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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올 연말 그룹 부회장단에 변화를 줄 지 주목된다. 특히 60세 이상의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는 윤여철 현대차 부회장, 김용환 현대제철 부회장, 우유철 현대로템 부회장의 거취에 관심이 쏠린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연말 부회장단 인사를 기점으로 지속적인 세대교체를 단행해 오고 있다. 이런 추세에 이들 3인이 내년에 자리를 유지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변수는 정몽구 회장이다. 정의선 부회장이 정 회장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아 온 이들을 교체하려면 정 회장의 재가가 필수적이다. 내년 역시 이들이 자리를 지킨다면 정 회장이 그룹내 여전히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단 것을 직간접적으로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매년 연말 단행했던 정기 임원인사를 올해부턴 수시인사 체제로 바꿨다. 지난 4월 1일 도입 이후 바뀐 인사는 무려 30여명에 달한다.
최근에는 이광국 현대차 국내영업본부장(부사장)을 중국총괄담당 사장으로 승진 임명하는 인사를 내기도 했다. 따라서 올 연말 정기 인사는 일부 승진에 그치며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관심은 부회장단 체제 변화다.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수석부회장을 제외하고 윤여철 현대차 부회장, 김용환 현대제철 부회장, 우유철 현대로템 부회장, 정진행 현대건설 부회장,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등 5인이 각 그룹사를 이끌고 있다.
정태영 부회장은 정몽구 회장 둘째 딸인 정명이 현대카드 브랜드 부문장의 남편이다. 정의선 부회장이 누나 남편인 정태영 부회장을 직접 교체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진행 부회장은 지난해 현대차 사장에서 승진해 현대건설로 옮겨갔다. 정의선 부회장이 직접 승진 발령낸 인사란 점에서 내년 역시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이 외 윤여철, 김용환, 우유철 부회장의 잔류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수석부회장에 오른 이후 세대교체를 단행하고 있는 정의선 부회장에게 60이 넘는 나이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우선 1952년생인 윤여철 부회장은 올해 만 67세다. 노무를 총괄하고 있으며, 올해 현대차 임단협을 무파업으로 마무리지은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현대차그룹 전체에서 최고령이란 사실은 불안요인으로 꼽힌다.
1956년생인 김용환 현대제철 부회장은 올해 만 63세다. 정몽구 회장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아왔던 김 부회장은 지난해 정의선 수석부회장 체제 이후 처음 단행된 인사에서 현대제철로 옮겨왔다. 올해 최악의 실적을 내고 있어 자리보전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1957년생인 우유철 현대로템 부회장은 올해 만 62세다. 김용환 부회장이 현대제철로 보직 이동하면서 우 부회장 또한 현대로템으로 발령났다. 지난해 예우 차원의 인사란 시각이 강해 내년 역시 자리를 지킬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선 정 부회장이 이들을 쉽게 내치기 어려울 것이라고도 주장한다. 윤여철, 김용환, 우유철 부회장 모두 정몽구 회장이 오랜 기간 신임해 온 인물들이란 이유에서다. 정몽구 회장의 영향력이 여전하다면 이들 역시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크다는 것.
따라서 내년에 꾸려질 부회장단이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그룹내 장악력을 평가해 볼 수 있단 잣대란 말도 나오는 상황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태영 부회장을 제외하고 모두 60세 이상이라 그룹 부회장 교체는 정해진 수순"이라며 "다만 그 시기가 올해가 될지 아니면 내년일지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