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국토부 ①]2016~2018년 14회 출장 중 8회 겹쳐학계 "김영란법 이후 피감기관 동반 바람직하지 않아"보고서 구성·내용 똑같아… 외유성 출장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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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감정원(이하 감정원)과 한국감정평가사협회(이하 감평협) 간 갈등의 골이 깊은 가운데 무게중심을 잡아야 할 국토교통부가 심판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정원과는 빈번하게 해외 출장을 함께 다니며 친밀한 관계를 쌓고 있다. 반면 감평협과는 사이가 매끄럽지 못하다. 일부 비상식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정평가업계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조장하는 국토부의 이중적인 태도를 고발한다. <편집자 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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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가 국토부와 감정원으로부터 받은 최근 3~5년간 부동산 감정평가 관련 해외 출장기록에 따르면 두 기관의 해외 출장 일정과 목적지가 상당 부분 겹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 부동산평가과를 비롯해 부동산 감정평가 관련 부서는 2016~2018년 총 14회에 걸쳐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감정평가 전문인증제 관련 기관 협의, 부동산 서비스·개발 관련 현황과 사례연구 등을 위해서라고 국토부는 밝혔다.
이 가운데 총 8회는 감정원과 출장 일정이 정확히 겹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2017년 3월 21~24일 일본 출장의 경우 국토부는 주택·토지가격 공시제도 해외사례 수집과 관련 제도 개선 협의, 감정원은 일본의 공적 부동산평가제도 해외사례 조사와 자료 수집을 각각 출장 목적으로 내세웠다. 지난해 9월 22~28일에는 미국에서 열린 국제과세평가사협회(IAAO) 제84차 연례총회 등에 함께 했다. 같은 해 12월 16~20일에는 부동산투자회사(리츠) 활성화와 선진사례 논의 등을 이유로 싱가포르와 홍콩을 다녀왔다. 이렇게 겹치는 일정이 최근 3년간 해외 출장의 57%에 달했다. 해외 출장 2회 중 1회 이상은 감정원과 함께였다는 얘기다. 겹치는 8회의 해외 출장 중 3회는 출장 인원이 3~4명이었고 3회는 2명, 2회는 1명이었다.
부동산 관련 전문가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A교수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선생님들은 제자가 건네는 캔커피 하나도 받지 못하고, 밥도 같이 못 먹는다. 불편하고 혹시라도 불필요한 오해를 사기 싫어서다"라며 "일부러라도 몸을 사려야 할 국토부가 산하단체와 빈번하게 해외 출장을 다녔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김영란법 이후 국회의원이 피감기관과 함께 해외 일정을 소화했다고 하면 그걸 좋게 볼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고 덧붙였다. B교수는 "국토부에서 업무상 감정원과 해외 출장을 같이 갈 수도 있다. 명분이 전혀 없는 건 아닐 것"이라면서 "다만 국토부가 관리·감독기관이므로 찝찝하고 꺼림칙한 것도 사실이다. 어쩌다 한 번도 아니고 빈도가 잦다면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
2017년 9월 23~30일 5박 8일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IAAO 주관 콘퍼런스에 참석했던 국외 출장 보고서를 보면 주요 활동과 성과, 향후 계획은 물론 현지에서 열린 제83차 IAAO 연례총회의 세션별 주요 내용 순서와 인용 자료, 분임토의 내용, 현장 사진까지 동일하다. 보고서를 베껴 적는 과정에서 영문 표기를 빼거나 조사를 몇 개 바꾸고, IAAO 단체의 성격과 업무를 간추려 설명하는 소개 글 위치를 페이지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옮긴 정도가 두 보고서의 차이점이다.
같은 해 3월 21~24일 일본 출장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공적평가제도 운영 현황이나 일반·집합부동산 가격산정방식 등의 주요 내용은 물론 참고자료에서 인용한 도표와 그래프, 이미지 심지어 회의장면 사진의 배치까지 판박이다. 감정원 보고서에 '참고자료'로 돼 있는 소제목을 '상세설명'으로 바꾼 정도가 수정한 내용의 전부다.
C교수는 "누가 봐도 통으로 베껴 적은 국외 출장 결과보고서를 작성하려고 국민 혈세를 들여 굳이 피감기관과 함께 해외 출장을 갔던 건지 따져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