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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철 현대로템 부회장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을 직접 찾아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 부회장이 용퇴를 결정하면서, 윤여철 부회장 등 다른 그룹 부회장단의 거취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9일 우유철 현대로템 부회장이 대표이사 중심의 경영혁신 가속화를 위해 용퇴한다고 밝혔다.
우 부회장은 최근까지 현대로템의 비전과 전략 방향을 제시하고 해외 수주를 강화하는 등 경영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후배 경영진 중심의 경영 혁신 추진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퇴임을 결심했다.
우유철 부회장 퇴임으로 그룹 내 다른 4인의 부회장단에 관심이 쏠린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퇴임을 결정한 우유철 부회장을 제외하고 윤여철 현대차 부회장, 김용환 현대제철 부회장, 정진행 현대건설 부회장,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등 4인이 각 그룹사를 이끌고 있다.
특히 최고령인 윤여철 현대차 부회장이 우 부회장을 이어 용퇴를 결정할 수 있단 관측이다.
현대차는 지난 5일 임원 인사를 통해 하언태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하 사장은 국내생산담당을 겸직하며, 울산공장과 아산공장, 전주공장 등 국내 공장 운영을 총괄한다.
업계는 하언태 사장의 승진에 대해 올해 임단협을 무분규로 마무리지은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뿐만 아니라 생산 총괄을 담당하며 세대교체의 의미도 담고 있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를 윤여철 부회장에서 하언태 사장으로 바통터치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올 연말 윤 부회장이 거취를 결정하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런 얘기도 흘러나온다.
무엇보다 그룹내 핵심 임원이었던 우유철 현대로템 부회장이 9일 전격 퇴임했단 사실은 이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현대로템은 이날 오전 10시 우유철 부회장의 퇴임식을 개최했다. 우 부회장의 퇴임은 본인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관계자는 "우 부회장이 직접 정의선 부회장을 찾아가 물러나겠다고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윤 부회장이 올해 68세로 그룹내 최고령이란 사실 또한 직무 수행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범위를 확장해 삼성, 엘지, SK 등 4대 그룹 전체로 봐도 윤 부회장보다 고령인 임원은 없다. 윤 부회장 다음으로 나이가 많은 임원은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으로 올해 67세(1953년생)다.
올 연말 재계에선 세대교체를 위한 용퇴가 이어지고 있다. 윤 부회장이 내년에도 직을 이어가긴 어려울 것이라 전망하는 이유다.
지난 3일 허창수 GS그룹 회장(71)은 15년의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나 동생인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62)에게 바통을 넘겼다. 허 회장은 임기를 2년 가량 남기고 용퇴했다.
앞서 조성진 LG전자 부회장(64)은 지난달 28일 3년여만에 CEO에서 물러났다. 1976년 고졸 학력으로 입사해 43년간 한 회사에서 세탁기 개발을 해오다가 2017년 초 CEO까지 올랐지만, 올해 용퇴를 결정했다.
물론 CEO급 세대교체란 점에서 윤 부회장과 무게감에선 차이가 있다. 다만 나이로 봤을 때 비슷한 연령대가 다 떠나고 있어, 윤 부회장 역시 시대흐름에 따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1979년에 입사한 윤여철 부회장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2004년 경영지원본부장을 담당했으며, 2005년 9월에는 울산공장장 사장을 맡았다.
윤 부회장은 지난 2008년 11월 현대차 노무총괄 부회장에 임명된 이후 12년째 부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김용환 현대제철 부회장 또한 후배를 위해 자리를 넘겨줄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1956년생인 김용환 현대제철 부회장은 올해 만 63세다. 정몽구 회장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아왔던 김 부회장은 지난해 정의선 수석부회장 체제 이후 처음 단행된 인사에서 현대제철로 옮겨왔다. 올해 최악의 실적을 내고 있어 퇴임이 유력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의선 부회장이 하언태 사장을 승진시킨 것 자체가 윤 부회장 용퇴를 염두에 둔 인사 아니겠냐"며 "우유철 현대로템 부회장이 퇴임한 것으로 봐서 현대차그룹 부회장단에 큰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