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브릿지바이오 이어 알테오젠·지아이이노베이션·큐라티스도 1조원대 기술수출국내 바이오벤처의 국제적 기술력 입증… 임상 실패로 좌절했던 K-바이오에 훈풍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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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상 실패 악재로 몸살을 앓던 K-바이오에 최근 바이오벤처들의 1조원 규모 신약 기술수출 낭보가 잇따르면서 연말 분위기 반전이 기대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알테오젠은 지난달 29일 10대 글로벌 제약사와 총 1조 6190억원 규모의 '인간 히알루로니다제(ALT-B4) 기술'에 대한 비독점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지난 7월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이하 브릿지바이오)가 베링거인겔하임과 체결했던 기술수출 계약 총 금액(약 1조 5183억원)보다 많은 금액이다.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은 1300만 달러(약 153억원)로, 수령 가능한 최대 금액은 13억 7300만 달러(약 1조 6190억원) 규모에 달한다. 알테오젠은 해당 기술을 여러 제품에 적용해 각 국가별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허가를 받거나 판매 이정표를 달성하면 마일스톤을 받기로 했다.

    ALT-B4 기술은 세계 두 번째 재조합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효소로 바이오의약품의 정맥주사를 피하주사로 대체하는 원천 기술이다. 최초의 재조합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제형 변경 플랫폼 개발사인 미국 할로자임(Halozyme)은 지난 2006년부터 현재까지 10곳의 글로벌 제약사와 약 60여개 물질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총 계약 규모만 약 7조원에 달한다.

    향후 추가 계약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SC(피하주사) 제형 의약품 개발은 글로벌 트렌드로 수요가 높다"며 "이번 계약을 통해 알테오젠의 기술이 어느 정도 검증되면서 다른 업체와의 계약이 이뤄질 가능성도 커졌다"고 진단했다.

    바로 전날인 지난달 18일에는 지아이이노베이션이 중국 제약사 심시어와 9000억원 규모의 면역항암제 'GI-101'에 대한 중국지역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에 기술이전된 GI-101은 지아이이노베이션 보유한 이중융합단백질 개발 기반기술인 'GI-SMART' 플랫폼을 이용해 만든 면역항암제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심시어로부터 반납의무가 없는 계약금 600만 달러(약 70억원)를 받게 된다. 이후 임상개발, 허가, 상업화, 판매 등 단계별 마일스톤으로 최대 7억 9000만 달러(약 9000억원)를 순차적으로 수령한다. 이와 별도로 제품 출시 이후에는 심시어의 순 매출액에 따라 두 자릿수비율까지의 경상 기술료도 받게 된다.

    이번 기술이전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역할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6월, 10월에 지아이이노베이션의 바이오의약품위탁개발생산(CDMO)을 맡으면서 분자량이 큰 G1101의 생산수율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켰다. 심시어가 이를 높이 평가해 이번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같은날 백신개발 바이오 벤처 큐라티스도 인도네시아 1위 국영기업 바이오파마사에 성인·청소년 결핵백신 'QTP101'의 라이선스와 독점판권을 1조 2000억원에 제공하는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큐라티스는 이번 계약을 통해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글로벌 임상시험을 담당하게 된다. 바이오파마사는 임상시험 단계별로 마일스톤을 큐라티스에 지불한다. 제품 승인 후에는 인도네시아 현지 독점공급을 하게 된다.

    큐라티스는 현재 러시아, 태국 등의 현지 주요 백신 전문 제약사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조만간 추가 성과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브릿지바이오는 지난 7월 국내 바이오벤처 중 처음으로 1조원이 넘는 기술수출 계약을 베링거인겔하임과 체결하면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11억 4500만 유로(약 1조 5183억원) 규모로 특발성 폐섬유증 신약후보물질 'BBT-877'로 설립 4년 만에 이뤄낸 쾌거였다.

    브릿지바이오는 이미 발굴된 혁신신약 후보물질을 들여와 임상개발을 진행하고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을 이전하는 'NRDO(No Research Development Only)'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개발 전문 바이오텍이다. 브릿지바이오는 국내에서 생소한 비즈니스 모델로 인해 상장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해당 기술수출 성과가 드러나면서 성장성 특례상장으로 이달 내 코스닥 입성을 앞두게 됐다.

    이처럼 바이오벤처들의 기술수출 성과가 이어지면서 잇단 임상 실패로 좌절했던 K-바이오에 훈풍이 불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바이오벤처의 국제적인 경쟁력이 입증됐다는 것도 고무적인 성과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기술수출 계약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체결하는 것이 때문에 우리나라 바이오텍의 실력들이 국제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게 입증된 셈"이라며 "국내 바이오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 있는 만큼, 정부 정책들도 이에 맞춰서 새로 세팅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