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장수 CEO 한상범 부회장 용퇴재무전문가 정호영 LG화학 사장 CEO 선임실적 악화 수장 교체 초강수… 구광모號 인적 쇄신 '가속페달'OLED 전환 마무리… '실적·재무' 건전성 두마리 토끼 잡는다
  • ▲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신임 CEO(좌)와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우) ⓒLG디스플레이 제공
    ▲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신임 CEO(좌)와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우) ⓒLG디스플레이 제공
    LG디스플레이가 올 상반기에만 5000억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8년 여 동안 회사를 이끌던 최고경영자(CEO) 교체로 쇄신에 나섰다.

    강한 리더십으로 'OLED 대세화'를 이끈 한상범 부회장에 이어 꼼꼼한 '재무·전략통'으로 알려진 정호영 사장으로 LG디스플레이의 난국을 해결하기 위해 마지막 카드를 꺼내든 모습이다.

    17일 LG디스플레이는 정호영 사장을 새로운 CEO로 맞아 이날부터 업무를 시작한다. 전날인 16일 대표이사인 한상범 부회장이 실적 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LG디스플레이는 긴급 이사회를 열고 정호영 LG화학 사장을 후임으로 선임했다.

    한 부회장은 이번 사의 표명으로 CEO 직함을 내려놓게 되지만 내년 3월 주주총회와 이사회까지는 대표이사 직함을 유지하게 된다. 신임 정 사장도 이 자리에서 차기 대표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한 부회장의 향후 거취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알려진 바가 없다.

    한 부회장은 비교적 오랜 기간 퇴임을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전격적인 사의 표명과 후임자가 선정되기까지 과정은 신속하게 이뤄졌다.

    이 같은 사실로 미뤄볼때 LG그룹 차원에서도 이 같은 LG디스플레이 수장 교체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구광모 회장 체제에 들어서 빠른 의사결정으로 과거 대비 인적 쇄신에도 속도가 나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 부회장이 용퇴를 결단한데는 최근 LG디스플레이가 실적 악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한 부회장 역시 지난해 1분기부터 이어진 영업손실 등 실적 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것이라는게 내부 전언이다.

    LG디스플레이는 한 부회장이 취임한 2012년부터 2017년 4분기까지 연속 흑자를 달성하며 글로벌 1등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데 한 부회장 덕을 톡톡히 봤다.

    특히 중국업체들이 저가 LCD로 공세를 펼치기 시작하며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자 OLED로 전사적 사업구조를 전환한 것도 한 부회장 시절 이뤄진 일이다. 한 부회장은 특유의 강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OLED로 사업구조를 전환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를 뚝심있게 이어왔다는 평가를 얻었다.

  • ▲ 중국 광저우 8.5세대 OLED 공장 전경. ⓒLG디스플레이
    ▲ 중국 광저우 8.5세대 OLED 공장 전경. ⓒLG디스플레이
    하지만 중국의 저가 LCD 공세가 더욱 거세지고 시장 개화가 예상보다 더뎠던 OLED 전환을 위한 투자가 이어지면서 LG디스플레이의 실적은 고꾸라졌다.

    지난해 1분기에는 한 부회장 취임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고 멈출 수 없는 OLED 전환 투자로 재무에도 타격이 불가피 했다.

    올해 들어서도 적자 규모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아 우려감이 커졌다. 1분기에 1320억 원 손실을 봤던 LG디스플레이는 2분기에 3700억 원에 가까운 추가 손실을 기록하며 상반기에만 5000억 원이 넘는 손실을 내는데 이르렀다.

    현금 창출이 어려워진 까닭에 OLED 투자금을 확보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국내외를 망라해 자본시장에서 투자금 조달에 적극 뛰어들었다.

    얼마전 가동을 시작한 중국 광저우 8.5세대 OLED 생산공장 등을 비롯해 OLED 전환을 위한 투자에 올해만 8조 원 넘는 자금을 집행하면서 3조 원 규모의 신디케이트론을 발행했고 4월에는 홍콩에서 사모사채 방식으로 1억 달러(12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기도 했다.

    이처럼 올해 대규모 핵심 투자를 마무리 지은 LG디스플레이에게 남은 과제 중 최우선순위는 재무상태를 관리하는 것이다. 한 부회장의 후임으로 과거 LG디스플레이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오랜기간 맡았던 정호영 LG화학 사장을 임명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정 사장은 과거 LG전자 영국법인장을 거쳐 CFO에 올라 본격적으로 재무통으로 입지를 쌓았고 지난 2008년부터 2013년까지 무려 6년 동안 LG디스플레이의 CFO 역할을 맡았던 바 았다. 이후에도 LG생활건강과 LG화학에서 CFO를 역임한 LG그룹 재무 전문가로 꼽힌다.

    신임 정 사장은 과거 2012년부터 2년 간 한상범 부회장과도 함께 호흡을 맞췄던만큼 한 부회장이 지난 8년 간 LG디스플레이에 세워온 'OLED 대세화' 기조는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다. 더구나 지난달부터 광저우 공장을 비롯해 OLED 전환이 이뤄진 라인을 중심으로 생산에 박차를 가하면서 정 사장이 본격 경영을 맡게 되는 내년 이후 실적과 재무를 모두 챙길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