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Q까지 단 2개카메라 솔루션·AI 식품기술 등 SW만 투자작년 네트워크 분석 SW기업 투자가 전부"M&A 건수 줄이고, 소프트웨어 분야만 집중"앞선 5년간 M&A 40%가 SW에...진입장벽 높은 SW 기술 접근법
  • 삼성전자가 최근 몇 년 간 인수·합병(M&A)에 소극적이었지만 소프트웨어(SW)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어 주목된다. 올해도 단 2건 진행한 M&A 모두 SW 분야였고 지난해 유일한 M&A도 SW 기술을 확보하는 차원이었다. 이에 앞선 5년 동안에도 전체 M&A의 40%가 SW 분야에 쏠리면서 초기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는 모습이다.

    20일 삼성전자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3분기까지 2건의 M&A를 진행하며 특히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에 집중했다. 1월에는 이스라엘 벤처기업 '코어포토닉스(Corephotonics)'가, 3월에는 영국 스타트업 '푸디언트(FOODIENT)'가 새로 자회사로 편입됐다. 지난 3분기에 성사된 M&A는 없었다.

    이 두 곳 모두 분야는 다르지만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라는 공통점이 있다. 코어포토닉스는 스마트폰 카메라 솔루션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인수 전 삼성에서도 코어포토닉스의 스마트폰 줌 기술 등을 활용하고 있었고 애플이나 오포(Oppo) 등도 코어포토닉스와 협력관계에 있었다. 스마트폰에서 카메라 사양과 기술이 전체 폰의 스펙을 결정하는 시대에 접어들며 삼성이 선제적으로 인수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에 기반을 둔 인공지능(AI) 식품분석 회사인 푸디언트도 AI 콘텐츠를 개발하는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볼 수 있다. AI를 활용해 소비자의 식습관이나 영양정보를 분석해 최적의 요리 레시피를 제공하는 콘텐츠를 제공해 삼성전자의 미래형 주방가전에서 널리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는 단 한 건의 M&A를 추진해 그 어느 때보다도 소극적인 행보를 나타냈지만 유일한 M&A도 소프트웨어를 겨냥했다. 스페인에 기반을 두고 있는 네트워크 분석 솔루션 기업 '지랩스(Zhilabs)'가 그 주인공이다. 삼성은 본격적인 5G 시장 개화를 앞두고 네트워크 트래픽이나 서비스 품질 등을 분석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역량을 갖춘 지랩스를 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랩스의 경우 네트워크 분야에서 처음으로 인수한 기업이라는 점에서 더 주목받기도 했다.

    이에 앞선 5년 동안에도 삼성은 소프트웨어 기업을 집중적으로 인수하는 전략을 펼쳐왔다. 지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완료된 20건의 M&A 중에 40%가 소프트웨어 업종이었다. 2016년에 삼성의 그동안 M&A 역사 상 가장 큰 규모였던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Harman)'을 제외하면 사실상 소프트웨어 기업을 인수하는 데만 집중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올해와 마찬가지로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도 다양한 분야에 투자를 진행했다. 2017년에는 텍스트를 음성으로 변환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이노틱스(Innotics)'를 인수했고 하만 인수가 이뤄진 2016년에는 다수의 M&A를 진행하면서 인공지능 플랫폼인 '비브랩스(Viv Labs)'나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 '조이언트(Joyent)' 등 다양한 소프트웨어 기업을 인수했다.

    2015년에는 지금의 삼성페이(Samsung Pay) 기반이 된 모바일 결제 솔루션 기업 '루프페이(Loop Pay)' 등에 투자했고 사물인터넷 사업의 기반이 된 '스마트씽스(Smart Things)'도 2014년 삼성이 인수한 대표적인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삼성이 이처럼 소프트웨어 기업을 인수하는데 주목하는 배경에는 그동안 삼성이 하드웨어 기술을 기반으로 성장해왔다는 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삼성은 가전과 스마트폰에 이어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등 제조사로 성공을 거듭했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하드웨어 분야에서 M&A를 추진하지 않았다. 자체적으로도 매해 수십 조 원의 투자를 진행하며 하드웨어 경쟁력을 더 키워나갈 여력이 충분했다. 그런 맥락에서 삼성의 하만 인수가 특별했다고 평가되기도 한다.

    대신 초기 기술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M&A를 적극 활용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의 인수건에서도 볼 수 있듯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는 매우 광범위해서 내부 개발건 외에 다수의 초기기업 투자가 필수적이다.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들이 개발 초창기부터 해당 기술에 대한 특허권을 갖기 때문에 이를 확보하기 위해 유망 기술 기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개념이기도 하다.

    지난해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전통적으로 하드웨어 제조에 강점을 지닌 삼성전자는 인공지능, 클라우드와 같은 소프트파워를 확보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며 "미국 실리콘밸리에 거점을 둔 혁신·벤처투자 조직인 '삼성넥스트'를 설립하고 유망 스타트업에 대한 M&A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소프트웨어 중심의 삼성 M&A 전략은 내년을 비롯해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5G를 비롯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더 다양한 소프트웨어 분야에 대한 기술 확보 중요성이 커지고 이를 선도하기 위한 삼성의 발걸음 또한 빨라질 것이라는데 무게가 실린다. 다만 M&A를 통한 완전한 기업 인수보다는 벤처펀드를 통한 지분 인수 방식이 활발히 이뤄져 향후 M&A 대상이 될 수 있는 기업군을 관리할 가능성이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