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화유니그룹 D램 사업 진출 공식 선언"가뜩이나 공급 과잉인데… 업계 한숨 깊어져"日 소재 압박 이어 中 거센 도전… 韓 반도체 '먹잇감' 전락 우려
  • 한국 반도체가 또 다시 시작된 중국의 '반도체 굴기'로 도전에 직면했다. 낸드플래시 사업을 해오던 중국 국영반도체 기업 칭화유니그룹이 D램에까지 진출하며 반도체 영역 넓히기를 시도하고 있다. 가뜩이나 공급과잉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반도체업계에서는 중국의 본격적인 D램 생산에 긴장을 늦추기 어려워졌고 여기에 일본이 반도체 필수 소재 수출까지 제동을 걸며 한국 반도체가 여러 측면으로 견제를 받게 된 상황이다.

    3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와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반도체 기업 칭화유니그룹은 지난달 30일 자체적으로 D램 사업군을 새로 구성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 2015년 세계 3위 D램 업체 '마이크론' 인수로 D램 시장에 진출하려했다 실패한 칭화유니가 자체적으로 D램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칭화유니는 D램 사업을 출범하며 대만 D램 제조사인 이노테라 출신의 가오치촨(高全) 전 회장을 최고경영자(CEO)에 임명하며 의지를 다졌다.

    칭화유니는 4년 전 마이크론 인수가 좌절되자 자회사인 양쯔메모리(YMTC)를 통해 낸드플래시 시장에만 진출했다. 중국 D램의 경우 이노트론이 모바일 D램을, 푸젠진화가 스페셜티 D램을 생산하고 있지만 미국이나 대만보다도 기술력이 낮고 출하량도 적어 글로벌 D램 시장에서는 존재감이 별로 없다. 지난 1분기 기준으로 전세계 D램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가 42.7%로 1위, SK하이닉스가 29.9%로 2위, 미국의 마이크론이 23%를 기록하며 사실상 과점상태이고 과거 메모리 반도체 치킨게임으로 대만업체들 상당수도 D램 시장에서 발을 붙이지 못하게 됐다.

    이 같은 이유로 중국은 이미 몇 해 전부터 '반도체 굴기'를 내세우며 자체 반도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대대적인 작업을 시작했지만 아직까진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삼성, SK 등과 현저하게 기술차이가 난 탓이다. 미국 마이크론 인수와 일본 도시바 인수 등으로 외부 기술력을 단번에 흡수하는 것만이 유력한 대안이었지만 이마저도 실패해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공허한 구호에만 그치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왔을 정도다.

    하지만 이번 칭화유니의 D램 사업 진출로 중국이 다시 한번 메모리 시장 진입을 본격적으로 꾀하면서 국내업체들도 고삐를 다시 죄야하는 상황이 됐다. 당장은 기술력이나 양산능력으로 봤을 때 전체 시장 수급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겠지만 중국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 다양한 방식으로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가뜩이나 공급 대비 좀처럼 늘지 않는 수요로 지속적으로 가격이 하락하며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 PC용 D램의 경우 올초 대비 지난 6월 절반 가까이 가격이 떨여졌고 가격 하락폭은 두자릿수를 이어가고 있다. 올 3분기와 4분기에도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가격하락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까지 뒤늦게 시장에 뛰어들면 공급 측면에선 더 나아질 것은 없다는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다.

    게다가 국내 반도체업체들은 최근 일본의 경제 보복 일환으로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소재 일부에 대해 수입 제한 조치를 받게 됐다. 반도체 노광 공정에 쓰이는 감광재 '포토리지스트'와 식각·세정에 쓰이는 고순도 불화수소 등 사실상 일본이 독점 생산하고 있는 재료들을 수입하는데 당분간 까다로운 절차를 밟거나 기한이 걸리는 등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일본이 양측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을 압박하는 모양새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잇딴 한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견제에 내부적으로도 새로운 전략 짜기에 분주해졌다. 글로벌 반도체 업황 저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외국의 견제를 막아내고 미래 경쟁력 확보까지 고민해야하는 국내 반도체업계에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