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NO', 'New Biz' 조직 개편, 이원화 지원 체계 도입유료방송 M&A 마무리 위해 겸임직 물러나SK하이닉스 실탄 확보... 중간지주사 전환 최우선 추진도
  • ▲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SKT
    ▲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SKT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내년에도 지휘봉을 놓지않고 그룹 내 ICT 사업을 이끌게 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박 사장은 SK텔레콤을 '글로벌 New ICT 기업'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나섰다.

    ◆ MNO·New Biz 이원화 조직 체계 도입...5G-New ICT, 양대 축으로 실질적 성과 창출

    9일 SK텔레콤에 따르면 박 사장은 "2020년 ICT 패밀리사 전체 성장 통해 글로벌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미션을 세우고, 조직을 'MNO'와 'New Biz'로 지원하는 체계를 도입했다. 5G를 중심으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기존 통신 사업과 새롭게 시장을 만드는 New ICT 사업을 양대 축으로 삼고 각 영역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박 사장이 최근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연사로 참여해 주장했던 아시아 전체가 함께 하는 콘텐츠 연합을 만들자는 내용과 궤를 같이한다. 'T.E.A.M.(Tech-driven Entertainment for Asian Movement)' 프로젝트를 통해 한류를 넘어서는 '아시안 무브먼트(Asian Movement)' 개념을 제시한 것. 아시아 전체가 힘을 합쳐 고유의 문화 DNA를 바탕으로 글로벌이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함께 만들고 이를 위한 기반 인프라도 공동으로 구축하자는 골자다.

    박 사장은 데이터 및 IT 인프라 기능을 함께 수행하는 CIO(Chief Infra Officer) 조직을 통해 ICT패밀리 및 SK그룹 차원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을 이끌기로 했다. 전사 차원의 핵심 사안에 대해 CEO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CIDO(Chief Innovation Design Officer)'를 신설하고, 의사결정 기구인 3대 위원회(CapEx·OpEx위원회, 투자심의위원회, 서비스위원회)도 운영한다.

    SK텔레콤의 수평적 소통과 빠른 실행을 위해 임원 조직 체계도 3단계 이하로 대폭 축소했다. 이에 따라 'MNO사업부'는 산하 사업단, 센터 조직을 본부 단위로 재편한다. 예를 들어 '사장-사업부-사업단-그룹’'으로 구성된 체계를 '사장-사업부 -본부'로 간소화하는 식이다. ICT 패밀리사 역시 임원부터 대표까지 의사결정 구조를 3단계 이하로 축소해 가볍고 빠른 체계를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이와 함께 박 사장은 유료방송 M&A의 활성화를 위해 겸임을 맡고있던 SK브로드밴드 대표 자리에서도 과감히 물러났다. 티브로드와 합병이 코 앞에 다가온 상황에서 경영관리에 집중할 수 있는 최적의 인물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SK브로드밴드의 새 수장인 최진환 ADT캡스의 경우 글로벌 컨설팅사 출신의 기획 및 사업개발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박 사장은 "지난 3년간 국내 1등 통신사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New ICT 기업으로 체질 개선을 이뤘다"며 "내년부터 ICT 패밀리사 모두의 고른 성장을 통해 글로벌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글로벌 New ICT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여정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 '5조' 규모 중간지주사 전환 최우선 과제...승부사 박정호 '뚝심' 발휘될 것

    박 사장은 내년에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을 우선과제로 삼고 신발끈을 조여맬 것으로 보인다. 임기 내 중간지주사 전환 작업을 완료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이를 위한 본격적인 속도를 낼 것이라는 해석이 높다.

    SK그룹이 SK텔레콤을 분할해 ICT 중간지주사로 만들고, 이동통신부문을 담당할 통신사업회사, SK하이닉스, SK브로드밴드, ADT캡스, 11번가 등을 자회사로 두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박 사장이 그려온 기존 이동통신 중심에서 미디어, 보안, 인공지능(AI), 커머스 등 비통신 사업을 확대한 ICT 종합회사로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서도 개편 뒤 인수합병 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시장 활로 개척에 자유롭게 된다. SK하이닉스는 SK그룹의 손자회사로, 현재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다른 회사를 자회사로 둘 경우 해당 기업의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한다. 때문에 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가 되면 SK하이닉스는 지주회사의 자회사로 올라서게되고 M&A 부담을 덜 수 있다.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의 실적 하향세가 지속돼 내년에도 관련 움직임을 쉽사리 이행하지 못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SK텔레콤이 지배구조개편을 통해 중간지주사가 되는데 약 5조원 가량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 메모리 업황이 반등할 것이란 긍정적인 시그널이 나오고 있어 박 사장이 지배구조개편을 위한 '뚝심'을 발휘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매년 굵직굵직한 M&A를 성사시키는 박 사장의 승부사 기질에 비춰봤을 때 어떻게든 SK하이닉스의 실탄을 확보해 중간지주사 전환을 성사시킬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반도체 재고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내년 5G 스마트폰이 본격적인 성장세에 진입, 메모리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며 "올 초부터 중간지주사 전환을 다짐해 온 박 사장이 SK하이닉스 지분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