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사료 기업공개에 공정위 조사 악재되나승계과정서 일감몰아주기 부당 지원행위 조사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통과 여부 지켜봐야 할 것
  • ▲ 지난해 2월 27일 전북 익산시 함열읍 익산제4산업단지에서 개최된 '하림푸드 콤플렉스 기공식'에서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하림
    ▲ 지난해 2월 27일 전북 익산시 함열읍 익산제4산업단지에서 개최된 '하림푸드 콤플렉스 기공식'에서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하림
    중견기업집단에 비상이 걸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집단에 이어 중견기업에도 일감 몰아주기 관련 압박을 가하고 있어서다. 특히, 내부거래액이 상대적으로 많은 중견기업의 경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에 따라 뉴데일리경제는 주요 중견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상황과 대응방안 등을 총 5회에 걸쳐 다뤄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하림그룹에 대한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조사 결과가 조만간 발표될 예정인데, 결과에 따라 하림그룹이 신성장 동력으로 삼은 펫푸드 사업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하림그룹의 미래 먹거리인 펫푸드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제일사료의 기업공개(IPO) 작업이 늦어지고 있다. 지난 2017년 하림지주가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이후 꾸준히 IPO 얘기가 나왔으나 아직까지 진전이 더딘 상태다.

    제일사료는 하림펫푸드의 모회사로 그룹 주요 관계회사 중 유일한 비상장사다. 하림그룹은 지난 2017년 4월 1일 제일사료의 반려동물 식품사업부문을 물적 분할해 하림펫푸드를 설립했다. 같은해 6월에는 400억원을 투자해 충청남도 공주시에 펫푸드 전용 공장을 세웠다.

    하림펫푸드는 반료동물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종합식품기업을 표방하는 하림그룹의 신성장 동력으로 자리잡았다. 김홍국 회장도 "주로 사람 위주의 종합식품 개념을 짰는데 이미 있는 시스템에 고객군을 반려동물로 확대만 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면서 각별한 애정을 갖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조사가 계속되면서 하림그룹 펫푸드 사업에 우려의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IPO가 늦어지는 것은 둘째치고,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라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상장 심사에서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하림 측에 보낸 심사보고서에는 김홍국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김 회장이 일감 몰아주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다고 가정한다면 상장위원회에 참석한 심의 위원들이 이를 문제삼아 심의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현재 제일사료의 지분은 김 회장이 최대주주인 하림지주가 88.11%, 김 회장의 아들인 김준영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올품이 11.89% 갖고 있다. 제일사료의 상장 심사에 두 회사의 투명성 여부와 대주주 적격성 판단이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IPO를 위한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할 때 대주주의 고발 건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법적으로 판결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장담하긴 어렵지만, 판단에 따라 상장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앞서 대표이사의 형사입건과 국세청 세무조사 등으로 논란의 대상이 됐던 안마의자 브랜드인 바디프랜드도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에서 탈락한 바 있다. 당시에도 상장에 대한 각종 부정적 여론과 회사 경영 투명성이 문제가 됐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하림그룹의 일감 몰아주기로 인해 공정위 제재가 들어온다면, 다른 자회사를 상장하는데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실제로 상장을 무마시킬 정도인지는 제재 수위를 지켜봐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하림의 소명이 담긴 의견서를 검토한 뒤 공정위 위원 9명이 참석하는 전원 회의에서 제재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여기서 하림에 대한 검찰 고발 여부와 과징금 규모 등이 정해진다.

    공정위 관계자는 "심사보고서를 작성해서 하림 측에 송부해 놓은 상태지만, 아직 위원회는 열리지 않았다"면서 "심의가 언제 열릴지 정확한 날짜는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하림그룹과 공정위의 질긴 악연은 지난 2017년 하림이 대기업집단에 포함된 이후 시작됐다. 현재 공정위는 지난해 말 하림 측에 심사 보고서를 발송하고 의견서를 기다리고 있다. 당초 업계에선 공정위의 일감몰아주기 조사 결과 발표가 상반기 중에 이뤄질 것으로 봤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공정위가 들여다 보는 건 김 회장이 장남인 김준영씨에게 비상장 계열사 '올품' 지분을 물려주는 과정에서 일감몰아주기 부당 지원행위가 있었는가다. 김 회장은 2012년 말 지배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아들 김준영씨에게 한국썸벧판매(현 올품) 주식 100%를 상속했다.

    이후 올품은 하림그룹의 당시 지주회사인 제일홀딩스의 실질적 최대주주(44.6%)에 올라섰고 준영씨를 최상위로 하는 하림그룹의 지배구조가 형성됐다. 준영씨가 10조원 규모의 하림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낸 세금은 10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하림그룹의 실적도 부진하다. 하림의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91.63% 줄어든 15억원으로 나타났다. 매출액은 8286억원으로, 전년대비 4.47% 감소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121억원의 손실을 기록, 전년대비 적자전환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공정위 조사가 제일사료 IPO에 미치는 영향이 아예 없다고 할 수 없다"면서 "관련 결과를 두고봐야 하지만 회사가 원하는 만큼의 실적이 나오지 않는 것도 IPO가 미뤄지는 이유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하림그룹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 이후 처음에 조사에 들어간 중견기업이다. 이 때문에 재계에선 하림에 대한 공정위 조사 의지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가 10차례 넘게 하림을 조사한 것도 이같은 추측에 힘을 실는다.

    공정위는 이외에도 지난해 9월 재해농가와 변상농가를 누락해 사육농가에 지급하는 생닭 대금을 낮춘 혐의로 하림에 과징금 7억9800만원을 부과했다. 하림 측은 즉시 "'꼼수'나 '갑질'이 아니라는 점을 충분히 소명했는데도 이같은 처분이 나와 납득하기 어렵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제일사료 IPO에 대해 "상장 계획은 있으나 아직 주변 여건 형성이 덜 됐다"면서 "공정위 조사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