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조정지역 해제 이후 113주만 집값 상승 전환해제 이후 첫 분양서 최고 청약경쟁률 갱신표면적인 수치에만 의존한 정부 판단 착오 지적
  • ▲ 서울 강남권 아파트 단지.ⓒ뉴데일리 DB
    ▲ 서울 강남권 아파트 단지.ⓒ뉴데일리 DB

    정부가 지난 1년간 집값이 안정세를 유지했다며 부산시, 경기 고양·남양주시 등을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하자마자 이들 지역 부동산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표면적인 수치에만 의존해 섣불리 조정대상지역에세 해제한 정부의 판단에 결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주(11일 기준) 전국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 결과 부산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와 비교해 0.10% 상승했다. 이는 2017년 9월 첫째 주 이후 113주 만에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특히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 해운대구가 0.42% 올라 상승폭이 가장 높았고 함께 해제된 수영구 0.38%, 동래구 0.21% 등이 평균 상승 폭을 크게 웃돌며 부산 집값 상승을 이끌었다.

    조정대상지역에서 완전히 해제된 부산뿐 아니라 일부 해제된 고양시 역시 전주보다 0.02% 상승하면서 45주 만에 상승 전환했다. 일산동구(0.03%), 일산서구(0.02%), 덕양구(0.01%) 등에서 매수 문의가 크게 늘었다.

    다산동과 별내동을 제외한 모든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 남양주시 또한 집값 반등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남양주시는 일산보다 2배 이상 높은 0.05% 올랐다.

    남양주시 N공인중개소 대표는 "해제 소식 발표 이후 거래가 늘어난 것은 아니지만 집주인들이 호가를 올리면서 덩달아 시세도 오르고 있다"며 "투자 목적으로 아파트를 찾는 문의 전화도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조정대상지역 해제 효과는 아파트 청약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KCC건설이 부산 해운대구 반여1-1구역 주택재개발사업을 통해 분양한 '센텀 KCC스위첸'은 평균 67.8대 1을 기록하며 1순위 청약 마감에 성공했다. 이는 올해 부산에서 분양한 신규 아파트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이다.

    이 단지가 대형 건설사 브랜드 단지도 아니고 1000가구 넘는 대단지가 아님에도 청약 수요가 몰린 것은 이례적이다.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돼 청약 조건과 전매제한기간, 대출규제 등이 비조정대상지역과 동일해지면서 투기수요가 몰렸다는 분석이다.

    실제 조정대상지역 해제 조치로 청약통장 가입기간 요건은 2년에서 6개월로 축소됐고 1순위 자격이 무주택 또는 유주택 세대주와 세대원으로까지 확대됐다. 뿐만 아니라 소유권 등기이전까지로 제한된 분양권 전매 기간도 6개월까지로 단축됐다. 계약금과 일부 중도금만으로 분양권을 보유하고 있다가 프리미엄을 받고 분양권을 넘기는 형태로 투자하는 게 가능하다.

    이처럼 규제가 해제되자마자 시장이 달아오는 것은 이미 투기 수요가 상당 부분 진입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 발표 이후 서울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하지만 정부가 섣불리 조정지역 해제에 나서면서 투기 수요에 불을 지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통상 규제 해제는 시장이 침체해서 족쇄를 풀어주는 것인데 규제가 풀리자마자 돈이 몰리고 집값이 들썩이는 것은 정상적인 시장으로 볼 수 없다"며 "조정대상지역 선정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