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치엘비·신라젠 쇼크 이어 헬릭스미스도 글로벌 임상 3상서 고배헬릭스미스, 임상 3상 결론 도출 실패… 업계, "약물 혼용? 어이없는 사고"에이치엘비 쇼크·신라젠 쇼크보단 여파 덜해… "실적 견조한 제약사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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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에이치엘비 쇼크, 지난달 신라젠 쇼크에 이어 이번엔 헬릭스미스가 임상 3상에서 좌절했다. 지난 5월 코오롱티슈진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의 미국 임상 3상이 중단된 것까지 포함하면 올 들어 네 번째다.
◆ 헬릭스미스, 임상 3상 결론 도출 실패… 업계, "약물 혼용? 납득 안 가"
26일 업계에 따르면 바이오 업계의 구원투수로 기대를 받아온 헬릭스미스마저 글로벌 임상 3상에서 고배를 마셨다.
헬릭스미스는 지난 23일 당뇨병성 신경병증 유전자치료제 '엔젠시스(VM202)' 임상 3a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위약과 약물의 혼용 가능성이 발견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최종 결론 도출은 임상 3b상 이후로 지연됐다.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는 지난 24일 오전 8시30분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본사에서 기업설명회(IR)를 열고 이번 사태에 대해 해명했지만, 주가 하락을 방어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날 헬릭스미스의 주가는 가격제한폭인 29.99%(5만 1400원)까지 하락해 12만원으로 내려앉았다. 지난 25일에도 30.00%(3만 6000원) 급락한 8만 4000원을 거래를 마치면서 이틀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다. -
김 대표는 "이번 뼈아픈 경험을 통해 데이터 분석과 하이퀄리티를 유지하며 속도전을 펼쳐 빠른 시일 내에 데이터 오픈하도록 할 것"이라며 "오는 2021년 말에는 데이터를 오픈해서 2022년 하반기에는 품목허가신청서(BLA)를 제출할 방침"이라고 언급했다.
바이오 업계에서는 헬릭스미스에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김 대표가 지난 24일 말했듯이 임상 과정에서 약물이 뒤섞인 것은 '어이없는 사고'라는 것.
업계 관계자는 "임상시험이 끝날 때까지 약물이 혼용됐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임상의 기초도 안 된 기업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 에이치엘비 쇼크·신라젠 쇼크 비해 여파 덜해… "제약사로 눈돌릴 때"
그나마 다행인 점은 헬릭스미스 임상 3상 악재로 인한 여파가 에이치엘비 쇼크, 신라젠 쇼크에 비해 덜하다는 것이다. 에이치엘비와 신라젠의 임상 3상 실패 소식이 번졌을 때는 제약·바이오 주가는 물론, 코스닥 시장까지 뒤흔들린 바 있다.
지난 24일 올리패스(-12.75%), 이연제약(-9.22%), 강스템바이오텍(-4.10%), 에이비엘바이오(-4.32%), 파멥신(-3.32%) 등 일부 제약·바이오주가 급락했다. 대부분의 제약·바이오주가 약세를 보인 가운데 메지온(4.50%), 녹십자(2.56%), 유한양행(1.76%), 마크로젠(1.44%) 등 오름세를 보인 경우도 있었다.
헬릭스미스가 2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한 25일에는 제약·바이오주가 일제히 하락했다. 신라젠(-7.96%), 대웅제약(-6.02%), 코오롱생명과학(-5.99%), 툴젠(-5.78%), 파미셀(-4.53%), 강스템바이오텍(-4.27%), 안트로젠(-4.17%), 휴온스(-4.00%), 제넥신(-3.09%) 등 줄줄이 주가가 떨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투자심리가 급속히 얼어붙을 것은 예견했지만, 우려했던 것보다는 여파가 덜해서 다행"이라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신라젠 쇼크 때보다 코스닥·바이오 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덜할 것"이라며 "이미 (에이치엘비, 신라젠 등) 두 업체들의 임상 결과로 바이오업체들의 주가가 충분히 많이 빠진 상황에서 헬릭스미스의 임상 성공보다는 실패가 시장 컨센서스였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글로벌 신약 개발의 어려움을 다시 한번 깨닫고 이에 맞는 눈높이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실적 개선 대형주, 낮은 실패 가능성과 임박한 모멘텀 갖춘 중소형주를 추천했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바이오주의 비중을 줄이고 보수적으로 대응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일각에선 실적이 견조한 제약사들로 관심을 돌려볼 것을 권유하기도 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바이오기업에 쏠려 있어 아쉽다"며 "바이오 신약을 묵묵히 개발하고 있는 제약사들에 대한 관심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