김영한 교수 영입 등 '데이터 리서치' 조직 힘 실어"다운텀은 또 다른 기회"… '데이터 사이언스' 조직 강화 눈길
  • SK하이닉스가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메모리 반도체 다운텀(하강국면)에 수율 개선과 품질향상에 초점을 두고 위기 극복에 나선다. 이를 위해 AI 기반의 머신 러닝과 딥 러닝 기술을 통해 최적의 수율을 찾아내는 '데이터 사이언스' 조직을 강화하며 관련 분야 인재 확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메모리 반도체 시장 다운텀이 장기화되고 있음에 따라 내부적으로 수율을 개선하고 미세공정 난이도를 높이는 등의 품질 향상 작업에 초점을 두기로 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올 초부터 일찌감치 감지됐다. 지난해 연말 인사를 통해 새롭게 SK하이닉스 수장이 된 이석희 사장은 지난 3월에 있었던 주주총회에서 올해 메모리 반도체 수요 둔화로 어려운 사업환경이 이어질 것임을 예고했다. 이 사장은 "지난 2년 간 유례없는 호황기였고 올해는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메모리 수요가 둔화되며 어려운 사업환경이 전개되고 있다"며 "본원적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상 수요에 맞춰 제품을 최대한 생산하기에도 바빴던 호황기와는 달리 하강국면에는 반도체업체들이 그 간의 수율을 점검하고 장비를 교체하는 등의 작업을 진행한다. 최근에는 반도체 미세공정 난이도가 높아지고 제품 개발과 교체 사이클이 기존보다 빠르게 돌아가며 선제적인 공정 점검과 개선이 적기에 이뤄지지 않으면 호황기에 대처가 어려운 상황이 됐다. SK하이닉스 외에도 글로벌 반도체업체들이 부지런히 공정 미세화와 수율 향상에 투자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올해는 '상저하고' 패턴을 나타낼 것으로 보였던 메모리 반도체업황이 하반기에 접어들어 좀처럼 개선세를 띄지 않으면서 보다 장기적인 불황에 대비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이미 반토막난 D램 가격이 3분기와 4분기에도 각각 15%, 10% 더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당초 하반기에 소폭이지만 개선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업황 전망이 바뀌면서 SK하이닉스도 수율개선이나 원가절감, 공정 미세화 작업에 기존보다 훨씬 과학적인 방식으로 접근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굳힌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에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가인 김영한 교수를 수석 연구위원으로 영입한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은 전자업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 전기전자공학회(IEEE) 석학회원(Fellow)으로 유수의 글로벌 IT기업들과 데이터 분석이나 시스템 최적화 등의 산학 연구도 여러차례 진행했다.

    김 위원의 영입으로 SK하이닉스가 운영해오던 '데이터 리서치' 조직에도 힘이 실렸다. SK하이닉스는 과학적인 분석에 기반해 수율과 공정 개선 등을 진행하기 위해 3년 전인 지난 2016년 이 조직을 신설했다. 데이터 리서치 조직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생산 관련 데이터를 AI 기반 머신 러닝과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처리하고 최적의 개선방법을 찾아내는 업무에 집중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 위원 영입과 함께 데이터 리서치 조직에 신설된 산하 연구소인 'MIDAS(Machine Intelligence and Data Analytics Solutions)랩(Lab)'도 과학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한 반도체 수율과 공정 개선에 핵심적인 역할을 맡을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