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하에 5대 은행 예금금리 '눈치보기'

한국은행이 최근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외국계 은행을 중심으로 일부 시중은행들이 예·적금 금리를 내리고 있지만, 5대 시중은행은 고객 이탈에 대한 우려와 새로운 예대율 규제 등으로 아직 '눈치보기'를 하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 등 외국계 은행이 일부 수신상품의 금리를 내렸다.

씨티은행은 지난달 25일부터 일부 입출금 통장에 주는 우대금리를 0.2∼0.3%p 인하했다. '씨티더하기통장'의 경우 신규가입하거나 1000만원 이상 금융거래 실적이 있으면 기존에는 연 1.4%의 금리를 줬지만 이번에 1.2%로 내렸다.

SC제일은행은 이달 1일 주요 입출금 상품의 금리를 0.1∼0.3%p 인하했다.

'내지갑통장'은 최고금리를 연 2.5%에서 2.2%로, 'SC제일마이줌통장'은 최고 연 1.2%에서 1.0%로 금리를 조정했다. SC제일은행은 다른 은행에 비해 고금리 입출금통장이 많아 기준금리 인하 이후 금리 조정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은 아직 움직임이 없다.

이들은 내년부터 시행되는 신(新) 예대율 규제를 앞두고 예금을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 하는 상황인 데다 여론의 추이도 봐야하기 때문에 선뜻 금리인하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선 사례를 보면 지난주 예금금리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됐지만, 은행들은 여전히 고민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7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했을 당시 농협은행(7월25일), 우리·하나은행(7월29일), 국민은행(8월2일) 등 주요 은행들은 모두 2주 안팎의 시차를 두고 예금 금리를 내렸다. 인하 폭은 주력 상품 기준으로 국민·신한은행이 0.25%p, 우리·하나은행은 0.30%p였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 이후 시장금리의 방향성이 잡히지 않아 예금금리 조정에 대한 고민이 길어지고 있다"며 "상품별로 인하 폭을 검토하고 상품도 조정해야 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지난달 30일 은행 간 플랫폼의 벽을 허무는 '오픈뱅킹'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고객 지키기에도 신경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당장 수익성을 높이겠다고 굳이 먼저 나설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출금리는 시장금리와 바로 연동되지만, 예금금리는 한번 조정하면 재조정이 쉽지 않아 지켜보고 있다"며 "먼저 금리를 내릴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