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민간분양단지 30곳 중 15곳 0%대 경쟁률…대구·부산 등 지방서울 등 상급지 분양 감소에 청약성적↓…4월 분양일정도 미지수청약미달→분양일정 연기→건설사 유동성 리스크 악순환 심화 '우려'
-
- ▲ 아파트 재건축 공사현장. ⓒ뉴데일리DB
아파트 분양시장이 침체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올해 분양이 진행된 단지 가운데 1·2순위청약 모집인원을 채우지 못한 곳이 절반에 당하는 등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건설사들이 분양일정을 늦추고 있는 상황이라 추후 미분양 적체가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지방 중견·중소건설사들에 대한 유동성 위기가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26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해 1월부터 이날까지 1·2순위청약을 받은 민간 분양단지 30곳으로 이 중 15곳이 0%대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청약경쟁률이 0%대라는 것은 모집가구보다 청약신청을 적게 들어오면서 최종 경쟁률이 1대 1을 밑돌았다는 의미다.해당 현장은 모두 지방에 위치해 있었다. 세부적으로 보면 대구에서 △더 팰리스트 데시앙 △e편한세상 동대구역 센텀스퀘어 △반월당역 반도유보라 등 3곳이 청약경쟁률 0%대를 기록했고 부산에서 △부산에코델타시티 대방 엘리움 리버뷰 △거제역 양우내안애 아시아드 등 2곳, 광주에서 △한양립스 에듀포레 △진월 더리브 라포레 등 2곳이 0%대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이외에도 △천안 두정역 양우내안애 퍼스트로 △양주 용암 영무 예다음 더퍼스트 △남울산 노르웨이숲 △대전 롯데캐슬 더퍼스트 △우정동 한양립스 더 센트럴 △우정동 한양립스 더 센트럴 △안동 용상 하늘채 리버스카이 △용현 우방 아이유쉘 센트럴마린 등 단지가 위치한 충남, 울산, 대전, 경남, 경북, 인천 등에서 저조한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아울러 최소 한 타입 이상에서 미달이 발생한 아파트는 전체 30곳 가운데 20곳에 달했다.시장에서는 서울 등 우수입지 공급이 줄어들면서 분양성적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특히 서울 일반분양 물량은 6주째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달 청약을 진행한 서울 서초구 방배동 '래미안 원페를라'(197가구 중 일반분양 482가구) 분양 이후 현재까지 개점휴업 상태다.4월도 서울 분양 소식은 찾기 힘들 전망이다. 당초 4월 중 분양이 예상됐던 서울 구로구 '고척 힐스테이트 푸르지오'와 성북구 동선2구역 재개발사업, 강남구 역삼동 '자이더 캐럿 141' 등 3개 단지의 공급 계획이 5월 이후로 미뤄졌기 때문이다. 송파구 잠실동 미성크로바아파트를 재건축하는 '잠실르엘'도 올해 상반기 분양이 점쳐졌지만 연기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실제로 건설사들은 최근 분양일정을 연기하거나 축소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분양이 예정된 아파트 중 실제 분양한 실적이 10가구 중 4가구에 불과했다. 직방에 따르면 지난달 분양예정 물량 총 1만2676가구 중 분양이 이뤄진 단지는 총 5385가구로 공급 실적률은 42%에 불과했다.이처럼 건설사들이 분양을 미루는 원인에는 탄핵정국과 함께 늘어나는 미분양 적체에 대한 부담이 크다. 국토교통부 집계를 보면 올해 1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2624가구에 이른다. 지난해 12월(7만173가구)보다 3.5% 증가했다. 이른바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2만2872가구까지 늘었다. 2013년 10월(2만3306가구) 후 11년3개월 만에 가장 많다. -
- ▲ 분양아파트 견본주택내 설치된 단지모형도. ⓒ뉴데일리DB
문제는 미분양이 장기화되면 건설사들의 공사미수금과 미청구공사액이 늘어 재무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실제로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의 '3월 건설 브리프(BRIEF)'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중소 건설사의 미수금은 4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대기업의 미수금이 2배 가까이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중소업체의 자금경색이 더 심각하다는 분석이다.중견건설사 A사 관계자는 "예정은 예정일 뿐 분양 공고가 나기 전까지는 모른다"면서 "5월에 조기 대선을 한다거나 하면 남아있는 분양 예정 물량도 하반기로 미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중견건설사 B사 관계자도 "분양시장이 활발했던 2020년~2022년과 비교해 절대적인 물량 자체가 줄었다"며 "올해 신동아건설 등 7개 건설사가 급증한 미분양에 대출상환에 차질이 생겨 법정관리에 들어갔는데 하반기 분양물량이 몰리면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7월부터 대출규제도 강화되면 더 많은 중견·중소기업들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고 토로했다.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당분간 건설사들이 분양에 신중한 태도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부의 지방 미분양 해소 대책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매입 정책이 발표되었으나 시장 전반의 수요 위축을 단기간에 반전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며 "여전히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수요자들의 청약 심리는 위축된 상태이며 건설사들 역시 신중한 분양 전략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