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1분기 이미 손실 기록… 하반기 지속 가능성삼성, 낸드발 '치킨게임' 위험 대비 D램 사업 집중美, '회웨이' 제재 부담 작용… "SK 매출 비중 10% 차지"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낸드 플래시 사업에서 적자 위기에 놓였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올 1분기 낸드에서 이미 손실을 기록하기 시작하며 이 같은 분위기가 하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아직 흑자를 내고 있는 가운데 낸드발 치킨게임의 위험성이 커지며 이를 상쇄하기 위한 D램 사업 회복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 하반기에도 낸드플래시 공급과잉에 따른 연간 적자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내부적으로 비용절감과 D램 사업 회복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SK하이닉스에서는 내부적으로 낸드 위기에 대한 전사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임직원들이 비용절감에 동참할 것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이미 지난 1분기 낸드 사업에서 적자를 낸 것으로 파악된다. 증권업계에서는 낸드플래시 사업에서 1분기에만 4000억~6000억 원 수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4분기부터 시작된 낸드 공급과잉에 따른 판가하락이 올해 더 심화되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 들어서만 낸드플래시 가격은 16% 가량 하락하며 줄곧 내림세를 기록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올해 연간 기준으로도 낸드는 적자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적자 규모를 줄이는데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다행히 상반기까지는 D램 사업에서 낸드의 적자폭 메우기가 가능했던 것으로 예상되지만 D램도 서버향 수요 감소 여파로 실적 수준이 많이 쪼그라든 상태다. 여기에 통상 상저하고 패턴을 보였던 메모리 수요가 올해는 하반기에도 개선의 기미를 나타내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다.

    미국의 중국 회웨이 제재 이슈도 SK하이닉스에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화웨이를 통해 올리는 매출만 10%를 넘는 수준이라 현재와 같은 미국의 강도높은 압박이 계속되면 매출의 일부라 해도 손실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예전만큼 낸드 적자를 상쇄시킬만한 버팀목을 일부 잃게 되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낸드 사업자들 중에서도 고부가 제품으로 업계 1위 지위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라 공급과잉에도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분기에도 낸드에서 흑자를 내는데는 무리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지난해 40%에 육박했던 영업이익률이 한자릿수로 꺾이면서 낸드발 적자 위기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는 아니다.

    업계에서는 업계 1위인 삼성이 공급과잉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치킨게임에 돌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삼성은 낸드에서 경쟁력 우위에 있을 뿐만 아니라 D램 사업이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어 다른 낸드 사업자들 대비 치킨게임에 버틸 수 있는 여지가 훨씬 큰 편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D램 사업을 하지 않는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 등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공급과잉이 완화될 수 있다.

    결국 연간 기준 국내 반도체업체들의 실적은 하반기에 달려있다는 전망이다. D램의 가격회복과 함께 낸드에서 얼마만큼 적자 규모를 줄일 것이냐에 관련업계의 눈과 귀가 쏠린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