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투자' 여파 주택 경매진행건수 4년래 최대전세금 반환보증 상품 가입건수도 역대 최대전문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상품 의무화해야"
  • ▲ 2019년 5월 시·도별 주거시설 경매 지표.ⓒ지지옥션
    ▲ 2019년 5월 시·도별 주거시설 경매 지표.ⓒ지지옥션

    최근 집값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집주인에게 전세 보증금을 제때 받지 못하거나 보증금을 아예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가 늘고 있다. 전세 보증금을 깔고 집을 사는 '갭투자'의 경우 급매물로 집을 내놔도 쉽게 팔리지 않아 세입자에게 돌려줄 보증금 마련이 여의치 않아서다. 이에 따라 전세금 반환보증 상품 가입자 수가 급격하게 늘고 있지만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2일 법원경매 전문회사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에서 진행된 아파트, 오피스텔 등 주거시설의 경매 진행건수는 5261건으로 2015년 4월(5290건) 이후 4년여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택경기가 살아나기 시작한 2016년 이후 3000건대에서 오르락내리락하던 주거시설 경매건수는 지난 4월 5000건을 돌파한 이후 연일 증가하고 있다. 이는 집값 하락이 지속되면서 투자용 주택을 다량 소유하던 갭투자자 보유 주택이 경매시장에 나오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장근석 지지옥션 기획홍보팀장은 "작년 하반기부터 나빠진 부동산 경기가 반영되면서 갭투자 물건이 늘고 있다"며 "앞으로 주거시설 경매 진행건수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갭투자 물건의 전세 보증금을 지키기 위해 보증 상품 가입도 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 초부터 4월 말까지 전세금 반환보증 상품에 가입한 건수는 총 4만7268건에 이른다.

    4개월만에 지난해 총 가입건수 8만9351건의 절반을 훌쩍 넘어섰다. 월별 가입자 수도 1월 8846건에서 2월 1만1577건, 3월 1만2888건, 4월 1만3957건 등 줄곧 증가세다.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HUG의 대위변제금액도 증가하고 있다. HUG가 집주인 대신 돌려준 전세금은 지난 2017년 약 34억원(16건)에서 지난해 583억원(285건)으로 급증했다. 올해에는 4월 말 기준 594억원(266건)으로 벌써 지난해 전체를 넘어섰다.

    전세금 반환보증 상품에 가입되지 않은 건수를 감안하면 전세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하는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 역시 최근 갭투자 열풍이 불었던 지역을 중심으로 '깡통전세'가 많아지면서 보증상품 가입이 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소강상태이던 입주물량이 올 하반기부터 증가해 당분간 전셋값 조정 가능성이 있다"며 "전세금 반환보증 상품이 세입자에게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어 가입자 수가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민석 KB경영연구소 팀장은 "아직 전세시장 규모에 비해 보증상품 가입자 수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며 "대상 및 가입조건, 절차 등 완화를 통해 대상을 확대하고 전세보증금 반환보험을 의무화하도록 해 세입자의 위험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