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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일부 강남 재건축 조합이 일반 분양분 '통매각'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정부가 불허 방침을 밝히면서 양자간 기싸움이 팽팽하다. 정부는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며 예외를 두지 않겠다는 입장인 반면 주민들은 사유재산 침해라며 법 개정을 청원하고 나섰다.
2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래미안 원베일리) 조합은 오는 29일 총회를 열고 일반분양분 통매각 등의 안건을 통과시킨 뒤 매각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앞서 매각 입찰 공고에서 변호사 중개법인 트러스트의 자회사인 '트러스트 스테이'가 일반분양 364가구를 3.3㎡당 6000만원씩 8000억원에 매입하기로 단독 입찰했다.
현행법상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은 임대사업자에게 통매각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지역 지정 전에 처분하려는 것이다. 게다가 현재 분양가 규제로 인해 일반분양가는 3.3㎡당 4000만원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통매각이 성사된다면 '임대 후 분양'도 가능해진다. 8년 동안의 의무임대기간이 끝난 뒤 분양전환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분양가나 공급 대상은 사업주체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다. 임대사업자는 8년 임대 후 3.3㎡당 1억원 안팎의 가격으로 되팔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방식에 대해 서울시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에 따라 분양 물량은 '매각'이 아닌 '분양'을 해야 한다며 통매각 방식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서울시도 매각을 통한 다른 사업 방식을 적용하기 위해선 변경인가를 받아야 하고 단순히 분양가 규제를 회피하려는 목적의 정비계획 변경이라면 심의를 통과할 확률이 낮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민특법)'에서는 사업주체가 공공지원민간임대나 장기일반민간임대 방식을 추진할 경우 해당 주택을 임대사업자에게 우선 공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주택은 예외로 하고 있다.
이에 재건축조합 연합체인 미래도시시민연대는 지난 21일 통매각을 막고 있는 민특법 예외조항을 삭제해달라며 청와대 홈페이지 청원게시판에 게재됐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도정법상 일반분양분 매각은 정부가 제한할 수는 없다"면서 "분양가상한제 시행 전에 매각 계약을 체결할 경우 통매각은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통매각 제도는 미분양 해소와 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2011년 도입돼 2015년부터는 재개발·재건축 아파트에도 적용됐다.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던 서울 관악구 강남아파트 재건축조합은 2017년 일반분양분을 임대사업자에게 통매각한 사례가 있다.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더라도 당분간 일반 분양분 통매각을 둘러싼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반분양 통매각이 가능해지면 다른 재건축 조합들도 이 방식을 도입할 것"이라며 "주무부처인 국토부와 서울시가 강하게 막고 있어 실현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