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0.04%…첫 마이너스 "위험도 낮은 수준…급격한 위축 가능성 적어"올해 말 물가 반등 이후 내년 1%대 수준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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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경제가 저물가 늪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물가를 나타내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확산하는 양상이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디플레이션 위험도가 매우 낮다는 점, 전반적인 총수요가 급격히 위축될 가능성은 작다는 점을 들며 우려를 일축했다. 

    한국은행은 3일 통계청이 '8월 소비자물가동향'를 발표한 직후 "올해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보다 오름세가 크게 둔화했다"며 소비자물가 상황 점검 결과를 밝혔다.

    올해 1~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0.5%다. 지난해 1~8월 상승률(1.5%)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한은의 물가안정목표는 2%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1월 2%를 기록한 뒤 급격하게 떨어지더니 올해 내내 0%대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이날 발표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0%로 전월(0.6%)보다 큰 폭 하락했는데, 소수점 자릿수까지 보면 -0.04%로 첫 마이너스를 찍었다.

    이는 지난해 폭염으로 농·축·수산물 가격이 급등한 데 따른 기저효과와 최근 국제유가 하락으로 공급측 요인의 물가 하방압력이 8월 들어 더욱 확대됐기 때문이다.

    한은은 물가가 마이너스로 돌아섰지만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을 우려하는 데 경계심을 드러냈다. 디플레이션은 물가수준의 하락이 상품 및 서비스 전반에서 지속하는 현상이다.

    특히 우리 경제에 예상 밖의 충격이 발생하지 않는 한 전반적인 총수요가 급격히 위축될 가능성은 작다고 평가했다.

    물가 여건뿐만 아니라 경기상황, 자산시장 여건 등 포괄적인 방식으로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평가하는 IMF의 '디플레이션 취약성 지수(DVI)'를 산출해 보면 우리나라의 상반기 디플레이션 위험도는  '매우 낮음' 단계에 해당한다. 

    한은은 "저물가 현상은 물가하락의 광범위한 확산성과 자기실현적 특성이 나타나지 않은 데다 농·축·수산물 및 석유류 등 공급측의 일시적 요인과 정부 정책측면의 제도적 요인이 가세한 결과로 디플레이션의 징후로 단정하기는 곤란하다"고 일축했다. 

    이어 "소비자물가 구성 품목 중 가격 하락을 주도하는 품목 수는 여전히 제한적"이라며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이 물가안정목표인 2% 수준을 나타내고 있어 자기실현적 물가 하방압력을 제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물가 반등 시기를 올해 말로 관측했다. 연말 공급측 요인의 기저효과가 사라지면서 물가 상승률이 빠르게 반등할 거라는 예상이다.

    최근 기조적 물가 오름세가 1%대 초·중반인 점을 감안할 때 내년 이후 공급측 물가 하방압력이 완화되면서 상승률이 1%대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는 이날 기획재정부와 함께한 거시정책협의회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으로 저인플레이션이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고, 주요국의 경우 유례없는 완화적 통화정책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목표수준을 하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이후 1%대 물가 상승률이 예상되는 만큼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최근 저인플레이션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을 글로벌 차원에서의 구조 변화와 이에 따른 추세적 물가흐름 변화의 측면에서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