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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데일리경제(울산) 성재용 기자] "황 함량 0.5% 이하의 저유황 연료만을 만들기 위한 공장이죠. 글로벌 정유사들 가운데서도 연료유만을 위한 저유황유 생산 공장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하루 4만배럴가량이 생산가능하고, 수익은 연간 2000억~3000억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달 찾은 SK 울산 CLX(Complex, 복합단지)에서 만난 문상필 SK에너지 공정혁신실장은 "IMO(국제해사기구) 2020에 대비해 건설 중인 감압잔사유(VR) 탈황설비(Vacuum Residue Desulfurization, VRDS)가 내년 1월 기계적 완공을 앞두고 있다"며 이 같이 설명했다.
VRDS는 IMO가 2020년부터 시행하는 선박용 연료유 황 함량 규제에 부합하기 위해 벙커씨(B-C)유·HSFO 등 고유황 중질유에서 황을 제거, 경유·액화석유가스(LPG)·나프타를 포함한 저유황유 등 고부가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고도화 설비다.
감압 증류 공정의 VR을 원료로 수소첨가 탈황 반응을 일으켜 경질유와 저유황유를 생산한다. VR은 원유에서 휘발유·경유·등유 같은 경질유를 정제하고 남은 찌꺼기 기름으로, 아스팔트 원료인 중질유가 이에 해당한다.
문상필 실장은 "거리고 거른 찌꺼기가 바로 VR인데, VRDS는 그것을 원료로 선박용 연료를 생산한다"며 "아스팔트에 쓰이던 중질유를 친환경 고부가가치 저유황 연료유로 전환해 생산하는 설비인 만큼 경제적·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역사상 가장 강력한 해운규제로 꼽히는 IMO 2020은 선박이 사용하는 연료유의 황 함량이 기존 3.5% 미만에서 0.5% 미만으로 대폭 강화되는 것이 골자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이 규제에 따라 선박유 시장은 기존 B-C유 등 고유황 중질유 수요는 줄어들고 저유황 중질유 중심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앞서 SK에너지는 IMO 2020에 선제 대응해 2017년 11월부터 1조원을 투자, 울산CLX 내 2만5000평 부지에 VRDS 건설을 시작했으며 내년 초 완공을 앞두고 있다. 규모만 보면 2008년 약 2조원을 투자해 가동을 시작한 제2 고도화설비(FCC, Fluidized Catalytic Cracking, 중질유 촉매분해공정) 이후 SK에너지의 최대 석유사업 프로젝트다.
SK에너지는 초기 VRDS 가동 효과 극대화를 위해 안전·보건·환경(SHE) 관리와 설계·구매·건설 기간 단축 및 신속한 의사결정 등으로 완공시점을 3개월가량 앞당겼다. 시험가동을 마친 뒤 내년 3월부터는 하루 4만배럴에 이르는 저유황유 생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문 실장은 "IMO 2020 시행시점과 제품생산간 믹스매치가 발생하는 문제가 있어 조기가동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다"며 "공기가 지연될 경우 시장 선점에 대한 노력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SK에너지가 생산하게 될 황 함량 0.5% 저유황 중유는 기존 3.5%인 고유황 중유에 비해 황 함량이 7분의 1에 불과해 황산화물(SOx) 배출량은 톤당 24.5㎏에서 3.5㎏으로 약 86% 감소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이 사업이 마무리되면 매년 2000억~3000억원의 추가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관측된다. SK에너지는 VRDS 준공으로 경제적 가치는 물론, 환경 분야 사회적 가치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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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친환경 저유황 연료유 사업이 최근 유가변동성 확대 및 글로벌 수요 감소로 어려움을 겪어온 SK에너지 석유사업에 확실한 구원투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PIRA, Facts Global 등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2020년 이후 대체되는 선박용 고유황유 규모는 일 3500만배럴에 이르며 이 중 약 56%인 일 200만배럴이 저유황유 혹은 선박용 경유로 대체될 것으로 전망했다.
선박에 부착하는 탈황설비인 스크러버를 설치한 선박들은 변동 없이 고유황 중질유를 사용할 것으로 보이지만, 전망에 비해 설치 추세가 더뎌 저유황 중질유 공급 부족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덕환 SK에너지 최적운영실 PL은 "노화되는 선박에 추가로 대규모 설비투자를 결정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스크러버 장착을 결정하더라도 설치 과정에서 상당 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당장은 저유황 연료유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해상유 수요변동을 예측한 SK에너지는 석유제품 수출 전문회사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TI)와 함께 일찌감치 내년 수요 확대를 감안한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SKIT는 이미 한국에서 18개 선사와 저유황유 장기계약을 맺는 등 안정적인 거래선 확보에 나섰다. 자체적으로 운영 중인 저유황 중유 블렌딩 사업을 통해 연간 3600만배럴을 시장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조경목 SK에너지 사장은 'VRDS를 기반으로 IMO 2020 규제에 적극 대응하는 동시에 동북아시아 지역 내 해상연료유 사업 강자로 도약할 것"이라며 "친환경 그린 이노베이션 전략을 기반으로 한 사업모델을 지속 개발해 DBL(Doubl Bottom Line, 사회적가치 창출 성적표) 성과를 창출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