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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불안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방아쇠는 소비자물가가 당겼다.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5.2(2015년=100)로 전년대비 상승률은 0.4% 하락했다. 소비자물가는 올해 1월 0.8%를 기록한 후 8월까지 1%대를 밑돌았지만 마이너스 성장률은 지난 1965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다.
정부는 일시적 현상이라며 수습에 나섰지만, 국내외 경제전문가들은 비관론을 제시하고 있다.
◆저물가 현상, 일시적 vs 고착화
정부가 경계하고 있는 것은 ‘디플레이션’ 진입이다. 디플레이션은 물가하락 속에 경기침체가 같이 나타나는 현상으로 우리나라가 성장동력을 상실했단 뜻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소비자물가 하락과 관련해 일시적 현상이라며 적극 해명에 나서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번 통계청 발표에 앞서 소비자물가가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을 알고 있었다.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는 지난달 2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월 중 0%로 크게 낮아졌다. 앞으로 한 달, 두 달 정도는 마이너스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하는데 마이너스는 일시적 현상으로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8월 물가상승률이 0%로 가니까 디플레이션 우려가 심심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디플레이션은 장기간 지속되고 하락 품목이 확산해야 하는데 물가지수가 떨어진 이유는 지난해 농축수산물 가격이 급등한 데 따른 기저효과 때문”이라고 밝혔다.
결국, 농축수산물 가격이 지난해와 비슷한 흐름만 이어졌다면 마이너스를 기록하지 않았단 얘기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러한 기저효과가 빠르면 연말, 아니면 내년 초 해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경제전문가들은 정부의 낙관적 전망을 우려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측은 농축수산물 가격 하락 등 일시적 요인이 작용했지만, 근본 원인은 경기 부진으로 수요 측면에서의 가격 인상 압력이 낮은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LG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소비 부진으로 서비스 업체들이 가격을 올리지 못해 소매업이나 음식점업, 숙박업, 개인서비스업 등 자영업 비중이 높은 주요 서비스 산업의 가격상승세는 올해 이미 뚜렷하게 꺾인 바 있다”라며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2.9%로 올해보다 크게 낮아지면서 임금상승 압력도 높지 않고 유통의 온라인화도 빠르게 진행되면서 가격상승 압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대규모 설비투자 필요성이 줄어드는 소프트화 현상으로 원자재 수요가 둔화하고 고령화로 소비수요 활력도 낮아지면서 저물가 기조가 이어지고 물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사례가 점차 잦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LG경제연구원은 올해 소비자물가로 0.5%, 2020년은 0.8% 수준의 낮은 상승률을 예상했다.
◆해외서 바라보는 韓 경제성장률은 1%대
사실 저물가와 함께 걱정스러운 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2.4~2.5%로 뒀다.
한국은행 역시 지난 7월 2.2% 경제성장을 예상했지만, 이주열 총재가 목표치 도달이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문제는 내년이다. 국내외 42개 경제전망 기관들은 내년에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이 더딜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특히 글로벌IB들은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1%대 그칠 것이란 비관론을 제시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1.8%로 내렸다. 내년 전망치 역시 1.9%에서 1.6%로 조정하며 정체기 돌입을 예고했다.
모건스탠리도 올해 한국 성장률을 1.8%, 내년은 1.7%로 전망했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1.8%로 조정했다. 내년 전망치는 2.1%로 2%대 상승을 예상했지만, 이전보다 0.5%포인트 하향 조정한 결과다.
국내 연구기관도 비관론에 합세했다.
LG경제연구원은 내년 우리나라 성장률로 1.8%를 제시했으며 국가미래연구원은 1.9%의 전망치를 밝혔다.
비관론의 배경은 우리나라의 높은 수출의존도 때문이다. 내년 세계경기가 올해보다 더 낮은 성장세를 기록하고 미·중 무역분쟁도 해소되지 못하면서 교역부진 현상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쉽게 말해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입장에선 불리한 상황이 계속될 것이란 얘기다.
주력 품목인 반도체 상황도 밝지 않다. 세계 경제의 장기 흐름에 대한 전망이 부정적으로 바뀌면서 당장 수익창출이 어려운 4차 산업혁명 관련 투자를 위축시키고 결국 반도체 수요도 떨어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