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홈페이지·현지행사 통해 삼성TV 저격산업부 "선 넘지말라" 경고 불구 소모적 싸움 이어가진전 없는 논리 반복·해결책 부재 '소모전' 비난 높아져얻는 것 없이 부활 꿈꾸는 일본, 저가 중국 업체 '어부지리' 효과만
  • ▲ LG전자 미국 홈페이지에 게재된 OLED와 QLED 비교 글 화면 캡처 ⓒLG전자 미국 홈페이지
    ▲ LG전자 미국 홈페이지에 게재된 OLED와 QLED 비교 글 화면 캡처 ⓒLG전자 미국 홈페이지
    지난 9월 'IFA 2019'에서 시작된 LG전자와 삼성전자 간의 TV전쟁이 이번에는 해외까지 번지고 있다. 그동안은 국내에서만 언론이나 TV 광고, 유튜브 등의 SNS를 통해 비방전이 오갔지만 LG전자가 30여 개 자사 글로벌 홈페이지에 삼성전자의 'QLED TV'를 공격하는 글을 게시하며 해외에서도 논쟁의 불씨를 당겼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자사 해외 홈페이지를 통해 삼성전자의 QLED TV와 자사의 OLED TV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해외 비방전을 시작했다. 프리미엄 TV 주요 시장인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를 비롯해 유럽과 남미, 아시아와 러시아 등의 해외 홈페이지에 'OLED vs. Q-L-E-D'라는 제목으로 글을 게시했다.

    이처럼 해외 홈페이지를 따로 운영하고 있는 지역을 포함해 총 30여 개 국가에서 QLED를 지적하고 나섰다. 홈페이지 외에도 해외 현지에서 진행되는 TV 관련 행사 등에서도 OLED와 QLED의 비교를 통한 비방전을 이어가는 형식을 병행하고 있다.

    LG전자는 화질을 평가하는 표준규격이라 주장하는 'CM(화질선명도)' 값을 해외 비방전에서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캐나다에서 운영하고 있는 LG 나노셀(NanoCell) TV 홈페이지에서 LG전자는 'OLED TV와 나노셀TV를 선택해야하는 이유(Why OLED TV and NanoCell TV)'라는 제목으로 OLED TV와 QLED TV를 비교하는 글을 올렸고 "Q-LED 8K TV는 국제적인 표준을 만족할 수 없다(Q-LED 8K TV does not satisfy international standards)"라는 표현으로 QLED TV가 CM값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LG전자는 국내에서도 꾸준히 삼성의 QLED 8K TV가 CM값 13~18%에 불과해 ISO가 정한 최소 CM값인 25%를 넘지 못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해외 홈페이지에서도 자사의 나노셀 8K TV CM값이 88%이고 삼성의 QLED 8K TV CM값이 13%로 측정된 픽셀을 비교해 보여주는 방식으로 QLED의 화질에 의문을 제기했다.
  • ▲ LG전자 미국 홈페이지 내에 8K TV CM값을 비교해 소개하는 화면 캡처 ⓒLG전자 미국 홈페이지
    ▲ LG전자 미국 홈페이지 내에 8K TV CM값을 비교해 소개하는 화면 캡처 ⓒLG전자 미국 홈페이지
    LG전자가 QLED TV를 표기하는 방식에서도 삼성전자를 저격하는 뉘앙스를 담았다. LG전자는 QLED가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퀀텀닷(Q)-OLED'가 아닌 LCD TV의 일종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QLED를 붙여서 표기하는 대신 'Q-L-E-D'라는 형식으로 표현하거나 'Q-LED'로 써서 LCD를 기반으로 한 LED TV라는 점을 강조했다. 더불어 QLED 패널 구성을 뜯어 나노셀 패널과 비교하는 이미지를 넣어 소비자들이 이 같은 점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했다.

    CM 수치 비교와 TV 패널 분해와 같은 내용은 홈페이지 뿐만 아니라 해외 판매 현장에서도 직접 보여주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9월에만 호주와 중국, 미국, 이탈리아 등지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기술 시연 행사를 순차적으로 개최했고 기타 지역으로까지 비슷한 형식의 행사를 확대할 방침으로 알려져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어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부터 두 달 여에 걸쳐 TV 공방전을 이어오던 LG와 삼성이 그 무대를 해외로까지 확대한데 대해 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의 비방전 이후 LG가 삼성전자의 QLED 명칭과 광고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고 이에 삼성도 맞제소에 나서면서 소강 상태에 접어드는가 싶었지만 오히려 해외시장에서까지 전면전에 돌입해 TV전쟁은 확대일로이기 때문이다.

    특히 4분기는 전통적으로 TV업계 최대 성수기라 불리는 블랙프라이데이와 크리스마스, 박싱데이 등 북미권을 중심으로 한 판촉행사가 열리는 시점이라 각 사의 영업 성과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더구나 내년 신제품을 준비하는 막바지 단계에서 TV업계 양대산맥인 두 회사가 불필요한 소모전을 이어가고 있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해외까지 확전된 이번 LG와 삼성 간의 TV전쟁은 내년 초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 'CES 2020'에서까지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준다. IFA 2019에서 삼성전자에 선공을 날린 LG전자가 연말을 넘어 내년 초 또 한번의 국제 무대에서 OLED와 QLED, 8K 화질 논쟁을 이슈화할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LG 내부적으로 OLED TV에 사활을 건 만큼 당분간은 삼성을 겨냥한 공세를 이어간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올 하반기 내내 이어진 LG와 삼성 간의 TV 화질 논쟁이 내년까지 이어지면서 양사는 물론이고 소비자들에게도 뚜렷한 이득이 없는 소모전에 그칠 우려가 크다는 데 있다. 게다가 소니, 파나소닉 등 일본 업체는 물론, 중국 업체들의 어부지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지금부터 CES 전까지는 LG와 삼성은 물론이고 글로벌 전자 기업들이 내년에 판매할 신제품을 준비하고 사업 전략을 짜는 등 '골든타임'에 해당한다. 새로운 문제제기나 표준 규격 재정립과 같이 기존 이슈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지적이나 해결책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국제무대로 판을 벌려 소모적 논쟁을 이어가는 꼴만 보이게 된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미 LG와 삼성의 TV 화질 논쟁이 내년 CES까지 확전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의 뜻을 표한 바 있다. 산업부는 최근 LG와 삼성이 공정위에 제소한 의견을 청취하고 양사에게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지켜달라"고 당부하며 "특히 내년 CES에서까지 서로를 비방하는 모습은 지양해달라"는 주문을 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분위기로 미뤄볼 때 CES에서 TV업계 양대산맥이자 같은 국적을 가진 LG와 삼성이 지난 IFA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비방전을 이어갈 것임이 예고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LG전자가 처음 문제 제기를 했던 부분에서 크게 나아간 논리와 주장이 없는 상황인데, 국제무대로 이슈를 키우기만 하면서 눈싸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면서 "TV시장에서 부활을 꿈꾸는 일본 업체들과 고스펙 저가격 물량을 쏟아내는 중국업체들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상황에서 비방전이 확전된다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은 만큼 싸움을 멈춰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